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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폰 라반 (Rudolf von Laban, 1879-1958)




[사진1] 루돌프 폰 라반과 라바노테이션(1928)


  음악을 일정한 기호를 사용하여 기록한 것을 악보라 한다. 악보는 오선지 위에 음표를 그려 넣은 일종의 사회적 약속으로서 녹음기가 등장하기 전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유럽에서 아시아까지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초월하여 존재해왔다. 그렇다면 음악과 마찬가지로 무형의 예술인 ‘움직임’은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까? 바로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해결책을 제시한 인물이 루돌프 폰 라반(Rudolf von Laban, 1879-1958)이다. 1879년 헝가리 태생의 라반은 안무가이자 무용이론가로 알려져 있으나 종종 무용가, 건축가, 작가, 화가, 철학자로 소개되기도 한다. 이는 그가 매우 다재다능한 인물이었음을 증명해주는데 이러한 그의 재능이 가장 크게 발휘되어 만들어진 업적이 바로 무용기록법 즉, 라바노테이션(Labanotation)의 창안이다.




[사진2] 오페라 <이고르공>의 무보(1930)


 라바노테이션은 1928년 라반에 의해 창안된 후부터 지금까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연구되는 무용기록법 중 하나로 언뜻 보기에 악보와 비슷해 보이지만 많은 차이점을 갖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악보는 5개의 가로 선으로 이루어진 반면 라바노테이션은 3개의 세로 선으로 이루어져있다는 점, 그리고 악보와는 달리 공간의 흐름까지도 고려해야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라반은 공간에 대한 연구 또한 활발히 하여 무용이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움직임이라는 동적인 요소를 기초로 하여 공간 안에서 표현하는 공간예술임을 증명해내기도 했다. 그는 또한 몸(Body), 공간(Space), 에포트(Effort), 쉐이프(Shape)를 기본요소로 하여 심리적, 신체적으로 움직임을 분석하는 ‘LMA(Laban Movement Analysis)’ 분석틀을 고안해냈는데, LMA는 움직임분석뿐만 아니라 심리치료, 무용치료, 무용교육, 비언어적 의사소통, 문화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사진3] 무용가로서 라반의 모습


 그동안 라반과 그의 삶을 소개할 때는 주로 그의 무용이론가적 업적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하지만 그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안무가, 무용가, 교육자로서의 역할에도 결코 소홀하지 않았다. 그는 독일 현대무용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으며 1910년과 1929년에는 독일의 뮌헨과 에센에 무용학교를 설립하여 그의 이론과 무용창작법을 학생들에게 지도함으로써 후진양성에 힘썼다. 뿐만 아니라, 1930년에는 베를린 국립극장의 예술감독으로 임명되어 무용작품을 안무하기도 했으며 『무용가의 세계』(1920), 『키네토그라피·라반』(1928)과 같은 다양한 저서를 남겼는데, 이러한 저서들은 그의 체계적인 무용이론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이처럼 루돌프 폰 라반은 일생동안 무용과 관련한 다양한 예술적, 학문적 업적을 남김으로써 찰나의 예술인 무용에 시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생명력을 불어넣고, 체계적으로 분석·연구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무용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된다.



글_신찬은(성균관대 예술학협동과정 석사2기)



<출처>
사진1_
http://www.cabinetmagazine.org/issues/36/turner2.php
사진2_ http://www.cabinetmagazine.org/issues/36/turner2.php
사진3_ http://en.wikipedia.org/wiki/Rudolf_von_Lab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