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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서들의 사이퍼와 관람객의 스펙터클 사이: Dancer’s Night 2022 Final



나는 교육이 필요한 관객이었다.

 

“멋진 장면이 나오면 손을 이렇게, 아니면 고개를 이렇게 저으면서 표정을 이렇게 하시면 돼요.” “현장에서 눈으로 보면서 느끼는 건 다르니까 잠시 핸드폰 촬영은 내려놓으셔도 돼요.” “저기서 뭐가 진행되는지 모르실까요? 스태프가 저지들 손을 잡으면 손을 까딱해서 어느 쪽 댄서가 이겼는지 표시하는 거예요.” 


2023년 1월 7일 상명대 계당홀에서 진행된 Dancer’s Night 2022 Final 행사의 엠씨 Funny On은 관객석에 앉은 사람들에게 설명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어떤 관람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런 엠씨의 상냥함은 행사를 보는 나에게 좋은 가이드를 제공했지만, 한편으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떠올리게 했다. 왜 이런 설명이 필요한가? 이 행사는 누구를 위해 이루어지는가?


이 행사의 세부사항에 대해 더 들어가기 전에 이 글의 공간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겠다. 댄스포스트코리아는 올해 2023년부터 ‘K-댄스 리터러시’라는 지면을 마련하고 K-팝의 선풍적 인기와 더불어 급격히 부상한 K-댄스에 관련된 여러 현상들을 짚어보기로 했다. 여기서 K와 댄스를 결합시키고 있는 K-댄스는 다분히 K-팝에서 영향을 받은 신조어로, 직간접적으로 K-팝 및 대중매체와 관계가 있는 춤들을 말한다. K-팝이 아이돌 가수의 댄스 퍼포먼스를 강조하고 점점 더 멋지고 화려하고 어려운 댄스들을 선보이는 가운데, 아이돌을 넘어 전문 댄서의 영역도 주목을 받고 있다. 2021년에 방영된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인기에 힘입어 여러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이 댄스를 다루면서 대중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진 상태이다. ‘K-댄스 리터러시’는 그러한 댄스를 둘러싼 현상들을 텍스트로 보고 읽어보려는 시도이다. 그리고 기존 예술무용계에 집중했던 댄스포스트코리아가 K-댄스를 좀 더 본격적으로 다루어보려는 시도는 K-댄스가 확장하는 대중성을 가진다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발레를 전공한 내가 K-댄스에 관심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hassle

 

 

Dancer’s Night 2022 Final은 그러한 K-댄스의 확장하는 대중성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 행사는 일반 대중 관객을 위한 콘서트와 댄서들을 위한 사이퍼(Cypher 혹은 Cipher, 공연형식의 퍼포먼스가 아니라 댄서들이 둥글게 모여 함께 춤추고 교류하는 행위)의 혼종을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댄스 배틀 콘테스트의 성격을 띤 이 행사는 왁킹, 힙합, 그리고 프리스타일(혼합 장르)의 세 가지 대회를 통합한 대회이며 2011년부터 시작되었다. 올해 전국에 걸쳐 진행된 지역예선은 비공개였고, 유료 관람객에게 공개된 파이널 행사는 게스트 쇼케이스, 프리스타일 1:1 배틀, 힙합 1:1 배틀, 힙합 크루 배틀, 왁킹 1:1 배틀, 왁킹 크루 배틀, 저지 쇼케이스와 각 부문 결승전으로 구성되었다. 1:1 배틀만 보면 파이널 행사에서 공개된 것은 16강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장르별로 15번의 배틀, 총 45번의 배틀이 이루어진 셈이다. 거기에 크루 배틀과 쇼케이스 공연을 더한 전체적인 행사는 4시부터 9시까지 진행되었다.


동일한 행사를 2019년에 다른 장소에서 보았던 나는 올해 상명대 계당홀에 들어가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댄스 배틀 대회를 이런 프로시니엄 무대에서 하는구나.’ 무대 중앙에는 디제이 부스가 자리하고 있어 디제잉과 댄스 브레이크가 파티형식으로 뒤섞였던 초기 힙합 문화의 유산을 느낄 수 있었다. 배틀과 쇼케이스가 진행되는 동안 무대 위에는 배틀 참여자들이 둘러싸고 자유롭게 관람하고 응원하고 몸을 푸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니까 무대 위에서는 사이퍼라는 댄서들의 고유한 문화가 충실하게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무대 아래 관객석은 사이퍼와는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나와 동행한 21년차 락킹댄서 마스터는 관객석에 댄서들보다는 일반 관객들이 더 많아 보인다고 하였다. 등장하는 댄서들의 면면을 보면 일반 대중 관객들이 많이 모일 법했다. TV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팬덤을 형성한 제이 블랙, 립제이, 피넛, 그리고 진조크루 비보이면서 국가대표인 윙이 저지로 참여했다. 또 배틀 참가자 중에도 오바디, 그루브 찬, 윤지, 왁시, 해준 등 내가 미디어에서 봤던 댄서들이 대거 등장했다.


 

ⓒhassle

 

 

안내요원의 지시에 따라 앞줄부터 차근차근 자리를 채워 앉은 착한 관객들이 정숙하게 댄스 배틀을 관람하자 엠씨는 어떻게 반응해야하는지 설명을 제공했다. 수십 년간 춤을 춰온 나의 몸도 음악의 비트와 댄서들의 무브에 운동감각적으로 반응하며 행사를 즐기려고 했지만, 멋진 장면이 나왔을 때 엠씨가 가르쳐준 대로 손동작을 하기보다 박수를 쳤다. 그게 나에게 새겨진 아비투스였으니까. 많은 관객은 인기 있는 댄서가 저지로 나와 쇼케이스를 할 때 핸드폰을 켜고 영상을 찍었다. 그게 그들이 춤과 관계 맺는 방법이었으니까. 배틀의 승패를 선언해야 하는 시점에서 저지들이 스태프의 두 손을 꼭 잡는 것을 보고 댄서들의 공동체는 굉장히 정이 넘치는구나라고 생각한 나는 교육이 필요한 관객이었다.


프로시니엄 무대는 공연자와 관람객을 분리해서 무대 위의 장면을 현실과 동떨어진 공간으로 보여주는데 기여한다. 조명은 무대 위의 댄서들을 집중적으로 비추고 객석의 불을 꺼서 양쪽 간의 분리를 더 강화한다. 댄서들이 배틀 중 즉흥적으로 다운스테이지, 그러니까 관객석 쪽으로 접근해서 오케스트라피트 영역에서 춤을 추면 조명이 닿지 않아 어둡게 보였다. 그 그림자는 관람객과 공연자를 더 구분하는 듯했다.


예술무용 콘서트에 익숙한 한편 한 손에 꼽을 정도의 빈약한 횟수의 댄스 배틀 행사를 참관한 나에게 Dancer’s Night 2022 Final 대회는 이것을 관람객을 위한 스펙터클로 이해해야 할지, 댄서들을 위한 행사로 이해해야 할지를 궁금하게 했다. 안내요원들은 극장 안에서 식음료 반입이 안 된다고 엄격하게 안내했다. 극장에는 편의점이나 매점 등 먹을 것을 살 수 있는 곳이 없었고 또한 5시간의 행사가 중간 휴식 시간 없이 진행되었으므로 성실한 관람객인 나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정숙하게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었다. 이런 관람 에티켓은 예술춤 공연에서 요구되는 것이지만, 이번 행사의 구조가 그것을 요구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리송한 지점이 있었다. 2019년과 비교해 보았을 때 올해 행사의 공간과 구조는 K-댄스가 댄서들의 문화에서 확장하여 일반 대중들에 접근하는 변화의 과정을 좀 더 분명하게 예시하였다.


비슷한 내용의 논평이 프랑스에서 열리는 브레이킹 대회인 Hip Opsession에 대해 이야기된 적이 있다. 토론토 출신 B-girl로 오랜 시간 활동해 온 Mary Forgarty는 이 대회가 대중 관람객을 글로벌 수준으로 확장하면서 지역 브레이킹 커뮤니티의 관심사보다 관람객의 편의와 이해를 더 우선시한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공연자와 관객의 분리는 기존의 참여적 토대를 희석시키고, 어느 쪽에 무게를 두어야 할지 선택할 것을 촉구한다. K-댄스의 대중적 확장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것이 춤추기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보면서 K-댄스를 조형하는 사회문화적 힘들을 읽어보는 것은 흥미로운 주제이다.


 

ⓒhassle

 




글_ 김수인(무용이론가)

자문_ 송유리

사진제공_ Dancer's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