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안무개념과 움직임 특성을 발견한 듯 보이는 정수동이 ‘2019 크리틱스 초이스 댄스 페스티벌’에서 주제의식을 명확히 표현한 수작을 선보였다(7월 6~7일, 아르코예술극장대극장). 작품 <리듬 속에(En Rythme)>는 작년 최우수안무가상을 받았던 <리듬분석>에서 발전된 형태로, 올해는 여기에 공간보다 음악이 주는 리듬의 불규칙성과 혼란에 주안점을 두고 실험적인 모험을 감행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 특히 최근에 ‘일상’, ‘기억’, ‘공간’에 천착(穿鑿)한 그가 우리가 평소에 흘려듣는 소리들, 그것을 사물 고유의 ‘리듬’이라 명명하고 일상과 밀접한 움직임을 그 위에 배치한 것은 이상할 리 없다.
삶 속의 요소로서 다양하게 해석 가능한 ‘리듬’은 안무가가 바우하우스의 구성원으로, 20세기의 유명한 추상화가인 파울 클레의 회화 ‘리듬 속에’에 나타난 음악적 리듬감, 빛의 강약, 불규칙성 패턴과 맞닿아있다. 따라서 작품의 전체 프레임을 구성함에 있어서 이는 큰 영향을 끼쳤고 무대에서 그것들이 잘 구현되었기에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30분 이내의 시간 속에 다채로운 조명 사용, 음악의 반복과 변형, 여러 미장센을 통해 복합적인 장소성과 시간성을 감각적으로 담아냈다. 사운드디자이너 최혜원의 소리가 주는 생경함이 청각적인 무드를 강화했고, 무용의 본질인 몸이 생성해내는 리듬은 불규칙적인 것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장면 곳곳에 보이는 익숙함보다는 임팩트 있는 낯설게 하기를 바탕으로 해소의 순간을 제공했다.
막이 열리면, 붉게 물든 공간에 조명기가 잔뜩 달린 바턴이 무용수들 머리 위로 낮게 내려와 있다. 무용수들(김수빈, 김주현, 이수연, 조선재, 윤호재, 고흥렬, 송주원, 문형수, 박상준, 정수동)은 편한 일상복을 입고 무리지어 무대를 원으로 뛰어다닌다. 이후 반복되는 소리에 각자 빠르고 자유롭게 춤추기 시작하는데, 이때 서로 다른 달리기의 속도감과 다채로운 움직임들은 나름의 리듬을 형성했다. 붉은 조명의 깜빡거림, 점점 높게 올라가는 바턴,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남자와 그 주위를 도는 여자의 행위는 긴장감을 고조시켰고 그러다가 무대 전체가 밝아지고 소리도 느려지면서 남자의 움직임도 느려졌다. 그는 천천히 공간을 둘러보기도 하고 땀을 닦기도 하는 등 일상성을 드러냈다. 그를 주축으로 한명씩 등장하는 무용수들은 각기 다른 춤어휘로 개성 있는 몸의 리듬을 구성하기 시작했고 음악의 반복성에 대비되며 변화의 측면을 보여주었다. 곳곳을 누비며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 그들의 기량도 우수했고 스모그로 무대를 채워 신비감을 준 상태에서 녹색과 이후 무채색 조명의 변화에 따른 움직임의 일탈도 현장감을 더했다.
개인과 사회에 존재하는 반복, 규칙, 계획의 일상적 리듬이 깨어지면서 나타나는 불규칙, 이탈과 이를 다시 되돌리려는 균형의 순간을 신체에 투영해 탐색해 본 정수동의 <리듬 속에>는 우리의 신체 내부 가장 깊은 곳에서 호흡하며 발견되는 리듬 속에서 인간 삶의 모습을 발견해냈다. 특별히 무대에 구현된 불규칙한 몸의 변이는 파편화 된 소리처럼 일상 곳곳에 존재하며 삶의 리듬 속에 구체적으로 때로는 추상적으로 존재함을 시각적으로 그려낸 것이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댄스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