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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공연비평

컨템포러리발레의 진수 -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념 NDT 1 내한공연

  춤이 주는 감동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했던 NDT(Nederlands Dans Theater)의 공연이 1019-2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무용계와 무용애호가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성대하게 끝을 맺었다. 지리 킬리안 이후 의구심과 염려에도 불구하고 그 명성을 확고히 이어가고 있는 NDT의 이번 공연은 젊은 무용수들로 구성된 NDT 2의 무대와는 또 다른 감성으로 다가왔다. 3편이 각각 30분짜리 작품으로, 개별 작품마다 그 특성이 매우 달라서 시각적 재미를 더했다.





 

  첫 번째〈Stop Motion〉는 솔 레옹과 폴 라이트 풋이 유교의 경전 중 3경의 하나인 역경(易經)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한 작품이다. 특히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미니멀한 무대장치와 무용수들의 절제되면서도 뛰어난 기량이 주제에 더해져 동양의 비움의 미학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백색의 공간에 무대 중앙을 차지한 커다란 흰 벽체는 끊임없이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며 시간의 흐름을 상징했고, 그 벽 사이에서 흰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과 검은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번갈아 교차하며 자신들의 춤을 선보였다. 섬세한 라인과 내재된 힘, 바하의 음악과 조화를 이루는 미세한 접점은 관객을 정제된 환영으로 이끌었다. 연출에 있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가오는 죽음을 검은 의상 무용수들의 진두로 그리고 흰 의상의 무용수들은 삶으로서 죽음을 저지하고 지연시키려는 노력을 그려냈다


 

 

 

 

 

 



 

  마르코 괴케가 안무한 신작인 〈Safe as Houses〉은 움직임 이면에서 목소리가 들리게 하는 무용예술의 개념과 작품에서 들리는 그런 소리를 강화하려는 욕구가 핵심 포인트였다. 아무 세트도 없는 무대에서 무용수들이 지속적으로 소리를 내며 춤이 진행된다. 간단한 텍스트인 Thank you, Hello와 Good bye를 외치며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10명의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분절되고 진동하는 세부동작들은 그 강렬함이 인간이 안고 있는 두려움을 표피에 와 닿게 표현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삶 전체를 묘사하는 무용수들의 날카로운 괴성과 으르렁거림, 욕설이나 반복되는 속삭임과 안토니 앤 존슨즈의 목소리에 담긴 내면을 향하는 고뇌가 합쳐져 처절하게 느껴졌다. 또한 무용수들의 춤은 슬픈 영혼을 달래듯 흐느끼며 물결쳤기에 발레가 지닌 우아함을 배제하고 다소 원초적이며 제의적인 이미지다. 현대무용의 움직임을 차용해 빠른 스피드에 적응하는 빠른 손과 발의 놀림이 특징적이었고 거칠고 강렬한 음악과 춤의 조합이 두 작품들과 결을 달리했다.

 




 

  마지막 〈Walk the Demon〉은 솔 레옹과 폴 라이트 풋의 합작으로 NDT의 대표작이자 피날레를 장식한 수작이었다. 이별과 변화의 과정을 주제로 과거와 미래의 개념이 어떻게 현재로 통합되는지를 확실하게 이미지로 그려냈다. 인종을 초월해 흑인, 백인, 동양인 발레리노들의 춤이 깊이를 더하며 흰 가루와 흑백의 시각적인 매치까지 더해져 몽환적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춤어휘와 상수에 위치한 대형 스크린에 비친 아름다운 여인의 슬로우 모선이 세련되고 감각적인 컨템포러리 발레의 진수를 보여주었고, 영화 컨텍트에 사용되었던 막스 리히터의 아름다운 콰르텟 연주음악을 사용해 비극적인 분위기로 전체를 승화시키며 완성도를 갖췄다. 따라서 구체적 스토리라인과 화려한 무대장치가 없음에도 그들이 선사하는 장면 장면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세 작품 모두를 통해 훌륭한 안무와 훌륭한 무용수와의 조합은 누구나 바라지만 쉽지 않기에 이를 확실하게 보여준 NDT의 무대는 진한 커피 향처럼 풍요로우면서도 자극적으로 가을을 마무리했다.




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예술의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