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Should I Wear to a Dance Battle Event?: Cultural Industry and Industrial Body of Street Dance_ Battle is Over 2023
댄스배틀엔 무슨 옷을 입고 갈까? 그동안 나를 비롯해 함께 행사를 관람한 무용 전공 지인들은 익숙했던 무용공연과는 다른 댄스행사를 앞두고 나름 의상에 신경을 썼다. 이날 나는 머릿속에서 상상한 댄스행사의 이미지에 맞는 옷차림을 구현하기 위해 청소년 딸내미의 ‘새삥’ 재킷을 뺏어 입었다. 행사에 함께한 지인은 찢청바지를 입고 나오려다 ‘너무 발악’하는 것 같다는 가족의 만류에 옷을 갈아입었다고 한다. 순수무용공연과는 다르게 상상되는 TPO를 맞추려는 일종의 ‘노력’은 스트릿댄스 배틀을 십대들의 하위문화라는 정체성으로 인식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지만 이날 행사를 관람하러 온 많은 관객들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녹아드려는 나의 필사적인 노력을 무력화시키는 듯했다.
What should I wear to a dance battle event? On this day, I took a new jacket from my teenager daughter in order to realize the attire that fits the image of the dance event I had imagined in my head. My friend said that she changed her clothes when her family dissuaded her from wearing ripped jeans, saying that she seemed to be “too desperate.” It seems that the kind of ‘struggle’ is because we recognized street dance battles as a subculture of young people. However, the appearance of many spectators on this day seemed to nullify my desperate efforts to blend naturally into the scene.
Battle is Over 2023은 4월 9일에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렸다. 나는 온라인예매를 하였는데, 예매시간 오픈 후 약 3분이 지나기 전에 1층 객석이 거의 매진되었다. 또한 지정석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자리 선택 후 결제까지 가는 과정에서 어리버리하게 헤매는 동안 내가 찜한 자리가 팔려버려 다시 처음부터 좌석을 선택해야 했다. 이런 경험은 이 행사가 얼마나 대중적인 인기가 있었는지를 예시한다. 그런 대중적 인기는 행사에 모인 인원들의 옷차림에서도 감지되었다. 스트릿댄스의 청년 하위문화적 색채가 일반 대중의 차림새에 의해 중화되었다는 말이다.
Battle is Over 2023 was held on April 9 at Yes24 Live Hall in Seoul, Korea. To see this event, I made a reservation online, but the seats on the first floor were almost sold out in 3 minutes. Also, I clicked on the seat I wanted to make a reservation, but in the process of getting to the payment, while I was foolishly wandering around, the seat I wanted was sold out, so I had to select a seat again. This experience illustrates how popular the event was. And I think that such popularity was also revealed in the attire of the people gathered at the event. It means that the youth subcultural image of street dance has been neutralized by the general public.
이날 행사의 특이점 중 하나는 무대 위에 유료 관객석(1층 객석보다 3만원 비쌈)을 설치했다는 점이었다. 객석에 접해있는 면을 제외하고 3면에 객석이 3열로 설치되었다. 이 자리는 댄서들을 훨씬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성별(聖別)된’ 장소였는데, 이 특별한 좌석을 차지한 관객들은 기꺼이 높은 비용을 지불한 충성도 높은 팬들이었다. 일반 객석에서 있던 나에게는 무대 위에 있는 관객들도 관람의 대상이 되었는데, 많은 관객이 특정 크루나 댄서가 나올 때 응원문구가 적힌 천이나 도구를 펼쳐 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행사에 참여한 다른 댄서 지인의 말에 따르면 이 좌석은 춤을 잘 볼 수 있다기 보다는 백스테이지 상황과 대기 중인 댄서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었다고 한다. 충성도 높은 팬의 입장에서는 더 친밀하거나 비공식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하는 요소가 될 수 있겠다. 흥미롭게도 그런 팬들은 거의 비보이 크루를 응원하는 여성팬들이었다.
One of the peculiarities of this event was audience on stage (KRW30,000 more expensive than those on the first floor). These seats were a kind of 'glorified' place in that it allowed you to see the dancers much closer, and the audience who occupied these special seats were loyal fans who were willing to pay a hefty price. I could see them using placards with a cheering message when a certain crew or dancer came out. According to another dancer acquaintance who participated in the event, these seats was characterized by being able to see the backstage situation and the dancers in line rather than being able to see the dance well.
이 행사의 댄스배틀은 여러 장르가 혼합된 오픈 스타일의 크루 배틀이었다. 16강부터 본 무대에서 진행되었는데, 이 중 12팀이 초청되었고 4팀이 예선을 거쳐 선발되었다. 초청된 크루들은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유명한 크루 혹은 댄서들로 이루어졌다. 이미 많은 팬 혹은 팔로워 및 구독자를 보유한 팀들이다. 이에 더해 심사를 한 저지(judge)들도 매스미디어에서 가시성을 높인 댄서들을 포함했다. 뿐만 아니라 게스트 쇼케이스를 맡은 팀 중에는 스트릿댄스 장르가 아닌 코레오(choreo) 팀들이 참여했는데, 원밀리언과 저스트절크라는 그 명성만으로도 티켓파워를 기대할 수 있는 팀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행사에는 일반 관객들이 많이 모였으며, 스트릿댄서들 위주의 행사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비주얼이 상당히 희석된 장면을 만들어내었다. 이날 엠씨를 맡은 허경구는 반복해서 관객들에게 더 같이 호응해서 댄서들에게 힘을 달라고, 잠시 카메라는 내려놓아도 된다고 얘기했다.
The dance battle of this event was battle between crews of diverse dance genres. The 12 invited crews were famous crews or dancers who could represent Korea and already have a lot of fans or followers and subscribers. In addition to this, the judges included dancers who increased their visibility in the mass media. Two guest showcases were performed by ‘choreo’ teams—One Million and Just Jerk—with worldwide fame and box-office power. Perhaps because of this, a large number of general audiences gathered at the event, considerably diluting the unique visuals seen at events centered on street dancer community.
이날 행사의 특이한 점들 중 하나는 배틀 순서를 정하는 ‘물병돌리기’에 ‘스피닝키즈’라고 하는 초등학생 어린이 댄서를 동원하였다는 것이다. 등장할 때마다 귀여움에 미소 짓게 만든 어린 댄서들의 등장은 이 댄스배틀 행사가 십대 하위문화의 범위를 넘어, 안전하고 건전한 문화행사라는 느낌이 들게 했다. 초기의 스트릿댄스가 주변화 된 타자의 공간에서 ‘무법자적 정체성’을 형성했다는 이마니 카이 존슨(Imani Kai Johnson)의 말과는 대조적으로, 2023년 대한민국에서 열린 이날의 행사는 다분히 교육시장과 문화시장의 산업적 양식화를 거쳐 접근가능성과 수용가능성을 높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옷차림에 대한 나의 고민은 스트릿댄스의 문화산업화를 가장 생활밀착형으로 느낄 수 있었던 사례이다.
Another unique points of this event is that elementary school student dancers, called ‘Spinning Kids,’ took charge of the ‘water bottle spinning’ that determines the battle order. The appearance of kid dancers suggests that this dance battle event was a family-friendly cultural event beyond the scope of youth subculture. Contrary to the observation of Imani Kai Johnson that early street dance formed an ‘outlaw identity’ in the marginalized space of ‘others,’ the event held in Korea in 2023 showed an increased accessibility and acceptability through industrial stylization of the education market and the cultural market. Concern about my attire is the moment when I could feel the cultural industrialization of street dance most vividly.
그렇다고 에너지를 뿜어내는 댄서들의 모습이 없었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너무나 숙련된 고도의 동작을 너무나 열심히 추는 댄서들의 향연이었다. 그러나 크루 배틀이라는 특성상 개인의 자유로운 ‘날뜀’보다는 더 정형화된, 그리고 ‘연습된(disciplined)’ 루틴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그리고 큰 기대를 모았던 코레오 팀들의 쇼케이스는 그런 춤추기 경향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숨 쉴 틈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동작과 대형의 변화 속에서 정교하게 칼각과 칼박을 맞추는 경지는 감탄을 자아낸다. 일종의 기계와 같은 크루의 집단적 춤추기를 로라 로빈슨(Laura Robinson)은 메타 바디(meta-body)라고 부른다. 나는 이렇게 춤추는 몸을 기계와 같은 정교함과 속도로 움직이게 훈련시키는 고되고 반복되는 노동은 산업적 신체를 구성한다고 본다. 댄스 행사의 대중적 인기는 공연시장과 문화산업뿐 아니라 산업적 신체의 수행과 함께 맞물려 돌아간다.
Due to the nature of crew battles, rather standardized and ‘disciplined’ routines accounted for the majority rather than individual free ‘rambling.’ And the much-anticipated showcase of the ‘choreo’ teams showed the culmination of that dance trend. The fast-paced action and the state of elaborately matching the angle and beat amidst the change in formation draws admiration. Laura Robinson calls the collective dance of crews, which is like a kind of machine, a meta-body. I see that the hard and repetitive labor that trains the dancing body to move with the machine-like precision and speed constitutes an industrial body. The popularity of dance events goes hand in hand with performance of the industrial body as well as the performance market and the cultural industry.
춤과 몸에 가해지는 이런 사회경제적 압력을 벗어나는 가능성은 또한 춤에서 온다. 배틀은 아무래도 그 순간에 디제이가 플레이하는 음악에 즉흥적으로 춤을 추어야 하는 면이 있다. 집단으로 루틴을 한다고 해도 솔로 댄서의 프리스타일 댄싱과 겹쳐졌다가 나눠지고 다시 한 덩어리가 된다. 그룹 루틴에서 솔로 프리스타일로 넘어가는 순간과 솔로 프리스타일에서 그룹 루틴으로 합쳐지는 순간은 스트릿댄스 크루 배틀의 가장 짜릿한 매력 중 하나이다. 다음 순간 무엇이 벌어질지 모르는 서스펜스와 서프라이즈가 정교하게 짜여진 깔끔하고 진지한 춤추기의 시스템에서 해방되는 카타르시스를 준다. 순간의 기발함, 재치, 순발력이 댄스 배틀의 예술적 미학이 된다.
The possibility of escaping these socioeconomic pressures on dance and the body also comes from dancing. Even if you do a group routine, it overlaps with the freestyle dancing of a solo dancer. The moment of transitioning from a group routine to a solo freestyle dancing and vice versa is one of the most thrilling attractions of street dance crew battle. The suspense and surprise of not-knowing-what-will-happen-in-the-next-moment gives catharsis, liberated from the neat and serious dancing system.
그런 점에서 브레이킹 크루들의 선전(준결승에 진출한 4팀 중 브레이킹이 3팀)은 흥미로운 질문을 떠올리게 했다. 내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국가적으로 많은 관심과 지원 그리고 간섭을 받는 브레이킹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점점 더 정교화 되는 채점 시스템과 그 지식을 습득하고 자격증을 딴 심사위원의 존재가 브레이킹의 춤추기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이날도 브레이킹 크루들의 많은 팬이 모여서 응원을 펼쳤는데, 문화산업으로 접근가능성을 높여 여성 팬들의 티켓구매력을 확보한 브레이킹은 어떻게 될 것인가? 묘기와 같은 아크로바틱과 파워 무브 그리고 다른 스트릿댄스 장르와는 달리 크루로 활동하며 집단으로 더 다채롭고 신선한 루틴을 보여준 브레이킹 크루들은 이날 행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들의 고된 훈련과 연습시간이 브레이킹을 산업적 신체로 만들지 규율권력을 벗어난 해방적 신체로 만들지 지켜보게 된다. 하위문화에서 주류문화의 핵심인 올림픽으로 이동한 브레이킹 경기에 갈 때 나는 무슨 옷을 입고가야할까?
In that respect, the b-boying crews’ performance (breaking took 3 teams out of 4 that advanced to the semifinals) raised interesting questions for me. What will happen to b-boying, which receives a lot of national attention, support, and interference ahead of the Paris Olympics next year? How will an increasingly sophisticated scoring system and the existence of knowledgeable and certified judges change the dancing of breaking? What will happen to breaking, which has secured female fans' ticket-purchasing-power by increasing accessibility? We will see if their arduous training and practice time will turn breaking into an industrial body or a liberating body free from disciplinary power. What should I wear when I go to a breaking dance battle that has moved from subculture to the core of mainstream culture, the Olympics?
글_ 김수인(무용이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