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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칼럼

블랙페이지

무용계 내 성폭력, 성적 관계가 아니라 권력에 의한 폭력이다

미투 운동이 전개된 지 두 달이 지났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폭로가 신문 지상을 장식하는 것에 대해 피로감을 느꼈는지, 미투 운동이 과열되었다거나 무분별한 폭로로 미투 운동이 변질되었다는 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언론에서는 ‘미투 가해자’라는 조어를 통해 ‘성폭력’의 대체어로 ‘미투’를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과거 ‘나쁜 손’이나 ‘몹쓸 짓’과 같은 단어로 성폭력을 대체하던 것과 비슷한 문법이다. 가해자가 권력을 갖고 있지 않거나 일회성 성추행은 미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자의적인 기준으로 미투를 정의하는 이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주문하다 누군가 “김치찌개 하나요” 하면 뒤이어 “미투”, “미쓰리” 하는 식으로 ‘미투’를 희화적으로 사용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일도 자주 있다. 회사에서 중년 간부가 부하 직원들을 향해 “미투 당할까봐 무서워서 살겠나”라거나 “왜, 김 대리도 미투하게?”라고 말하는 예도 있고 한다. ‘미투’로 대변되는 성폭력 고발 운동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감능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권력에 의한 위계가 작동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겪은 피해자의 고통 앞에서, 이제야 겨우 입을 열기 시작한 피해자를 두고, 미투를 농담으로 전유하거나 “너의 폭로는 진정한 미투가 아니다”라고 부인할 수 있을까? 미투는 ‘나도 당했다’를 넘어서 ‘나도 고발한다’라고 외치는 정치적 선언이다. 미투 운동이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이유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나눌 수 있어서가 아니라 나의 고발을 통해 피해를 숨기고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세상을 바꾸겠다는 정치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예술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미투 운동에 동참한 연극계에서는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을 결성해 “권위주의 문화와 위계에 의한 폭력, 그리고 모든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까지, 이러한 폐단의 고리를 끊어내겠다”고 선언했다. 연극계만큼 활발하지는 않지만, 국악계에서도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들여다보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지난해 국악잡지 <라라>에서는 설문과 탐사를 통해 국악계 내 성폭력 실태를 살펴보는 기획 기사를 진행했고, 지난 3월에는 ‘국악, 안녕한가요?’라는 집담회를 통해 젊은 국악인들이 국악계 현장의 고민을 공론화하는 자리를 가졌다.

예술계에서 무용계의 반응과 움직임은 아직 미온하다. (사)한국무용협회는 무용인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미투유투(내 인권, 네 인권 모두 소중하다) 교육과 운동을 실천”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고, 춤비평가협회에서는 이지현 평론가가 <춤웹진>에 두 차례의 시평을 기고하며 미투 운동이 춤계 자정의 계기가 되어야 하며, 반성과 변화를 촉구했지만 이에 따른 실천은 아직 없다. <댄스포스트코리아>에서는 지난 호부터 ‘무용계 블랙페이지를 쓰다’라는 제목으로 무용계 적폐 현상을 드러내고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블랙페이지 1’에서는 무용계에 만연한 노동력 착취를 ‘열정페이’라는 주제로 기사를 게재하였고, 이번 호에서는 무용계 내 성폭력 문제를 다룬다.

‘블랙페이지’는 인터뷰, 사례조사 및 설문조사에 근거하여 무용계의 대표적인 적폐 현상을 다루며, 더불어 적절한 대안까지도 제시한다. ‘블랙페이지’는 특정인에 대한 고발과 응징이 아니라 무용생태계가 자정되어가는 역사적 기록의 한 부분으로써, 또 무용인들이 건강한 주체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성찰과 용기를 북돋우는 통로로 기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블랙페이지’의 배후에는 그 누가, 그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무용계의 성숙한 발전을 위하는 편집진의 의지만 있을 뿐이다. 한 사회의 변화와 성장은 구성원들의 참여와 소통에 달려 있다. 이 말은 무용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만이 무용계를 변화하고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무용생태계의 변화를 원한다면 ‘블랙페이지’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길 요청드린다. ‘블랙페이지’에 등장하는 사례는 언론에 공개된 내용이 아니라면 특정인을 명기하지 않으며, 여러 사례를 엮어 하나의 사례로 가공한다. 그러므로 원하지 않는다면 제보자의 신원은 일절 밝히지 않는다. 적폐로 고통을 받았거나 피해를 보았던 무용인들은 자신의 사례를 과감히 제보하고 공유해 줄 것을 거듭 요청드린다. 그리고 ‘블랙페이지’가 끝나는 그 날까지 독자 여러분들의 뜨거운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제보 내용은 dpk0000@naver.com으로 보내주십시오)

미투 운동에 대한 무용계의 반응이 미온적이라고 해서, 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해서 성폭력 청정지대는 결코 아니다. 무용계에서 흔히 발생하는 성폭력 사례와 언론에 사회적 문제로 기사화된 사례를 펼쳐 보면 다음과 같다.


#1. 성범죄자로 드러난 인간문화재의 민낯

연극계에서 연희단거리패의 예술감독이었던 연출가 이윤택이 저지른 성폭력에 대한 고발이 일어나면서 밀양연극촌의 촌장이었던 국가무형문화재 제68호 밀양백중놀이 기능보유자 하용부의 성폭력이 함께 고발되었다. 지난 2월 한 피해자가 인터넷 익명게시판을 통해 “밀양연극촌 신입 단원 시절 연극촌장인 하 씨에게 연극촌 인근 천막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며 피해 사실을 고발했고 뒤이어 2건의 성폭력 사건이 더 폭로되어 충격을 안겼다. 하용부는 고발이 있은 지 일주일여 뒤에 한 매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성폭력 사실을 인정하고 법적 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 인간문화재도 반납하겠다고 확언한 바 있다. 문화재청에서는 “사실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에게 지급하던 전수교육 지원금 지급은 보류한다”고 밝혀 매달 131만7,000원씩 지급되던 지원금이 중단되었다. 하지만 그 후 한 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인간문화재 반납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안에 따라 벌금·금고형 이상을 받으면 보유자 지정이 해지되지만, 하 씨는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라 본인이 의사를 직접 밝히지 않으면 인간문화재 지정을 해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화재청 관계자의 입장이다. 다 내려놓고 처벌을 받겠다던 하용부의 말은 언론에 고하는 면피성 발언이었던 셈이다.

#2. 무용학원에서 벌어진 미성년자에 대한 성추행과 협박

미투라는 이름의 성폭력 고발 운동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10월, 경기도에서 무용학원을 운영하던 30대 남성 김 씨가 2015년 12월부터 2017년 7월까지 10대 원생 3명을 대상으로 18회에 걸쳐 강제추행하고 “어차피 건너 다 아는 사이니까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마라”며 협박한 혐의로 구속기소 되었다.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에서는 “피고인은 자신을 믿고 따르는 원생들의 취약한 심리 상태와 피고인의 요구를 거스르기 어려운 처지를 악용”한 범행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며, 범행 이후에도 CCTV 영상이 저장된 하드디스크를 숨기는 등 증거 은닉을 시도한 정황을 들며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김 씨는 징역 4년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명령을 받았다. 

#3. 무용교습과 성추행의 모호한 경계

A씨는 대학 시절에 타 학과와 연합으로 지방 공연을 갔다가 타 학과에 출강하는 강사로부터 당한 성추행 경험을 털어놓았다. 술이 곁들여진 식사 자리에서부터 은밀한 눈길을 보내기 시작한 강사는 노래방으로 학생들을 이끌었고, 노래방에 가서는 A씨 옆자리에 앉아 손을 만지고 어깨동무를 하는 등 반복적인 신체접촉을 시도했다.

“학생들과 술자리를 한다고 누구한테나 다 그러시는 건 아니고 옆에 있거나 좀 만만해 보이는 학생이 주로 타깃이 돼요. 그런데 또 희한한 건 강사 선생님들 같은 경우 교수님들과 같이 있는 자리에서 그러시는 법은 없어요. 교수님 앞에서는 전혀 내색을 안 하셨기 때문에 저한테 그러시는 게 나를 여자로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건지 친절하게 대해주시느라 그러시는 건지 헷갈리기도 했어요.”

그는 무용교습 시에 일어나는 성추행에도 일종의 패턴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용을 하는 경우 악기를 배울 때가 있잖아요. 강사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북을 가르치면서 자세를 알려준다는 핑계로 뒤에서 안거나 하는 일이 일어나요. 당하는 학생은 알죠. 싫어서 몸을 빼려고 해도 선생님이 가르치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피하기가 어려워요. 이게 선생님 지도방식인 건지 성추행인 건지 경계도 모호하고요.”

#4. 성폭력을 용인하는 ‘학교’라는 특수한 공간

학생들이 강사에 의해 수업 시간에 일어나는 성추행을 고발하기는 쉽지 않다. 위 사례의 증언처럼 성추행과 지도방식의 경계가 모호하거니와, 강의평가 등에 고발해도 강사의 선임권을 가진 교수들이 학생들보다 강사들 편을 들기 때문이다. 섣불리 공론화했다가 성적이 깎이는 등의 불이익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조교는 교수님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처지잖아요. 그중에는 외부 강사를 학교까지 모셔오는 일이 포함될 때가 있어요. 교수님이 특별히 초청한 강사님이기 때문에 의전을 하는 거죠. 차로 그 강사님을 댁으로 모시러 가서 학교까지 모시고 와야 하는데 뒷좌석이 아니라 굳이 조수석에 앉으셔서 어깨에 손을 올린다거나 허벅지를 만진다거나 하시는 거예요. 그런 일을 한 학기 내내 겪어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너무 끔찍하죠.”

해당 강사는 ‘손버릇’이 나쁜 것으로 무용계에서도 유명한 인사였다. 성추행의 가해자는 강사였지만 조교에게 강사를 모시고 오는 일을 맡긴 교수도 성폭력이 발생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5. 호감을 주고받는 관계에서 일어나는 ‘데이트 성폭력’

성폭력이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성적인 관계가 아니라 분명한 폭력임을 인지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무용계에서 미투 고발이 나오지 않은 이유를 혹자는 스승과 제자 간 도제식 학습과 수직적 위계에서 찾는데 여기서 ‘수직적 위계’에 방점을 두면 도제식 학습에서 일어나는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거리가 자칫 무시될 우려가 있다. 존경하는 스승으로부터 개인레슨을 받을 기회가 생겼다거나 중요한 공연에서 선배인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들이 성폭력을 당한 게 아니라 가해자와 특별한 관계가 되었다고 오해하는 예도 왕왕 있다.

“어떤 선생님한테 개인레슨을 받는 제자가 되었다는 건 학생들 사이에서 특별한 혜택을 받는다는 의미예요. 그렇게 특별 지도를 받는 제자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성폭력이라고 생각하기보다 특별한 지도를 받는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별일 아닌 듯이 여기거나 그런 걸 다 감수하고서라도 지도를 받겠다는 아이들도 있어요.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선택처럼 되는 거죠.”

B씨는 피해자가 가해자와 사귀는 사이가 되었을 경우 폭로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좋아해서 사귀었는데 무슨 의도로 인제 와서 폭로하느냐, 같은 색안경을 쓴 시선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사 사귀는 사이로 발전하지 않더라도 성폭력을 성적인 관점으로 해석해 서로 즐긴 다음 나중에 말을 바꾼다고 피해자를 비난하기도 한다. 피해자의 입을 막는 2차 가해의 전형들이다.

“술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아요. 제 친구는 피해를 보고 무용을 그만둔 사례인데, 술자리에 선배를 따라갔다가 주량보다 많이 마시고 필름이 끊겼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옷을 다 벗고 있었다는 거예요. 여자는 전날 일을 기억도 못 하는데 남자는 같이 즐겼다고 하고, 그런데 이런 경우가 꽤 있어요. 선배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평소에 자기도 좋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동경하는 선배여서 성폭행이라고 생각을 못 하는 거예요.”

로빈 월쇼가 1982년에 쓴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는 아는 사람에 의해 저질러지는 성폭력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의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과거에 성관계한 적이 있는 전 남자친구이거나 호감을 느끼고 있는 상대였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을 성폭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피해 사실을 자각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한다. 남성은 성적 욕구를 자제할 수 없다는 통념과 여성은 내색하진 않지만, 속으로는 원하고 있다는 식의 통념이 만나 성폭력에 성폭력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거나 성폭력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일이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6. 성적 취향으로 오해받는 동성 간 성폭력

지난 1999년 중앙대 무용과 교수가 성추행 혐의로 기소되는 일이 일어났다. 남자 제자 2명은 1995년부터 1997년까지 해당 교수가 자신들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3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2002년 대법원에서 남자 제자 C에 대한 성추행만 인정하고 D에 대해서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되었다. 교수는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기 위해 C에게 1억 3천만 원을 지급하고 C로 하여금 “성추행을 당한 적이 없으며 합의금을 노리고 허위고소했다”라고 진술할 것을 강요했으나 이 사실이 검찰에 발각되어 위증교사 혐의로 추가기소 되었고 2004년 대법원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되었다.

무용계에서 이처럼 남자 스승이 남자 제자를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지르는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그러나 이런 동성 간 성폭력은 성폭력으로 이해되기보다 가해자의 특이한 성적 취향의 문제로 사건이 축소되기가 십상이었다. 남자 스승이 남자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하고 대학진학에 도움을 준다거나 금전적인 대가를 치른다거나 하는 일이 왕왕 일어나며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때 시작된 성폭력은 대학진학 이후, 졸업 후 무용단 입단에 이르기까지 수년에 걸쳐 상습적으로 행해지기도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일종의 동반관계가 형성되면서 데이트 성폭력의 양상을 띠는 일도 있다. 그러나 동성 가해자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섣불리 피해 사실을 고발할 수 없다. 아우팅이라는 또 다른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용계와 정부 기관의 성폭력 대응책

무용계가 미투 운동에 침묵한다고 내외부에서 비판이 많다. 그러나 위에서 명기된 사례 외에 미투 운동 이후 ‘대나무숲’과 같은 익명의 SNS 게시판과 무용전공 교수들의 성폭력을 다룬 언론기사의 댓글란에는 무용계 내의 위계질서에 의한 폭력을 고발하는 글들이 숱하게 올라와 있다. 그동안 무용계에서 폭력을 행사한 피의자에 대한 사회적 처벌과 내부 제재가 미비하였고, 피해자와 내부고발자를 ‘배신자’나 ‘성격파탄자’라고 매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무용계의 침묵은 만성적인 적폐 행위에 길든 결과이다. ‘미투’라고 발설한 이후의 불이익과 고립감을 ‘위드유’로 커버해줄 단체가 없기 때문이다.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여러 무용인들이 ‘무용계 불평등 개선 연대’를 조직하고 있다. 연대를 통해 성폭력, 폭력적 군기 문화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고질적인 착취 구조와 갑질 문화의 근절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펼쳐 보자고 뜻을 모았다. 사실 폭력을 행사한 예술가에게 강력한 징벌과 제재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피해 예술가들은 일생을 고통 속에서 살게 된다. 무엇보다도 가해자들이 상부 요직에 있고 정부의 지원금으로 승승장구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피해자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 넣고 불행한 삶을 영위하게 만든다. 예술계의 미투 운동 파장이 강력하므로 문화체육관광부나 산하 기관에서 가해자에게 제재를 가하는 대응책을 내놓기는 하였다.

우선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문화예술분야 성폭력 사건조사를 위한 ‘특별조사단’을 설치했다. 특별조사단은 문체부, 국가인권위원회, 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1)사건조사 및 실태 파악을 통한 피해자 구제 (2)가해자 수사 의뢰 (3)특별 신고·상담센터와 연계한 2차 피해 방지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특히, 문화예술분야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 신고·상담센터’는 서울해바라기센터와 함께 운영하는 것으로 피해자와 대리인 모두 신고할 수 있다. 신고 방법은 문화예술계 전용 전화(02-742-7733)와 온라인 비공개 상담(www.help0365.or.kr)을 통해 접수할 수 있고, 방문(서울 종로구 대학로8가길 56 동숭빌딩 2층 서울해바라기센터 치료상담소)으로도 가능하다. 또한, 센터는 피해자 상담부터 신고, 법률 지원, 치유회복프로그램 등 종합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와 관련된 이윤택(연희단거리패)와 오태석(극단 목화) 관련 사업에 대해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연출가 이윤택과 관련된 사업은 올해 문예진흥기금사업 지원 선정에서 일체 배제하고 연출가 오태석이 대표로 있는 극단 목화의 지난해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작인 <모래시계>의 공연에 대해서도 적법한 행정조치를 진행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리고 향후 문예진흥기금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원 신청자의 성폭력 문제가 추가로 발생하면 지원사업 선정 배제 또는 지원 취소 등의 엄정한 행정조치를 취할 예정임을 공표하고 올해부터 지원사업 선정 단체는 성폭력 방지 교육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했다. 그러나 필수 교육 대상을 각 단체별 최소 1명이라고 안내했을 뿐 단체 내에서 권력이 집중된 대표자에게 교육 의무를 지우고 있지 않아 성폭력 방지 교육이 실질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우려가 드는 부분이다.

여성가족부가 제시하는 성폭력에 대한 주체별 대응 매뉴얼

여성가족부는 2017년에 발표한 폭력 예방교육 운영안내를 통해 성희롱, 성매매, 성폭력, 가정폭력 등 폭력을 세분화하여 교육에 대한 법적 근거와 교육 지원, 관리 시스템 등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자료에 주체별 대응 매뉴얼이 상술되어 있어 일부를 발췌해 소개한다. 소제목은 ‘직장 내 성희롱 예방과 대처를 위한 주체별 대응 매뉴얼’이지만 우리가 위력에 의한 성폭력과 맞닥뜨렸을 때 피해 당사자로, 가해 행위자로, 또 상급자인 관리자와 동료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참고할 만하다.

당사자의 대응 매뉴얼

1. 피해자 
① 성희롱이 발생하면
- 성희롱은 전적으로 행위자의 잘못이지 피해자의 탓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성희롱은 가부장적, 권위주의적, 성차별적인 조직문화나 왜곡된 직장 내 권력관계 속에서 발생한 행위자의 불법행위일 뿐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 
- 성희롱은 인권과 근로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성희롱은 법적인 문제이며, 합의 등을 통해 적절한 해결을 할 수도 있지만, 성희롱 문제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행위를 규율하고 근절해야 하는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 성희롱 행위에 대한 거부의사의 전달은 이후 법적, 제도적 절차시 도움이 된다.  
- 사건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6하원칙에 의거하여 기록하고 카카오톡 문자, 이메일, 전화통화 내역, 목격자 등 관련 자료들을 확보한다.  

② 사내 절차를 통한 해결 
- 사내 고충처리 절차 등 성희롱 문제의 해결 절차를 숙지하고, 노동조합 등의 지원단체를 살펴본 후 적절한 해결방법을 모색한다. 
- 사내 절차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경우 행위자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등을 전제로 합의할 것인지, 행위자에 대한 처벌이나 손해배상을 원하는지 등을 생각하여 자신이 원하는 해결방법을 강구한다. 
- 사내 성희롱 고충상담 부서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하고 신고하거나 인사부서에 피해를 알린다. 이때는 행위자의 행위에 대하여 자세하게 진술한다. 
- 본인에 대한 보호조치와 피해구제를 위한 해결책을 요구한다. 
- 해결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행위자와 접촉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업무공간 및 시간 등의 변동을 요청한다. 

③ 외부 기관을 통한 대응 
- 사내 제도를 먼저 이용하여 해결을 도모한 다음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주로 외부 기관을 이용한다. 그러나 반드시 사내 제도를 먼저 이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여러 가지 구제제도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 외부 기관의 구제제도로는 국가인권위원회(국번없이 1331) 진정, 지방고용노동관서 고소·고발, 민사소송 등이 있다. 

④ 그 밖의 유의사항 
- 피해자가 행위자의 언행을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성희롱 피해를 본 경우 신뢰할 수 있는 상급자나 상담기관 등과 상의하여야 한다.  
- 문제해결 과정에서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경우 병원에서 증상의 원인을 설명할 때 성희롱 사실에 대해 말하여 산재 인정 등의 자료 및 성희롱 발생의 증거로 제시한다. 
- 기관장/관리자가 성희롱 피해자에게 불이익 조치를 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되고 있으며, 위반 시 처벌된다는 사실을 알고 회사가 성희롱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 자료를 확보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법적 조치를 강구한다. 

2. 행위자(가해자)
- 행위자가 성희롱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는 성희롱의 성립과 관련이 없음을 유의해야 한다. 행위자는 성희롱 행위자로 지목되는 경우 ‘나는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 성희롱 의도가 없었다’라고 항변하는 경우가 많지만, 성희롱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성적 혐오감이나 굴욕감을 느꼈다면 성희롱은 성립한다.  
- 성희롱 의도가 없었더라도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꼈다면 이를 받아들이고 즉시 사과한다.  
- 평소에 성희롱으로 의심될 만한 언행은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 성희롱 행위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을 유의해야 한다.  
a. 공사를 구분하여 행동하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사적인 만남이나 사적 업무 등을 지시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b. 음담패설이나 음란물 보기 등 성적인 행동을 유희로 하는 것을 자제한다.  
c. 타인의 신체, 외모,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간섭하지 않는다.  
d. 상대방이 불쾌감이나 거부의사를 표현했을 때 즉각 중지하고 상대방의 감정이 이해되지 않더라도 그 감정 자체를 존중하여 사과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e. 지나친 구애행위는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 상대방이 명시적인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 것이 곧 동의는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한다.  
f. 타인에게 특정 행동을 요구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g. 다른 직원이 성희롱을 하는 경우 이에 동조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이에 이의를 제기한다.  
h. 자신이 지위나 권한을 남용하고 있지 않은지 항상 유의하고 점검한다.  
I. 동료근로자, 상사 등과의 관계에서 예의는 지키되, 인간적으로 대등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가진다.  
j. 성희롱 행위자가 되었을 때 받게 될 법적, 사회적, 개인적 불이익을 인지한다.  

- 성희롱 행위자로 지목되는 경우 무조건 성희롱 행위를 부인할 것이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해 협조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소명하도록 한다.  
- 조정을 받고 있다면 성실하게 조정 내용을 수용하고, 피해자의 요구사항을 이행하면서 다시는 성희롱을 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 징계를 당하게 된 경우 자신의 행동 정도와 지속성에 비추어 징계가 합당한지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수용한다. 
- 피해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 등으로 2차 가해를 가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제3자의 대응 매뉴얼

1. 동료
- 잠재적 문제 상황을 인지한 경우: 나 자신이 성희롱 피해를 직접 입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함께 있는 상황에서 성희롱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언행이 발생했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혼란스럽다면 다음을 참고한다. 

a. 타인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농담과 상황에서 함께 웃고 즐거워하지 않는다. 성적 함의가 있는 농담에 분위기를 맞춰주며 함께 거드는 것은 그러한 행위에 동조하는 행위이며 행위자를 옹호하고 정당화하는 것이다. 추후 이러한 상황이 문제가 되었을 때 행위자는 제3자의 동조행위에 힘입어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게 된다. 성희롱이 성립될 수도 있는 상황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직접 피해자를 돕는 적극적 행위가 아닐 수도 있지만 동조해 주지 않음으로 인해 행위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하지도 않으면서 농담을 한 사람이 다시는 그런 농담을 하지 않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b. 어떤 이가 성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말과 행동을 할 때, 이것을 진지하게 언급한다. 예를 들면 진지한 표정으로 “지금 그 말이 무슨 뜻이죠?” 하고 물어보는 것이다. 방금 벌어진 언행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직접 지적하지 않더라도 행위자에게 재차 질문하는 것은 언행의 당사자가 자신의 행위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도록 한다. 또한, 이러한 질문은 피해자와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다른 사람들에게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갈 기회를 줄 수 있다. 피해자 대부분은 ‘내가 무시하면 안 그러겠지!’ 하고 생각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남들은 괜찮은데 내가 너무 유난스러운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데 다른 사람 중 누군가가 언행을 한 당사자에게 진지한 표정으로 “지금 그 말이 무슨 뜻이죠?” 하고 물어봐 주는 것은 ‘내가 혼자서 유난을 떠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도움을 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따라서 피해자는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의 불쾌감을 겉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고, 행위자도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질문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된다. 
c. 터무니없거나 옳지 않은 말을 하면 가볍게 끊는다. 생각 없이 누군가가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이야기를 한다면 그 이야기를 중간에서 가볍게 끊는 것도 문제발생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d. 뜻이 맞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동조하여 성희롱 예방을 위해 독려한다. 피해자도 가만히 있는데 본인이 왜 나서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성희롱은 내가 속한 집단의 문제이므로 크게 보면 나 자신의 문제일 수도 있는 것이다. 성희롱은 피해자 개인의 노력만으로 근절될 수 없다. 집단 내 성차별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며, 문화를 개선하는 것은 누구나 앞장서서 실천할 수 있다. 주변에는 본인과 같이 성희롱을 반대하고, 예방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꼭 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개인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뜻이 통하는 사람들이 힘을 모으면 엄청난 영향력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 동료가 성희롱 피해를 입은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경우 
a. 개인적으로 궁금한 사항을 캐묻거나 더 자세하게 말하라고 채근하지 말아야 한다. 피해자 스스로 할 이야기의 수준과 내용을 결정하도록 배려한다. 
b. 피해자의 당시 대처와 행동에 관한 판단과 충고는 하지 않으며 성희롱 피해를 입은 것이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c. 사건 당사자들 사이에서 과도한 행동으로 사적으로 개입하려 하거나 피해자의 자책감을 부추길 수 있는 “왜 그랬냐?”는 식의 말을 자제하고 피해자의 이야기를 믿고 들어주며 정서적으로 지지해준다. 성희롱 문제의 해결은 피해자와 행위자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대처 방식에 의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d. 사내 구제절차를 통해 신고할지는 피해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한다. 

- 동료가 성희롱 피해로 회사 내에 신고하는 경우  
a. 피해자의 용기를 북돋으며 심적으로 지지하는 태도를 보인다.  
b.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필요한 정보(예, 사내 규정 및 고충상담 창구 등)를 함께 찾고, 해야 할 일의 순서를 의논하며, 찾아가야 할 곳에 동행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c. 사내 성희롱 피해 구제절차 과정 중에 피해자가 겪게 되는 두려움과 불안, 무력감 등 정서적 고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한다. 피해 입은 동료가 자신이 지지받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며,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살피고 조력한다. 
d. 사내에서 진행된 성희롱 피해 구제절차를 마친 다음에도 피해 후유증 치유를 위한 과정을 적극 권유한다.  

- 동료근로자들은 피해자를 근거 없이 비난하거나 수군거리는 행위, 허위 소문을 유포하는 행위, 왕따시키는 행위, 괴롭히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 이는 피해자에 대하여 명백하게 불이익한 행위임을 인식해야 한다. 
- 자신과 타인은 궁극적으로 연결된 존재임을 인지하여 타인을 괴롭히는 행위는 결국 자신을 괴롭히는 일임을 자각해야 한다.  
- 성희롱 문제는 조직의 문제이자 나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 같은 조직에 속해 있는 구성원들은 성희롱 피해자와 공동대처하여 성희롱 문제가 공정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성희롱이 근절되고 건강한 조직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 평소에 성희롱 예방과 구제절차에 관한 규정을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 회사 내에서 성희롱이 받아들여질 수 없는 분위기와 문화가 조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2. 관리자(상급자)
① 사건 인지 단계 
- 조직 내 성희롱 사건처리 업무담당 부서가 있다면 그곳에 관련 사건을 인지하는 즉시 보고한다. 
- 상담은 피해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 상담내용에 대한 비밀보장을 최우선으로 한다. 
- 피해자에게 직장생활에 어려운 점이 있는지 물어보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도와주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 성희롱 사건을 인지하는 즉시 피해자와 행위자를 분리하는 방안을 모색하여 조치를 취한다. 
- 민원인에 의한 성희롱 피해를 인지하게 되면 피해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신속하게 대민업무를 중지하도록 하고, 근무장소 변경 및 배치전환 등의 조치를 취할 방안을 찾아본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고용상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②  피해자와 상담단계 
- 피해자와의 상담은 성희롱 고충상담창구에서 담당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피해자가 직속상사 등의 관리자에게 사건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 단계에서 관리자는 사건을 판단하거나 행위자에 대하여 대응하려 하지 말고 피해자의 상황을 충분히 경청하고 공감하며, 기관 내 고충처리 절차 등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에 충실한다. 
- 상담과정에서 행위자를 옹호하거나 행위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과 같은 표현을 하지 말아야 한다.  
- 피해자가 원치 않는 방식으로 사건이 공개되지 않도록 비밀을 지켜야 한다. 
- 행위자에 대해 사건에 대해 아는 체를 하거나 상담을 제안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 공식적인 결과가 나오기 이전이라 하더라도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에 관해 관리자로서 취할 방안이 무엇인지 살펴 가능한 것들은 실시한다(예, 피해자가 요청하는 휴가 승인, 행위자의 재택근무 또는 업무 장소 및 일정 조정 등). 

③ 행위자 면담단계 
- 관리자가 인지한 성희롱 사건을 담당부서에 보고하고 나면 행위자를 직접 만나는 일은 필요하지 않지만, 관리자로서 행위자와 면담을 하게 되면 다음의 사항을 유념하도록 한다. 
a. 행위자를 면담하는 것은 사건에 대한 판단, 결정, 화해가 목적이 아니라 피해자 보호, 추가적인 피해자의 존재 여부 확인 등의 차원에서 직속상사로서 즉각 취해야 할 조치가 있는지 등을 판단하기 위한 목적이어야 한다. 
b. 행위자 면담에 대하여 준비가 되지 않고 오히려 오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관리자가 행위자 면담을 해서는 안 되며, 성희롱 고충 상담 업무담당자에게 인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c. 행위자를 면담할 때는 공격적인 대화를 하지 않도록 하고, 공식적인 결과가 나오기 전에 가해자로 단정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행위자를 비난하는 행위는 부적절하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d. 행위자에 대하여 해당 사건과 피해자에 대한 소문유포 및 비난, 위협, 원치 않는 만남 강요 등의 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한 조처이므로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고지해야 한다. 

④ 고충처리 담당기구와의 협의 및 인계단계 
- 상담을 거쳐 고충처리 담당부서로 신고 및 접수가 이루어지게 되면 신속하고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고, 사건의 지연으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지 진행 상황을 주시한다. 
- 고충처리 상담부서로부터 진술 요청이 들어오면 피해자 및 행위자와의 상담 등으로 파악한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진술하여 처리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한다. 
- 조직 내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소문이 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 소문 유포자에 대하여 2차 가해 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을 고지한다. 
- 피해자가 고충처리 절차 내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는지 상급자로서 관심을 표한다. 

⑤ 사건 종료 이후 단계 
- 성희롱 판단 여부와 관계없이 부적절한 행동으로 구성원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성희롱 예방 교육 강화 및 모니터링을 통해 성희롱 예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 
- 인사부서와 협의하여 피해자에 대한 성희롱이 재발하지 않도록 행위자에 대한 부서전환 등을 통해 피해자와 행위자가 대면하지 않도록 조치한다. 이 경우 성희롱 피해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고, 피해자가 직무에 원만히 복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 성희롱 사건의 종결 이후에도 피해자에 대한 성희롱이 재발되거나 보복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계속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글_ 블랙페이지 취재팀(대표 에디터 윤단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