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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고정적 레퍼토리 속 정체성의 확립 - 유니버설 발레단 <오네긴>

 코로나바이러스 19가 생활 속에 놓여 있는 가운데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2020.7.18.-26,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이 공연되었다. 하루하루 변화무쌍한 상황 속에서 국공립단체들이나 여러 단체가 공연을 멈추거나 제한적 범위 안에서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는 데 반해 이 공연은 기본 수칙을 준수하면서 발레 팬들의 욕구를 다소나마 해소시켜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오네긴>은 러시아 소설가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의 <예브게니 오네긴>을 원작으로 차이코프스키의 28곡을 쿠르트 하인츠 슈톨제가 편곡한 음악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존 크랑코의 안무를 통해 1965년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 의해 초연되었고, 한국에서는 유니버설발레단에 의해 2009년 처음 선보인 이래 인기 있는 고정 레퍼토리 중 하나로 사랑을 받아왔다.  

 

 이러한 인기 요인으로는 발레가 가지는 비현실적 구성, 즉 서사구조의 단순성이나 몽환적 담론 혹은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을 통한 볼거리의 제공 등 이미 고정화된 발레만의 형식에서 벗어난 점에서도 그 원인이 있다. 이는 리얼리즘의 요소가 강하고 극적 구조의 수용을 통해 예술적 완결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작품은 오네긴과 타티아나의 엇갈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면서 사랑의 본질적 의미를 표현하여 보편적 정서 속에서 극적 감흥을 준다는 점에도 기인할 듯하다. 

 

 

photo by Kyoungjin Kim ⓒUniversal Ballet    

 

 

 이 작품은 이러한 서사구조와 스토리텔링에 바탕을 두면서 발레가 가지는 특성이 극대화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질은 각 장의 중요 부분에 등장하는 파드되의 심미성과 그 변별적 연속성이 이야기를 극적 완결성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2막과 3막에 등장하는 고백 편지의 뒤바뀐 감정에 따른 대비적 모티브나 3막 종반의 엇갈린 사랑에 대한 파드되 등은 이 작품이 담고자 하는 내용이 집약된 것으로 강한 이미지를 전해준다. 

 


photo by Kyoungjin Kim ⓒUniversal Ballet 


 여기서 유니버설발레단 <오네긴>만의 특질은 찾는다면 발레와 연극적 요소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는 점일 것이다. 발레를 위한 연기가 아닌 무용극을 위한 연기를 통해 분절되지 않고 유동적으로 구성이 이루어지는데 이는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오네긴과 타티아나의 파드되가 서사구조에 녹아들어 전체적 완결성을 강조한다는 면모에 힘입은 바 크다. 이는 더블캐스팅의 한 축이었던 이현준(오네긴), 타티아나(손유희)의 공연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이들의 파드되는 강한 이미지를 위해 기법을 극대화하기보다는 분위기 묘사를 위한 서정성을 강조하며 역할에 충실하여 서서히 극적 감흥을 주고자 한 점에서 잘 드러난 면모이다. 특히 이러한 인속 속에서 오네긴 역을 맡은 이현준은 오네긴이 가지는 오만하면서도 섬세한 성격을 절제하여 보여주었고, 나이가 들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찾은 회한의 3막 장면도 강유(剛柔)의 인식 속에서 심리적 묘사까지 몸짓을 통해 그려내어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하면서 강한 인상을 주었다.


photo by Kyoungjin Kim ⓒUniversal Ballet 


 유니버설발레단은 한국 최초 민간 직업발레단으로 탄생하여 그동안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그들은 예술성과 발레의 대중화에 큰 힘을 쏟아왔으며 외국 발레와 다양한 소통 그리고 해외공연을 통해 내연과 외연을 확장시키며 한국 발레의 중심축으로 자리하였다. 앞으로도 유니버설발레단만의 정체성을 지닌 레퍼토리 개발과 새로운 동시대적 감각을 위해 많은 과제들이 있을 듯한데 이는 최적화된 레퍼토리의 다각적 수용과 함께 한국 창작발레를 위한 실험적 노력이라는 기본적 요구라는 문제일 것이다. 이는 그동안 안정적인 레퍼토리를 구성하여 대중적 흥취나 작품의 완결성을 위해서는 긍정적이었지만 확장성에는 아쉬운 부분이 존재하였다는 점에서 언급하는 부분이다. 코로나바이러스 19 속에서 진행된 의식처럼 의미 있으면서도 동시대 감각을 지닌 다양한 공연이 진보적으로 진행되길 기대한다.



글_ 김호연(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유니버설발레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