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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_ 춤비평 담론


2017년 4월
2017.05.02
춤에 있어서 한국적인 것 - 몸을 통해 만들어가는 ‘문, 사, 철’ 그리고 ‘나, 한국, 세계’의 아름다운 공존

[사진1] 국립현대무용단 <혼합>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한 때 이런 말이 유행했다. 동의할 수도 없고, 부정할 수도 없다. 어쩌면 ‘한국적인 것’은,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예술인들에게 있어서, ‘뜨거운 감자’와 같은 존재일지 모른다. ‘한국적인 것’은, 그저 한국적일 수밖에 없을 수 있다. 한편 ‘한국적인 것’이 아닐지라도,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음도 물론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은 아니 생각할 순 없겠다. 우선 심리적인 세팅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국적인 것은 구심력이요, 세계적인 것은 원심력이다.” 이런 의식을 갖는 자세가 중요하리라고 본다. 그런 전제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실천적 작업이 필요하다. 자전거의 바퀴가 굴러가는 것은 이런 구심력과 원심력이 팽팽하게 맞서기에 가능한 것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지구 또한 그렇지 않은가? 우주에 존재하는 구심력과 원심력으로 인해서 지구는 오늘도 돌아간다.

 나와 내 작품이 원활하게 잘 돌아가기 위해선 늘 ‘구심력’과 ‘원심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의 또 다른 개념이 ‘한국성’과 ‘세계성’일 수 있다. ‘한국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한국적인 작품만 봐서 만들 수 없고,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이나 그런 경향을 쫒아간다고 가능하지 않다.

 고리타분한 사자성어로 생각할지 모르나 여기에서도 “화이부동(和而不同)”이 중요하다. 공자가 말한 군자(君子)의 삶의 태도다. 공자는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라고 얘기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을 ‘소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없는 것처럼 자신이 ‘화(和)’라는 개념을 염두에 두고 그에 근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것이 착각일 경우가 많다. 특히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에선 더욱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작업은 남의 것과는 같지 않은 아주 독창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착각이다! 또한 그런 결과물이 많은 사람과 작품과 잘 ‘어울림’(和)을 통해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또한 대단한 착각일 수 있다!

 사실 많은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작업, 특히 유감스럽게도 ‘춤’과 관련한 작업에선 오히려 이런 ‘화(和)’의 의미와 ‘독창성’이 많이 결여된 경우를 보게 된다. 왜 이런 착각을 하는 것일까?

 좀 더 극단적인 단어를 가져온다면, 왜 이토록 ‘오만과 편견’에 사로 잡혀있는 것일까? 이건 예술가들이 너무 자신의 작업에만 빠져있기 때문에 그렇고, 타인의 작업의 특장(特長)을 잘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국적인 것’으로 돌아와서 생각해보자. 한국적인 작품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아마 이 땅의 예술가라면 상황과 정도가 다를지라도 누구나 그런 것을 생각했을 거다. 그런데 보통의 아티스트들은 과거를 피상적으로 이해하거나, 대단치 않기 때문에 고려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대단히 실례일지 모르나 무용하는 분들이 더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하기에 ‘과거의 축적’을 보는 태도와 인식이 부족하다. 그러니 정말 실례되는 말일지 모르나 늘 “그 안에서, 그 정도의 수준”의 작품이 반복적으로 양산되는 것일지 모른다. 나는 춤계가 진정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타인의 작품에 대해서 ‘열린 마음’으로 볼 수 있는 태도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통계자료라는 근거가 없어서 비난을 할지 모르나 솔직히 여러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두루 교류하면서 춤계에 계신 분들이 가장 타인의 춤작업에 대해서 무지하거나, 또한 실제적으로 지나친 비평(더 정확히 말하면 ‘비난’일지도 모른다)적 태도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았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예술을 통해서 ‘나’를 찾거나 부각시키는 작업이 중요할수록 결국 ‘남’의 작업에 대한 올바르고 긍정적인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볼 때 진정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이 공존하면서 춤에 있어서의 한국적인 담론에 ’의미있게 혹은 가치있게‘ 등장할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 한국무용사의 맥락에서의 그간 일련의 작품에 대한 통시적(通時的) 관점이 절실하다. 그리고 이런 것을 전제로 해서 ’지금,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춰야 한다. 이런 태도와 안목을 바탕으로 해서 올바른 공시적(公示的)인 관점이 생겨날 수 있다. 이런 통시적 사고와 공시적 관점을 마치 씨줄과 날줄로 엮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지금 여기서 나라는 ‘존재’와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작품’이 어떻게 존재하는 것이 올바른가?” 이런 좌표 설정을 해낼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만들어낸 작품이 곧 그래도 ‘한국적’이고, ‘세계적’인 작품일 수는 없지만, 분명 ‘나’를 기반으로 해서 이런 일련의 작품이 지속되어질 때 그건 ‘나 - 한국 - 세계’를 삼위일체(三位一體)하거나, 삼자공존(三者共存)하는 작품으로 차츰 자리 매김할 수 있다.

 춤에 있어서 한국적인 것에 대한 담론과 연관해서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을 상반(相反)으로 여기는 시각도 문제다. 이건 상반된 것이 아니라, 상보(相補)인 것이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둘째, ‘한국적인 것’이 선험적(先驗的)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가 한국 사람이고, 한국무용을 배웠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하든 거기에 ‘한국적인 것’이 내재되어있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셋째, 이 지면의 글로서는 더욱 역설적이고 발칙하게 들리겠지만, ‘한국적인 것’이 궁극적인 ‘목표’로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적인 것’은 ‘수단’이라는 생각이 요구된다. 오히려 ‘한국적인 것’을 ‘수단’으로 삼아서 작품에 접근할 때 오히려 신선하고 독창적인 결과물이 탄생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사진2] 국악 그룹 ‘공명’의 몬트리올 공연

 사람들이 ‘한국적인 것’을 생각할 때의 잘못된 착각이 있다. ‘한국적인 것’이라는 것도 ‘모방’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창조’가 되어야 한다. ‘한국적인 것’에서도 한국적인 ‘모방’과 한국적인 ‘창조’가 있다. 지금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실제적인 결과물이, ‘모방’인가? ‘창조’인가? 이것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한국적인 ‘창조’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결국은 문(文) -사(史) - 철(哲)이다. 요즘 잘 쓰는 말로 ‘인문학’적인 기반이다. 이런 것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가 필요하고, 또한 무용가는 학자가 아닌 이상, 이것을 자신의 ‘몸’과 자신의 ‘춤’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형상화될 것인가에 대한 꾸준한 의문과 실천이 필요하겠다. 자신의 마음과 몸에 이런 것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것이 때론 그저 ‘지식’으로 존재하는 경우는 또한 아쉽다. 그런 것을 자랑하면서, 자기 만족하는 아티스트도 꽤 있다. 이런 것이 지식과 정보의 차원을 넘어서 ‘의식’이 되어야 하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체화(體化)’되었을 때 원하는 것이 나올 수 있다. 궁극적으로 ‘한국적인 것’도 결국은 ‘의식과 체화’라는 단어와 개념으로 귀결된다.

 예술에 있어서 ‘한국적인 것’과 관련해서, ‘월드뮤직’의 개념과 한국 전통악기 혹은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그룹들의 세계음악시장 진출이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월드뮤직의 이상형은 무엇일까? 지역음악의 특수성과 세계음악으로서의 보편성이 공존해야 한다. 어느 한쪽에만 치우칠 때 그건 ‘월드뮤직’일수 없다. 이건 어쩌면 떨어지지 않고 가야만 하는 외줄타기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외줄을 타는 사람만이 경험하는 희열이 있고, 또한 그런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는가?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춤과 세계춤을 두루 섭렵하면서 여기서 ‘보편성’과 ‘특수성’을 자신의 안목으로 바라볼 수 있고, 또한 이런 것을 전제로 해서 만들어낸 ‘창조’적인 결과물이 궁극적으로 ‘춤에 있어서 한국적인 것’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글_ 윤중강(국악평론가, 공연연출가)
무형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KBS클래식FM '흥겨운 한마당‘ 진행/ 만요컴퍼니 예술감독

사진 출처_
사진1_ 국립현대무용단 홈페이지(http://www.kncdc.kr/ko/performance/detail?boardMasterSeq=1&boardSeq=278)
사진2_ http://can-montreal.mofa.go.kr/webmodule/htsboard/template/read/korboardread.jsp?typeID=15&boardid=9784&seqno=1111295&tableName=TYPE_LEGATION

*사진과 본문의 내용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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