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3회를 맞이한 <내일을 여는 춤>이 1월 26일부터 3월 13일에 걸쳐 장기간 여러 무용가들의 다양한 작품으로 한국춤의 미래를 도모했다. 특별히 <내일을 여는 춤>의 의의는 (사)창무예술원이 1998년부터 기획해 온 행사로 유수의 무용가들이 참여해 그 위상을 입증해 온 행사로서, 참가자들이 전통과 창작의 결합을 통해 예술적 역량을 고양시키는 데 있다. 또한 한국창작춤에 있어서 유용한 자산이 되어왔던 전통이 우리 창작춤에 어떠한 방식으로 결합, 접목되는가를 연구하여 전통춤을 토대로 안무한 창작품을 동시에 선보이며 상호접합과 충돌의 측면들을 확인해 보는 무대로 작용하고자 했다. 이 행사 중 필자는 3월 9~10일 김경희의 <김영희류 산조>를 관람했다.
김경희가 추었던 <김영희류 산조>는 작고하신 김진걸 선생으로부터 <산조춤- 내마음의 흐름>을 사사 받은 故 김영희 선생이 1994년 자신만의 산조춤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추었던 미발표작이다. 지속적으로 추어지긴 했으나 실제 무대에서 발표되지 않았던 만큼 그 원형에 대한 기대감이 깃든 작품이기도 했다. 이번 무대 역시 이후 미발표된 산조춤의 맥을 잇는다는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무대에 올려졌다. 김영희류 산조춤은 달빛 아래서 내 마음의 풍경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서 표현해냈다는 점에서 서사를 넘어 감정의 심연에 다다랐다. 안무자는 이러한 측면에 집중해 한국적 정서를 담아 정교한 춤으로 풀어나갔다.
산조춤은 산조음악에 맞춰 독무로 추는 춤이나 그녀의 산조춤은 여러 명의 악사, 2명의 제자와 함께 산조 흐름을 타며 김영희류 산조의 심상과 춤사위를 적절하게 다뤄 창작했다. 안무자 김경희는 선화예고와 이화여대를 거쳐 국립국악고등학교에서 오랜 세월 학생들을 지도한 교육자이다. 또한 김매자 선생에게 사사했고 무트댄스에서는 故 김영희 교수의 가르침을 통해 탄탄하게 다져진 기본기를 갖췄다. 우지영, 조상희 역시 국립국악고등학교와 이화여대를 거쳐 훌륭한 춤집을 보이며 김경희와 어우러져 에너지를 보강했다. 그녀는 흰 색에 꽃무늬가 들어간 우아한 의상을 입고 가락에 맞춰 단아한 춤을 선보였다. 맺고 푸는 데 있어서 강약이 조절되었고 3인이 앞뒤를 바꿔가며 깊은 호흡으로 춤을 추었다. 또한 순간순간의 고조와 가벼운 발사위로 흥을 돋우기도 하였다. 초반부 긴장감에 경직된 인상도 없지 않았으나 이내 무대를 즐기며 마지막까지 호흡을 잡고 깊이 있게 마무리를 했다.
김경희는 가냘픈 몸매에서 나오는 춤의 분위기가 가볍지 않았고, 긴 팔에서 나오는 선은 부드러웠으나 그 응축된 힘이 강렬했다. 세 사람은 서로가 시너지 효과를 내며 소극장 무대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었다. 특히 한국창작춤은 전통과 창작이라는 어느 지점에 무게가 실리든 용이하지 않은 작업이라는 점에서 그 중심을 잡는 모습이 야무졌다. 그녀는 교육자의 역할에 충실해 그동안 한국무용계에서 이름을 알리며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저력 있는 무용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내일을 여는 춤>이 다소 초반부에 비해 의도가 흐려지긴 했으나 전통 활용의 방식과 범위를 확장시켜 제시하며 진정한 의미의 전통 계승과 한국적 미의식을 포착하는 예술적 역량을 발견하는 무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김경희의 작업은 이에 적합한 무대가 아니었나 싶다. 앞으로도 더욱 배움을 위해 노력하는 한국무용가의 면모를 갖추고 정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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