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안무가 육성프로젝트인 ‘KNB Movement Series 5’(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2019.7.27-28)가 8명의 안무가 작품을 선보이며 관객과 소통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국립발레단 단원들의 안무 역량을 마련하는 자리임과 동시에 그동안 무용수로만 관객과 만났던 단원들이 안무를 맡아 색다른 흥미를 줌과 동시에 스스로에게도 새로운 자극을 전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송정빈 안무의
배민순 안무의 <동행(同行)>은 영상으로 남녀의 모습이 흐르면서 이를 바탕으로 두 무용수가 관계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유동적 흐름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무용수가 둘 뿐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장치를 통해 비어있지 않고, 연속적인 움직임을 통해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하나이면서 둘이 함께 가야할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해준다. 조명을 통한 실루엣 처리나 조명을 통한 마지막 장면은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강동휘 안무의
신승원 안무의
김나연 안무의 <아몬드>는 소설 ‘아몬드’에서 느낀 감정을 이미지화한 작품이다. 감각적일 것 같지만 무디게 살아가는 현대의 여러 단상을 담아내면서 거기엔 슬픔과 기쁨이 있음을 표현하려 한다. 아그네스 오벨 음악을 통해 무언가 타인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속내가 이 작품에서도 녹아서 몸짓으로 드러난다.
최미레 안무 <제키는 2m 조금 안 돼요.>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희극적 요소를 다분히 담고 있는 편안한 작품이다. ‘랩소디 인 블루’의 음률에서는 상쾌하면서도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에서는 사랑에 대한 진지함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구성에서 조금 지루한 감도 없지 않지만 소품으로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기에 더 이상 바랄 것은 없다.
이영철 안무의 <계절; 봄>은 가야금과 가창을 통해 날카로움과 탁함이 드러나면서 극적 고조보다는 담담한 어조의 몸짓으로 편안함을 준다. 무용수들은 이러한 음률에 맞추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또 그 이미지는 연속적 연결을 통해 담론을 만들어내며 완성도를 높인다.
김명규 안무의 <3 Tables>는 레스토랑에서 벌어지는 세 쌍의 연인들의 이야기를 가벼운 정조로 그려낸 작품이다.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바탕으로 다양한 음악의 변화로 감정을 전달하고, 젊은이들이 느끼는 여러 사랑의 정형성을 풀어내고 있다. 젊은 감각이 그려지면서도 정형화된 모티브다 보니 아주 치기어린 상큼함을 드러나지 못한 점도 존재하였다.
이렇게 8명의 국립발레단에 속한 무용수이며 안무가의 8개 작품이 국립발레단의 단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작품마다 최고의 무용수들로 구성하였기에 아무래도 본질인 안무의 깊이가 작품에서 잘 드러나는 무대였다. 아직 빈틈이 보이는 작품도 있었고 탄탄한 구성력을 가진 작품도 있었지만 이러한 계기가 여타 창작춤에 비해 안무가가 부족한 발레계에 자극이 충분히 될 것이다. 아쉽다면 8명이 90분 동안 10여분 안에 모든 걸 담기에는 부족함과 바쁨이 느껴졌다. 다수의 기회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반대로 너무 많은 작품을 짧은 시간 안에 보는 관객도 그리 편할 수 없다는 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글_ 김호연(문화평론가)
사진 제공_ 국립발레단 photo by BA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