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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춤(2)

지난 연재에 이어 소개하는 <영화 속 춤> 두 번째 시리즈에서는 2015-16시즌 아르떼(ARTE)영상의 후반 40장면을 정리한 자료와 뮤지컬 영화를 중심으로 영화와 춤의 관계에 대해 살펴본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춤 장면들은 영화 속 서사 구조 안에서 의미를 갖는다. 다시 말해 영화의 서사 속에 존재하며 서사적 관계 속에서() 정당화 될 수 있다. 이는 마치 삶 속에 춤이 존재하는 방식과도 같다. 춤은 삶 속에 늘 존재한다. 춤은 어떤 순간 갑작스럽게 출현하기도 하며 삶과 연결된 어떤 특별한 지점에서 삶과 일시적으로 만나기도 한다. 춤과 노래는 또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때로는 더 쉽게 표현하기도 한다. 실제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춤 장면들을 살펴보면, 예를 들어 솔로로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들 대부분이 인물의 내적 독백이나 내면의 감정들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춤이나 노래는 인물의 감정과 심리를 사실적인 언어보다 더 은유적으로 더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 속 장면이 춤과 음악으로 연출될 때 감정이 더 잘 와 닿기도 하는 것이다.

 

  춤은 1895년 뤼미에르 형제의 최초의 영화와 함께, 영화가 탄생한 순간부터 영화 속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1900-1902년 사이에 프랑스 Gaumont(현존하는 가장 오래 된 영화사)에서 상영된 영화의 절반이 모두 춤 영화였을 정도로 춤은 매우 빠른 속도로 영화 속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영화의 선구자 뤼미에르 형제의 촬영 스텝들은 당시 티롤(오스트리아 민속춤), 자바, 이집트 춤들에 매우 매료되어 있었으며 모던댄스의 선구적 안무자인 로이플러의 뱀의 춤(Loïs Fuller, The serpentine dance)은 뤼미에르 형제, 멜리에스 그리고 앨리스 가이 블라쉬 와 같은 초기 영화 감독들에 의해 수차례 영화화 되었고 공연 무대 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처럼 영화의 탄생 초기부터 영화 속에 확실히 자리잡기 시작한 춤은 1950년대까지 뮤지컬 영화를 통해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다. 여기서 댄스 필름의 세명의 주요한 창시자들과 영화에 대해서 잠시 살펴보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무용사의 관점에서 댄스 필름의 선구자는 마야데런(Maya Deren, 1917-1961)으로 여겨지며 비디오 아트의 맥락에서 비디오 댄스의 선구자는 백남준(1932-2006)으로 보고 있다. (비디오 아트와 비디오 댄스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함) 그리고 춤과 영화와의 관계에서 마야데런 못지 않게 중요한 영향을 끼친 감독으로는 찰리 채플린(1889-1977)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무성영화 시대에 제작된 찰리 채플린의 Tango Tangles (찰리의 오락, 1914, 12)과 같은 단편 영화들이 댄스 필름의 맥락에서 많이 연구되고 있지만 채플린은 그의 거의 모든 영화에서 자신만의 특유한 몸 동작과 춤의 언어를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채플린의 영화에 등장하는 수 많은 춤 장면들은 앞서 언급한 삶 속에 춤이 존재하는 방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콧수염을 기른 채플린 특유의 룩이 아직 생겨나기 전에 제작된 영화 <찰리의 오락>에서 배우들은 시골 축제같은 일상의 무대를 배경으로 삶 속에 내재한 자신들만의 춤을 보여주고 있다.

 

  1차 세계 대전과 대공황을 겪으면서 대중들은 희망과 꿈을 갈망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대중의 정서에 부합하는 밝고 오락적인 대중 예술이 뿌리내리기 시작하면서 뮤지컬 영화는 전성시대를 맞이한다. 헐리우드의 대형 스튜디오들은 스타 배우들을 본격적으로 양성하며 전설적인 영화들을 제작한다. 워너브라더스는 버스비 버클리와 그리고 메트로-골드윈-메이어 스튜디오는 주디 가렌디와 손을 잡고 걸작 오즈의 마법사(1939)를 제작하였으며 이후 진 켈리 같은 뮤지컬 배우들의 황금시대가 이어진다. 당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춤의 장르는 다양하지 않았는데 몇 안되는 작품들 중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블랙스완(2011)의 전신이 되었던 발레를 다룬 영화 마이클 파월의 분홍신(1948)을 들 수 있다. 소수의 몇몇 작품들을 제외 하면 당시 영화에서 다루었던 춤들은 거의 모두 뮤지컬 장르였다고 할 수 있다.

 

  진 케리의 <사랑은 비를 타고(1952)>와 같은 낭만적이고 유쾌한 주제의 뮤지컬 영화들은 50년대 이후 침체기에 들어선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와 같은 성공작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장르는 점점 어둡고 무거워졌으며 사회적 정치적 도덕적으로 타부시 되는 주제들을 거침없이 다루기 시작한다. 1930년 대공황 시기에 미국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고 성공을 예찬 했었던 낙천적이고 오락적인 주제들은 비극적이고 어두운 주인공의 일상을 다루기 시작했다. 다만 이 암흑기에 디즈니 만화 영화만이 뮤지컬 영화의 명목을 이어갈 뿐이었다. 60-70년대는 제3세계의 음악까지 폭넓게 수용하는 새로운 경향의 음악들이 주류를 이루며 록 뮤지컬의 시대가 펼쳐진다. 대표적으로 록키 호러 픽쳐 쇼(1975),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1971) 와 같은 작품을 들 수 있다1990년대 이후 뮤지컬 영화는 형식의 구분이 없어진 다양한 양상으로 발전하여 왔고 영화 속 춤의 장면들도 다양한 영화 장르 만큼이나 더욱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게 되었다.

 

  두 번의 연재를 통해서 소개한 영화 속 춤 장면들이 춤 영화 감상 시 특정 장르의 춤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시각에서 춤과 영화의 매력적인 콜라쥬를 즐기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ARTE영상 링크

<영화 속 춤> 참고자료 

 

ARTE 영상 자료 순서에 따른 리스트 [2]


41. L’as de pique(블랙 피터), Milos Forman(밀로스 포만), 1964

42. Et Dieu créa la femme(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 Roger Vadim(로제 바딤), 1956

43. Titanic(타이타닉), James Cameron(제임스 카메론), 1997

44. Billy Eliot(빌리 엘리어트), Stephen Daldry(스티븐 돌드리), 2000

45. Fish Tank(피쉬 탱크), Andrea Arnold(안드리아 아놀드), 2009

46. Mommy(마미), Xavier Dolan(그자비에 돌란), 2014

47. Moi et toi(미 앤 유), Bernardo Bertolucci(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2012

48. Tip top(팁 탑), Serge bozon(세르지 보종), 2013

49. Memory of love(사랑의 기억), Wang chao(왕초), 2009

50. Dirty dancing(더티 댄싱), Emile ardolino(에밀 아돌리노), 1987

51. The bridges of madison(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Clint Eastwood(클린트 이스트우드), 1995

52. Marche à l'Ombre(프랑과 달러), Michel Blanc(미셸 블랑), 1984

53. Tonnerre, Guillaume brac, 2013

54. La Ricotta(Curd Cheese), Pier Paolo Pasoloni(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1963

55. Mia Madre(나의 어머니), Nanni Moretti(난니 모레티), 2015

56. Carnival of souls(영혼의 카니발), Hank hervey(허크 하비), 1962

57. Evil Dead2(이블 데드2), Sam raimi(샘 레이미), 1987

58. It’s a wonderful life(멋진 인생), Frank capra(프랭크 캐프라), 1946

59. Naissance des pieuvres(워터 릴리즈), Céline Sciamma(셀린 시아마), 2007

60. Prologue(풋라이트 퍼레이드), Busby berkeley(버스비 버클리), 1933

61. The gold rush(황금광시대), Charles chaplin(찰리 채플린), 1925

62. My own private idaho(아이다호), Van sant(구스 반 산트), 1991

63. Napoleon Dynamite(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Jon Heder, 2004

64. Grigris(그리그리스), Mahamat-saleh haroun(무함마드 살레 아룬), 2013

65. Nos années sauvages(아비정전), Wong Kar wai(왕가위), 1990

66. Beau Travail(아름다운 직업), Claire Denis(클레르 드니), 1999

67. The aristocats(아리스토캣), Wolfgang Reitherman(볼프캉 레이더먼), 1970

68. Madagascar(마다가스카), Eric Darnell(에릭 다넬), 2005

69. Fantastic Mister Fox(판타스틱 Mr. 폭스), Wes Anderson(웨스 앤더슨), 2009

70. Toy Story 3(토이 스토리 3), Lee Unkrich(리 언크리치), 2010

71. My sister eileen, Richard quine(리차드 퀸), 1955

72. Mother(마더), Bong joon ho(봉준호), 2009

73. Saturday night fever(토요일밤의 열기), John badham(존 바담), 1977

74. Simple men(심플맨), Hal hartley(할 하틀리), 1992

75. Pierrot le fou(미치광이 삐에로), Jean-luc godard(장 뤽 고다르), 1965

76. Moonrinse kingdom(문라이즈 킹덤), Wes anderson(웨스 앤더슨), 2012

77. Spring breakers(스프링 브레이커스), Harmony korine(하모니 코린), 2012

78. Ma première brasse, Luc moullet(뤽 물레), 1981












_박은영 (작가, 파리 1대학 조형예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