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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현대인의 감춰진 내면에 대한 고찰 –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 <두 개의 혀-A Double Tongue>

무용에 있어서 장르 구분이 무의미해진 가운데 발레와 현대무용의 춤 어휘를 결합해 컨템포러리 댄스의 특성을 구현하고 있는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안무 조현상)가 2월 19~21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을 가졌다. 〈두 개의 혀-A Double Tongue〉는 현대인들이 지닌 페르소나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두 개의 혀란 먼저 말한 것을 반복하거나 이간질한다는 뜻을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두 개의 혀란 스스로가 만들어낸 다양한 페르소나들로 인해 자아를 잃어가는 우리의 모습을 자각시키고자 두 개의 인격을 뜻하는 듯하다. 무대 위 ‘광대’의 모습은 자기의 모습을 감추고 누군가 원하는 다른 얼굴로 바꿔 가면서까지 치열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에 대한 은유이다. 무용수 역시 무대 위에서 관객에게 희론애락을 전달하고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광대로 표현된다. 이 공연은 무용수들이 처음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가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였다.     

 

 

ⓒ옥상훈

 

공연이 시작되면 피에로 분장의 무용수(안송은)가 분장실에서 분장을 하고 있다. 그녀는 발랄한 음악에 맞춰 붉은 입술을 더욱 크게 과장되게 그리며 주제를 암시했다. 이후 점프수트 스타일의 의상으로 갈아입고 잠시 동전으로 마술을 보이기도 하며 변형된 흰 세트 앞에서 리듬감 있는 솔로를 펼쳤다. 분리와 조합이 가능한 흰 대형 나무세트 뒤에서 2명씩 등장한 검은 의상에 검은 수모, 흰 얼굴 분장의 6명의 무용수들은 듀엣과 군무를 번갈아가며 정형화되기 보다는 비교적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구성과 변형을 이뤄갔다. 중간 흰 세트를 입구 형태로 바꾸고 그들은 영어로 숫자를 외치는 구령에 맞춰 숫자에 적용된 동작을 실행했다. 서로 같음과 다름을 평가하고 그려내는 가운데 그들은 다양한 어휘를 구사했고, 급박하게 바뀐 음악에 두 명씩 듀엣으로 합을 맞췄다. 

 

 

ⓒ옥상훈

 

흰 구조물은 여러 형태로 바뀌며 좁은 공간을 활용했고, 안송은은 처음의 베이지색 의상에서 붉은색 의상으로 갈아입고 또 다른 인격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솔로와 트리오를 통해 분열된 자아를 그려내는 무용수들의 기량이 좋았고, 후반부 흰 구조물이 맞물려 닫히며 무용수들은 사라졌다. 여기까지가 엔딩으로 끝나는 것이 더 상상력을 남기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첫 장면처럼 다시 분장실과 남성 무용수가 등장하고 다시 초반부의 가벼운 군무가 이어졌다. 안무가는 민경림, 박재혁, 안송은, 이영실, 이종은, 이효선 무용수와 더불어 소극장 무대가 좁게 느껴질 만큼 크게 공간을 활용하고 있었다. 주인공 역할을 맡은 안송은의 활약이 컸는데, 현대적 감성을 물씬 풍기며 작은 체구에서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다른 무용수들도 컨템포러리 발레의 해체되고 자유로운 움직임을 담아내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두 개의 혀-A Double Tongue〉는 발레 움직임에 근간을 두고 여기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하고 직관적인 메시지를 담은 것이 특징이었다. 또한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기 두려워하며 스스로 만든 가면 속에서 자아를 잃고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객관화하는 동시에 살짝 비틀어 꼬집는 작품이었다. 무용수들의 동선이 컸기에 대극장에서 더 확대된 움직임을 펼쳤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기존에 안무가가 보여주었던 프레임에서 많이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출했고, 현대인의 심리를 투영하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글_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제공_한국문화예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