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king as a Sport: Breaking K_ National Team Qualifying Trial
“여러분 즐길 준비됐나요!!!” MC 이규훈의 멘트에 맞춰 관중들이 함성을 지르고 손을 번쩍 들어 흔들며 제스처를 취한다. 빨갛고 파란 하이라이트 조명에 더해 강렬한 핀 조명이 공간을 가로지른다. “놀 준비됐나요!!!” 디제이의 비트 강한 음악이 파티 분위기를 더 북돋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연맹회장님의 환영사가 엄숙하게 진행되었다.
“Are you ready to have fun!!! Are you ready to play!!!” When MC Lee Kyu-hoon cried, the crowd cheered and made gestures by raising and waving their hands. In addition to red and blue highlight lighting, intense pin lighting crosses the space. “Let’s have paaartttyyy!” DJ's music further enhances the party atmosphere. And Then. The welcome speech of the federation president was solemnly delivered.
브레이킹K 2023 Stage2는 올해 두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열린 브레이킹 종목 국가대표선발전이었다. 4월 30일 장충체육관에서 개최된 이 행사는 스포츠 경기로서 브레이킹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극장이나 강당과는 달리 체육관이라는 공간은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었고, 관람객의 통제나 관람 태도도 그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장내에 입장했을 때 먼저 중앙에 사각형의 무대를 중심으로 뒤편에 심사위원석과 디제잉 부스가 있었고 객석은 그 무대 주위를 빙 둘러 배치되어있었으나 관람객은 정면에만 착석하였다. 중앙무대는 나이키, 신한은행, SK텔레콤 등 후원사와 주최기관의 로고를 바닥과 펜스에 배치하여 프로스포츠와 같은 광경을 재현하였다. 이 경기는 공영방송인 KBS에 의해 송출되었으며, 무대 정면 및 좌우와 객석에도 거대한 카메라들이 존재감을 뽐내었다. 심사위원석 뒤 큰 전광판에는 고화질의 광고 영상이 지속적으로 투사되었다. 극장과 달리 무대막이나 커튼 같은 것이 없는 체육관 공간이어서 기술적 스태프와 관계자들, 그리고 대기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환영사와 개회사에 이어 심사위원장과 선수 대표의 선서가 있었다. 이들의 이름은 댄서 닉네임이 아닌 본명으로 불렸다(나중에 전광판에는 닉네임도 함께 표시되었다). 이날 제공된 팸플릿은 대회 참가자들을 ‘선수’로 호명했고, 영어규정에서는 ‘athlete’이라고 불린다. 경기는 남녀 부문이 구별되었고, 모두 일 대 일 배틀로 구성되었다. 이 모든 요소들이 브레이킹을 스포츠로 틀 짓는데 기여했으며, 결과적으로 춤추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Breaking K 2023 Stage2 was the second and last national selection for breaking this year. This event, held on April 30 at the Jangchung Gymnasium, was an opportunity for me to see what breaking is like as a sport. Unlike a theater or an auditorium, the gymnasium created a unique atmosphere, and the attitude of the audience differed accordingly. When entering the venue, there were judges’ seats and a DJ booth at the back of the square stage in the center, and the audience seats were arranged around the stage, but the audience was seated only in the front. At the center stage, the logos of sponsors and organizers, such as Nike, Shinhan Bank, and SK Telecom, were placed on the floor and fences to reproduce a professional sports scene. The event was aired by KBS, a public broadcaster, and gigantic cameras showed off their presence in front of, left and right of the stage, and in the audience. High-definition advertising images were continuously projected on the large electronic display board behind the judges’ seats. Following the welcome and opening remarks, the oath was made by the head of the jury and the representative of the athletes. Their names were called by their real names, not by their dancer nicknames(Later, the dancers’ nicknames were also displayed on the electronic board). The competition was divided into male and female categories, and all consisted of one-on-one battles. All of these factors have contributed to framing breaking as a sport and, consequently, affected the ways of dancing.
먼저 눈에 띤 것은 심사결과가 나타나는 방식이다. 심사위원단은 1명의 심사위원장과 7명의 심사위원으로 구성된다. 8강부터 세미파이널까지는 각 경기가 2라운드로 구성되었는데, 한 라운드가 끝나고 두 번째 라운드가 이어지고 있는 중간에 첫 라운드의 심사결과를 보여주었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즉각적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서 재미가 있었지만, 그만큼 선수의 경기에 집중해서 공감하고 감상한다기보다는 평가하고 점수와 대조해보며 시선이 분산되는 경험을 했다. 마지막 라운드가 끝난 다음에는 전광판에 느린 화면으로 하이라이트 장면을 다시 보여준 후 최종 결과를 보여주는데, 7명의 심판이 각각 어느 선수가 이긴 것으로 판정하는지를 색깔로 표시하였다. 양 선수가 각각 1라운드씩 이겼을 경우에는 심판의 표를 더 많이 받은 횟수를 헤아려 승패를 결정하였다. 이 마무리 단계에서도 모든 참여자의 시선과 관심은 화면에 집중되었으며, 따라서 사람들의 에너지와 초점이 무대, 춤추기, 플레이어로부터 분리·분산되었다.
The first thing that caught my eye was the way the results were presented. From the quarterfinals to the semifinals, each match consisted of two rounds, and the results of the first round were shown in the middle of the second round. From the audience's point of view, it was interesting to immediately see the results, but it also was a distraction rather than focusing on the athletes’ performance. After the last round was over, the highlight scene was shown again on the electronic board, and the final result was shown. Seven judges each color marked which player was the winner. If both breakers each won one round, the number of votes received by the judges was counted to determine the winner. Even at this finishing stage, all participants' eyes and attention were focused on the screen, and thus people’s energy and focus were separated and dispersed from the stage, dancing, and performance.
무대에는 좌우 양쪽 특정 지점에 선이 그어져 있었는데, 선수들은 자신의 차례가 아닐 때 그 선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 배틀 상대방을 선 밖에 위치시키는 것은 혹시 모를 충돌과 ‘불미스런’ 사태를 방지하고 페어플레이와 스포츠맨십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선수들의 경기는 종종 서로 춤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상호작용이 아닌 상대에 등을 돌리고 걸어 들어가거나 멀뚱히 바라보고 서 있는 단절의 순간을 보여주었다. 이런 모습은 선수들의 연륜이나 무대 경험의 많고 적음에 따라 다르게 보였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좀 더 많고 경험이 더 많은 일반부 남자 선수들의 경기는 더 많은 상호작용이 보였다. 미국의 무용학자 토마스 드프란츠(Thomas Defranz)를 인용하자면 힙합의 문화적 힘이라고 일컫는 신체적·수행적 웅변의 모습이 잘 보였다고 생각한다. 드프란츠는 몸 대화(body talking)를 통해 인사와 논쟁, 도전과 고발을 외친다는 점을 힙합 댄스의 힘으로 지적한다. 그에게 이 춤은 상대의 행동을 촉발시키는 의사소통 시스템이다. 그러나 경기로서의 브레이킹은 이런 특징을 거세시킨다. 도발적인 제스처는 감점의 요소가 되고, 상대의 춤에 대한 리액션은 등한시된다. 공동체의 갈등을 해소하는 방편으로서의 춤의 기능은 공식적인 이의제기에 자리를 내준다. 깔끔하게 정제된, 제도권이 허락한 만큼의 자유가 브레이킹의 춤추기를 새롭게 정의한다. 그 안에서 브레이킹은 어떤 말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Lines were drawn at specific points on both the left and right sides of the stage, and athletes had to wait outside the lines when it was not their turn. Positioning the opponent outside the line was to prevent possible collisions and ‘unsavory’ situations and to ensure fair play and sportsmanship. However, as a result, the event often showed a moment of disconnection when athletes turned their backs on the opponent and walked in or stared blankly at each other. The games of male athletes in the adult division, who were relatively older and more experienced than other participants, showed more interactions. To quote Thomas Defranz, an American dance scholar, I think they showed the physical performative orature, which he calls the cultural power of hip-hop. DeFranz points to the power of hip-hop dance in that it communicates greetings and debates, challenges and accusations through body talking. However, breaking as a sport tended to sanitize these characteristics. A provocative gesture becomes an element of deduction, and the reaction to the opponent's dance is neglected. The function of dance as a means of resolving community conflicts gave way to formal objections. Neatly refined institutional system redefines Breaking’s dancing.
음악은 브레이킹의 또 다른 큰 구성요소이다. 음악을 담당하는 디제이의 의무에 대해서도 경기의 규정이 정해져있다. 중요한 것은 공평함이다. 또 명백한 가사(explicit lyrics)도 부적절하다고 본다. 그래서인지 이날은 반복적인 브레이킹 비트가 전반부를 대부분 차지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날의 경기는 공식적으로 방송되었는데, 보통 미디어 산업에서는 음악의 저작권에 민감하고 많은 경우 보수적인 행보를 보인다. 법적 문제없는 음악을 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중문화와 매스미디어와 함께 성장한 브레이킹의 공동체는 공유된 역사를 통해 함께 환호할 수 있는 음악을 요구할 때가 있다. 공감과 공유된 기억을 불러일으킬 수 없는 음악은 춤추기에는 편리할 수 있지만 댄서와 참여자의 피를 뜨겁게 만드는 순간을 만들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는 디제이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그리고 산업의 논리를 따르는 한 브레이킹의 춤추기를 특정 방향으로 견인할 문제이기도 하다.
Music is another big component of breaking. The rules of the match are also set for the duties of the DJ in charge of music. What matters is fairness. The regulation dictate DJs to find music without explicit lyrics. Maybe that’s why the repetitive breaking beats occupied most of the first half of the day. As mentioned earlier, the match was officially broadcast, but the media industry is usually sensitive to music copyright and in many cases remains conservative. It’s that they tend to use music that would not cause legal problems. However, there are times when the community of breaking, which has grown along with popular culture and mass media, demands music that can cheer together. Music that cannot evoke empathy and shared memories may be safe and convenient for dancing, but it is not enough to create moments that heat the blood of dancers and participants. This is a structural problem rather than a DJ’s personal problem. It is also a problem that will tow Breaking’s dancing toward a certain direction.
이러한 모든 요소에도 불구하고 탑클라스의 선수들은 춤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고 춤의 공동체를 기념(celebrate)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관객들과 소통했다. 예술적 댄싱과 스포츠적 기량이 훌륭하게 조화를 이룬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과제는 이제부터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댄싱으로서의 브레이킹 문화를 경험하지 못한 채 경기로서의 브레이킹에 전념하는 선수들이 많아질 수 있다. 앞으로 브레이킹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할 것인가. 브레이킹이 그저 많은 테크닉 중 하나가 아니라 고유한 문화적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올림픽 입성이라는 성공적 순간을 맞아 브레이킹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바이다.
Despite all these factors, the top class athletes asserted their existence through dance, celebrated the community of dance, and communicated their stories with the audience. I think the players who have a good balance of artistic dancing and sporting prowess have received good marks. As time goes by, there may be more athletes who are dedicated to breaking as a sport without experiencing the culture of breaking as dancing. At the moment of successful entering to the Olympics, I look forwards to see Breaking’s next move.
글·사진_ 김수인(무용이론가)
자문_ 송유리
Written & Photo by Sue In Kim(Dance researcher)
Consulted by Yuri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