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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토(舞踏) 붐’의 주역, 오노 가즈오(Ohno Kazuo, 1906-2010)



[사진1] 부토 붐을 이끈 오노 가즈오


 일본의 대표적인 부토 무용수로 꼽히는 오노 가즈오(Ohno Kazuo)는 1906년 훗카이도 하꼬다테에서 어부인 아버지와 요리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일찍이 무용에 대한 관심, 재능을 가지고 무용학교에 진학하였다. 1929년에 학교를 졸업한 후 그는 이시이 바쿠 등으로부터 현대무용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오노 가즈오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되어 불가피하게 잠시 무용을 중단하였다가 1949년에 도쿄에서 첫 공연을 가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무용수로서의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가 활동하던 당시 일본은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으며,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몸과 정신이 송두리째 뒤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사회적 현실 즉, 경제적 부흥에 따른 획일화와 비인간화, 그리고 더 나아가 기존의 노, 가부키와 같은 일본의 전통문화에 저항하기 위한 일종의 문화혁명으로서 새롭게 등장한 춤이 바로 일본의 부토이다. 부토는 히치카타 다츠미(1928-1986)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는데, 오노 가즈오는 바로 이 히치카타 다츠미와의 만남을 계기로 당시 주류를 형성하였던 서구의 무용미학에 기원하지 않고 일본인의 육체, 정신, 문화를 기반으로 한 독자적 스타일의 춤을 발전시키는데 전력을 다했다.

 

 이와 같이 히치카타 다츠미가 일본의 독창적인 현대 춤인 부토의 창시자라면, 오노 가즈오는 부토를 더욱 널리 알려 세계화시키는데 일조한 인물로 평가된다. 오노 가즈오는 히츠카타 다츠미의 영향력 하에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창조해나갔는데, 특히 그는 독일의 표현주의 춤에 매료되어 부토에 표현주의의 색을 입히고자 하였다. 그는 겉으로 드러나는 춤의 형식이 아닌 인간의 내면 그 자체에 관심을 기울였다. 또한 육체가 지닌 생명력, 사랑, 아름다움, 추함과 같이 본질적으로 인간에 내재해 있는 것들을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으로 보고 이를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다. 즉, 오노 가즈오는 자연을 모든 것의 진리, 원본으로 보고 이를 따르는 것을 최상의 목표로 삼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특정한 춤의 형식이나 방법론에 따른 획일적인 움직임 속에 무용수들을 억지로 억압하고 가두기보다는 춤을 추는 무용수 개개인이 정서적, 육체적으로 가장 자연스러운 순리를 따라 표현해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며 훌륭한 춤이라고 보았다.

 


 

[사진2] 오노 가즈오의 아들 오노 요시토

 

 이처럼 자신만의 확고한 춤 철학을 발전시켜 나가던 오노 가즈오는 그가 71세가 되던 해인 1977년에 스페인 무용수인 안토니아 메르세에게 헌정하는 <라 아르헨티나(Admiring La Argentina)>을 발표함으로써 무용비평가상의 영예를 안았을 뿐만 아니라, 뉴욕, 런던, 파리를 비롯한 전 세계에 부토를 널리 알리며 호평을 이끌어 냈다. 오노 가즈오에게 춤이란 영혼과 육체가 하나가 되는 것이며, 사람이 살아가는 그 자체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2010년에 103세의 일기로 삶을 마감하기 전까지―비록 타인이나 휠체어의 도움에 의지해야 했을지라도−무대를 떠나지 않았는데, 이러한 점에서도 우리는 다시 한 번 춤, 그리고 삶에 대한 그의 철학과 진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오노 가즈오는 최신 트렌드를 쫒아가느라 자기 자신을 외면하고 몸에 맞지 않는 옷에 자신을 억지로 구겨 넣는 것보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자기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었을 때와 같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상태를 더욱 가치 있게 여기고 이를 춤으로 실천해나갔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그가 남긴 발자취는 국가, 장르의 경계를 떠나 창작활동을 하는 모든 예술가들에게 그들이 현재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하여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글_신찬은(성균관대 예술학협동과정 석사3기)

 

 

사진출처:
사진1_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Kazuo_Ohno.jpg#/media/File:Kazuo_Ohno.jpg
사진2_
https://blog.naver.com/lovly_jjong/1001717230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