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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_ 인문학적 춤읽기


2013년 12월
2013.12.16
오페라 속의 춤: 오페라와 발레의 화려한 결혼과 아름다운 이별


 ‘인문학적 춤 읽기’는 현재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는 인문학과 예술의 근본적 미학을 이루는 춤을 연계해 인문학을 통해 춤을 이해하고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 따라서 각 학문의 요체를 인지,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보다 발전된 현재의 흐름을 읽고 대중과의 소통을 도모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아래의 글은 국립예술자료원 주최로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된 강연 원고에 기초하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에서 볼 수 있듯 고대 유럽 사람들은 다양한 신들을 섬기는 다신교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 문학과 음악과 춤이 하나로 어우러진 고대 그리스 연극은 이런 신들, 특히 포도주와 예술의 신 디오니소스에게 바치는 제사이자 인간을 위한 축제였다. 그러나 그리스도교가 서유럽을 지배하게 되면서 고대의 신들은 밀려났고, 중세 천 년(대략 5-15세기) 동안 음악, 미술, 연극 등의 예술은 대부분 기독교 유일신의 영광을 찬미하기 위해 존재했다. 물론 세속적인 예술도 있었지만 교회음악이나 교회미술에 비하면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자연과학과 이성의 발전에 힘입어 예술은 다시 인간을 위한 것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고대 그리스의 정신과 예술을 되살리려는 르네상스 시대가 시작되었고, 그 절정기에 탄생한 것이 오페라(opera. ‘작품’이라는 뜻)라는 새로운 예술이었다.


 최초의 오페라는 1597년에 이탈리아 예술가와 귀족들의 스터디그룹에서 태어났다. 야코포 페리(Jacopo Peri)의 <다프네>라는 작품인데, 기록만 있고, 악보는 남아 있지 않다. 피렌체의 ‘카메라타’(camerata. ‘작은 방’이라는 뜻)라는 모임에서 고대 그리스 연극을 복원하려는 사람들이 실험해본 종합예술이자 총체예술이 바로 오페라였고, 그리스 연극을 모범으로 삼았기 때문에 극의 내용도 대개 신화와 영웅담에서 가져왔다.


 종합예술인 오페라에는 초창기부터 대부분 춤이 따라다녔다. 초기 오페라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작곡가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L'Orfeo>(1607년 만토바 초연)에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결혼을 축하하는 혼례의 춤이 등장한다. 춤, 노래, 기악 연주, 연극이 혼합된 영국의 전통 종합예술형식 '마스크'는 퍼셀의 오페라 <디도와 에네아스Dido and Aeneas>(1689년 초연)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데, 디도가 에네아스에게 배신당하고 자결하는 마지막 장면에서의 발레는 깊은 슬픔과 절망을 고요함으로 승화시킨 걸작이다.


 17세기 루이 14세의 궁정에서 왕실 작곡가 장 바티스트 륄리는 오페라 발레를 기초로 해 본격적인 프랑스 오페라 형식을 확립한다. 그리고 그 명칭을 '서정비극(tragedie lyrique)'이라고 붙였다. 장르명은 '비극'이지만 내용상 반드시 비극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고, 바로크 오페라 특유의 해피엔딩도 많았다. 이 장르는 화려한 발레를 특징으로 하며, 륄리의 오페라에 수록된 발레곡들은 독립된 관현악 모음곡으로 발전했다. 서정비극은 1) 아리아 2) 대사 3) 합창 4)춤 등을 혼합한 형식이었다.


[사진 1] 국립오페라단 2013년 <박쥐> 공연 중 파티 장면의 춤

 서정비극은 프랑스 고전비극의 전통대로 기본적으로 5막 형식으로, 이는 후에 19세기 프랑스의 그랑도페라(Grand'opera) 형식에도 반영되었다. 서정비극 16개 작품을 통해 륄리는 프랑스풍 오페라 서곡 형식을 확립해 개막을 알리는 동시에 극장에 입장하는 국왕을 환영하는 음악으로 사용했는데, 이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서곡 '신포니아'와는 차이가 있었다. 대본가 장 필립 퀴노는 국왕 및 국가에 대한 찬양과 기사의 모험담 및 연애담을 적절히 섞어 넣은 대본을 륄리에게 제공했다.


 서정비극 대부분은 '사랑과 명예의 모티프'를 핵심주제로 삼았다. 자신의 유약함과 약점을 극복하는 영웅의 성장담과 유일한 여성에 대한 사랑은 기사의 명예와 직결된다. 귀족 신분의 남성들은 일관성 있게 한 여성에게 구애하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냉정하고 이성적인 태도로 자신의 감정을 제어해야 하며, 그 열정과 에너지를 도움이 필요한 약자들을 돕는데 쓰도록 교육 받았다. 이와 같은 태도는 륄리의 오페라 <카드뮈스와 에르미온Cadmus und Hermione>(1673년 파리 초연)에서 잘 나타나며, 여러 곡의 발레를 통해서도 표현되고 있다. 특히 륄리의 뒤를 잇는 바로크 후기 프랑스 작곡가 장 필립 라모의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Les Indes galantes>(1736년 파리 초연)에는 폴로네즈, 미뉴에트 등 다채로운 궁정 댄스가 등장한다.


 오페라 속의 춤은 결혼식 장면에 가장 빈번하게 나타난다. 18세기 후반 고전주의 시대에 탄생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1786년 빈 초연) 중 백작의 하인 피가로와 하녀 수잔나의 혼례의 장면에서도 18세기 궁정댄스와 평민들의 춤을 감상할 수 있다. 글루크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Orfeo ed Euridice>(1762년 초연)에는 빛으로 가득한 세계와 어둠의 세계로 저승의 양면을 표현하는 긴 하계(下界) 장면에 발레가 쓰였다.



[사진 2] 고양아람누리 2013년 <카르멘> 공연 중 집시들의 플라멩코


 낭만주의와 사실주의 시대의 오페라에서도 발레는 사라지지 않는다. 19세기 파리 코티잔(courtesan)의 파티 장면이 두 차례 나오는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1853년 파리 초연)에서는 발레 댄서들이 '집시들의 노래'와 '투우사의 합창' 장면에서 화려한 춤을 보여주며, 비제의 <카르멘Carmen>(1875년 초연) 역시 집시의 술집 장면에서 떠들썩한 플라멩코 군무가 등장한다.


 유명한 왈츠 곡이나 폴로네즈가 오페라에 직접 쓰이는 경우도 많고, 그 반대로 오페라를 위해 작곡된 춤곡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천둥번개 폴카'와 '박쥐 왈츠'는 빈의 상류사회를 풍자한 그의 오페라 <박쥐Die Fledermaus>(1874년 빈 초연)의 송년 파티 장면에서 대단히 효과적으로 쓰였다. 푸슈킨의 원작을 토대로 한 차이코프스키의 걸작 오페라 <예프게니 오네긴>에 등장하는 무도회의 '오네긴 왈츠'와 '폴로네즈'도 널리 알려진 걸작 춤곡이며, 레하르의 <메리 위도우>에서는 멜로디가 귀에 익은 '메리 위도우' 왈츠 장면을 만날 수 있다. 구노의 <파우스트>에 쓰인 '파우스트 왈츠'와 '메피스토 왈츠'도 유명하다. 폰키엘리 오페라 <라 조콘다>의 '시간의 춤', 바그너의 <탄호이저>에 나오는 '바카날'(디오니소스 제전)과 생상스의 <삼손과 델렐라>에 등장하는 '바카날', 베르디 <아이다> 개선 장면 역시 압도적인 군무 장면. 벤저민 브리튼의 <베니스에서의 죽음> 등의 현대오페라에서도 발레와 현대무용이 등장하는 장면은 종종 볼 수 있다.



글_ 이용숙(음악평론가)
독문학/음악학/공연예술학 전공, 오페라 전문 평론가 겸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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