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포스트코리아
지난자료보기

로고

무용리뷰

공연비평

제주 문화원형의 동시대적 감각 표현 - 제주도립무용단 <이여도사나-생명 편>

2020년 제주도립무용단이 창단 30주년을 맞이하였다. 그동안 제주도립무용단은 제주 문화원형을 작품에 담아 다양한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다. 특히 지역의 다른 국공립 단체들이 소재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던데 반해 이들은 민속의 보고란 제주만의 정체성을 살리며 양질의 작품을 펼쳐보였다. 이는 초기에 제주민속을 직시적으로 표현하다가 최근 들어서는 동시대적 감각을 더하면서 새로운 레퍼토리를 축적하여갔다.  

 


 

제53회 정기공연 <이여도사나-생명편>(제주문예회관 대극장, 2020.11.28.)도 제주의 기층문화와 제주의 일상을 담아내면서도 2060년으로 상정된 미래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무용극이란 점에서 흥미를 끌었다. 이러한 점은 고유한 문화가치와 동시대의 전형성을 보이고, 로컬리티를 담고자 한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작품은 철저하게 모든 것이 통제된 2060년 불라국, 민초들은 개성을 표출할 수 없이 살아나갈 수밖에 없음을 상정하며 시작한다. 이어 모든 이를 지배하는 억심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해녀의 모습을 한 삼승이 등장하여 물과 소리를 가지고 구원으로 다가선다. 이는 생명수가 되어 새로운 탄생으로 이어지고, 제주문화를 상징하는 태왁 형태를 한 북을 통해 원초적이지만 강한 집단의식을 드러내며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런데 이들은 억심관에 의해 멸하여지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이상향인 이여도라는 희망을 만들어내고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며 막을 내린다.

 


 

작품 속에는 제주의 기층 모티브가 분절적으로 등장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연결성을 가지고 진행되기에 자연스럽게 수용된다. 그러면서도 물과 빛, 소리라는 인류를 지탱하는 소재를 담아 본질적 가치도 표현하려 한다. 이러한 점은 조명 등을 통해 강한 인상을 전해주고 있다. 이는 여러 각도에서 비추어지며 민초들의 삶이 다양한 개성 속에서 그려지거나 한 줄기의 불빛 속에서 그려진 삼승의 처연한 몸짓 그리고 고을나의 움직임이 조명과 영상의 조화 속에서 점층적 감흥이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오브제이면서 기능적 소재인 물은 조명과 소리 등을 통해 공감각적 의미를 전해주며 환상적 세계로 이끌고 있다. 이는 현실을 잊게 하고 억압된 것에 대한 유연한 적응력과 이를 모멘텀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계기로 충분하였다. 이와 함께 이 작품 전체를 가로지르는 전통적 악기를 통한 강한 울림은 극적 효과를 주며 스토리텔링과 융화된다. 이는 단순하게 강한 소리만이 아닌 여러 움직임 속에서 강유를 넘나들어 유동적으로 흘렀고 특히 삼승과 고을나의 춤에서는 유려한 움직임을 그리는 데 효과적이었다. 

 


 

이 작품은 제주의 척박한 자연환경, 이를 시험하는 신의 행위 그리고 이를 딛고 일어서려는 제주인의 모습이 긍정적 의지로 그려지고 있다. 이는 삼승할망으로 상징하는 제주의 신화성과 제주의 일상성을 보이는 해녀의 두 유형과 민요 ‘이여도사나’에 담긴 이상향을 꿈꾸며 현실을 딛고 일어서려는 제주인이 의식이 원형 속 전형으로 잘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전통적이며 한국적인 색채만을 강조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는 굳이 이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기에 조명, 영상, 움직임 등에서 자유로우면서도 현대적 감각에 집중하여 빛을 발하였다. 이러한 점은 그동안 한국창작 무용에서 동시대적 감각을 구현하려 노력한 김혜림 예술감독의 세계와 제주도립무용단의 정체성이 합을 이루어 나타난 모습일 듯하다. 이번 작품은 민속의 새로운 발견 속에서 동시대적 감각을 창출하는 제주도립무용단의 책무 속에서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계기로 충분할 듯하다.   

 


 

이번 무대는 코로나바이러스19로 인해 최소 인원만이 극장에서 관람하였고 유튜브 등으로 송출되어 아쉬움을 해소하고자 하였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영상을 통해 무대공연예술이 대중과 소통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무대의 호흡을 함께 못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공간의 확장성을 통해 쉽게 볼 수 없는 공연을 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서울 공연이나 유수의 세계 공연을 실시간으로 접하여 이를 즐기지 못한 대중이 공유할 수 있는 점도 그렇지만 반대로 지역의 활동을 이러한 형식으로라도 살펴볼 수 있다는 측면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위드코로나 시대, 온라인을 통한 영상 송출이 전면적이지는 않더라도 앞으로 완충적 형태의 존재적 의미와 홍보의 수단의 장치라는 점에서 여러 단체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글_ 김호연(무용평론가)

사진제공_ 제주도립무용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