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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평가단, 유튜브, 그리고 서울시: 2023 서울비보이페스티벌

Citizen Evaluation, Youtube, and the City of Seoul: 2023 Seoul B-boy Festival



2023 서울비보이페스티벌이 열린 6월 3일 노들섬으로 가기 위해 한강대교를 걷는 동안 가장 먼저 눈에 띤 것은 푸른 하늘과 햇살이 내리쬐는 화창한 날씨였다.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데는 입장료가 요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에는 꼭 비보이 팬들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인파가 화창한 날씨와 주말 시간을 즐기러 나와 있었다.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한 이 행사는 시민들의 문화생활에 기여하는데 가장 큰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대중화 쪽으로 변모하는 댄스씬이 보여주는 가장 최신의 트렌드를 목격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On June 3, when the ‘2023 Seoul B-Boy Festival’ was held, the first thing I noticed was the blue sky and sunny weather. There was no admission fee required to enter the venue, so a diverse crowd, not necessarily b-boy fans, came out to enjoy the sunny weather and weekend hours. Hosted by the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this event seemed to have the greatest purpose of contributing to the cultural life of citizens. For me, it was also an opportunity to witness the most up-to-date trends in the dance scene, which is changing toward popularization.


가벼운 맘으로 들어선 행사장에는 다양한 체험형 이벤트들이 먼저 눈에 띄었는데,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대형 그래피티 아트월에서 사진을 찍는 시민도 있었고, 2013년도부터 시작된 서울시 대표 비보이단에 대한 아카이브 전시로 마련된 공간에서 홍보 비디오를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해외에서 초청된 댄서들이 교습하는 워크숍도 마련되어있었다. 그리고 메인이벤트인 댄스배틀행사와 서울시 비보이단 선발전은 잔디마당에 마련된 무대에서 펼쳐져서, 많은 시민들이 피크닉을 즐기듯이 잔디에 앉아 먹거리를 즐기며 관람하였다. 화창한 날씨, 푸른 잔디,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 연인과 친구들이 나누는 맛있는 음식과 음료에 더해, 멋들어진 무대 장치와 신나는 음악, 유니폼과 이름표 목걸이를 갖춘 행사진행요원들이 이날 비보이들의 춤에 대한 맥락을 제공했다. 이 페스티벌에서 비보잉/브레이킹은 무슨 의미였는가? 무엇이 중요했는가? 나는 이 페스티벌의 중요한 의미는 시민평가단, 유튜브, 그리고 서울시로 수렴된다고 생각했다. 

The main events, the dance battle and the Seoul B-Boy selection contest, were held on a stage prepared in the grassy yard. In addition to the sunny weather, green grass, families with children, and delicious food and drinks shared by lovers and friends, the fancy stage equipment, exciting music, uniforms and name tags of staffs gave the context of the B-boy dance on this day. What did b-boying/breaking mean at this festival? I thought that the significance of this festival was converged with the citizen evaluation, YouTube, and the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이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마지막으로 펼쳐진 서울 비보이단 선발전이었다. 1년 동안 서울의 대표 비보이 단체로 활동하며 공연과 교육 활동을 담당할 단체를 퍼포먼스 경연을 통해 선발하는 이벤트이다. 이전에는 G크루가 거의 담당해오던 것인데, 선발과 지원의 공정성을 위해 경연을 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심사에는 프랑스와 일본에서 온 2명의 브레이킹 댄서와 2명의 한국 비보이, 그리고 <댄싱9>이라는 TV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알려진 현대무용가가 점수를 매겼다. 그런데 이날 심사의 특이점은 100명의 시민평가단의 점수가 15% 반영되었다는 점이다. 사전에 참가신청을 한 시민들로 구성되었으며, 기계버튼을 눌러 점수를 입력하는 방식이 동원되었다. 각 크루가 퍼포먼스를 펼치고 나면 10초 안에 A부터 F까지 5점 간격으로 나눠져 있는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방식은 기존의 공동체에서 암묵적으로 인정받던 댄서들의 권위(authority)를 희석시키고 다각화(diversification)한다. 미국의 무용학자 메리 포가티(Mary Fogarty)에 의하면 공통의 역사와 서사를 공유하던 강한 유대의 댄스 공동체가 현대의 대중화된 댄스씬에서는 약한 유대의 광범위한 공동체로 확장되었고, 그러면서 권위있는 댄서들이 손을 들어주던 방식에서 더 투명하고 정교한 점수 산정 방식으로 바뀌는 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이날의 시민평가단은 포가티가 논평한 다각화된 권위, 대중화된 약한 유대의 공동체, 정교한 점수 산정 방식의 최신 트렌드를 구현했다.

The highlight of this festival was a performance contest for deciding the Seoul B-Boy Team. It is an event to select a group that will be in charge of performances and educational activities as a Seoul's representative b-boy crew for one year. An interesting point was that 15% of the total scores was given by 100 citizen evaluation groups. After each crew performed, they pressed the buttons on a hand-held device within 10 seconds. The characteristic of today's dance scene is that the method of determining victory or defeat has changed from respecting the judgment of dancers, which was tacitly recognized in the existing community, to a more transparent and sophisticated scoring method. This day's citizen evaluation embodied the latest trends in diversified authority, popularized dance communities with weak ties, and sophisticated scoring methods that Mary Fogarty commented on.



결승에 진출한 3개의 크루가 모두 퍼포먼스를 펼친 후, MC는 잠시 분위기를 전화시키며 관객들의 참여를 요청했다. 그중 무대에 올라온 한 어린이는 시종일관 천진난만함으로 반응하여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을 웃음 짓게 했다. 비보잉을 배워본 적이 없다던 그 아이는 몇 가지 동작을 해보라는 말에 주저 없이 바닥에 몸을 붙이고 웨이브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진 MC의 질문, “지금까지 멋진 비보이들의 퍼포먼스를 보았는데, 비보잉을 배운다면 어떤 댄서한테 배우고 싶어요?”에 즉각적으로 단호하게 외쳤다. “유튜브요!” 이 대답을 듣고 속된 말로 빵 터진 나는 다음 순간 생각했다. 이것이 오늘의 춤을 특징짓는 강력한 키워드라고. 공통의 역사와 서사를 공유하던 강한 유대의 댄스 공동체는 이제 디지털 네트워크로 이동하였다. 시각적 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는 춤은 문화라기보다 정보를 중심으로 유통된다. 이날 비보이들의 춤이 현장에 모인 많은 시민들에게 강렬한 신체적 에너지를 전달하였지만, 현장에서도 핸드폰을 들고 영상촬영을 하며 스크린을 통해 춤을 보는 사람들은 시각적으로 매개된 재현과 소통한다. 우승팀을 발표하는 순간에도 시선의 초점은 사람이 아닌 스크린에 향한다. 댄서간의, 그리고 댄서와 청중 간의 연결고리는 잠시 사라지고, 무대 위의 댄서들마저 뒤에 전광판을 바라보며 결과를 기다렸다. 멋들어진 촬영장비와 스크린이 이날 또 한 명의 주역이었다.

After all three crews in the final performed, the MC changed the atmosphere for a while and asked for the participation of the audience. Among them, one child consistently responded with innocence and made many people watching laugh. The child said that he had never learned b-boying before, And to the MC's question, "We've seen great b-boy performances so far, if you were to learn b-boying, which dancer would you like to learn from?" he answered with no hesitation: “YouTube!” After hearing this answer, I thought that this is a powerful keyword that characterizes today's dance. Dance have now migrated to digital media. The dance shared through visual media is distributed as information rather than as culture. The dance of the b-boys on this day delivered strong physical energy to many citizens gathered at the site, but even at the site, people holding their mobile phones and filming the dance watching the dance through the screen. Even at the moment of announcing the winning team, the focus of the eyes is on the screen, not the person. Even the dancers on the stage looked at the screen behind them to see the result. The fancy filming equipment and screen were another key player on the day. 


우승팀은 S크루로 정해졌다. 크루 이름에 들어가는 S는 흑인들 특유의 감정을 은유하는 ‘소울’이라는 단어의 이니셜이다. 비보이/브레이킹이란 댄스 장르가 흑인들의 춤과 노래에서 비롯된 사실을 지칭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 크루가 서울 비보이단 선발전에서 우승을 했을 때, MC씨와의 대담에서 이 크루는 이름을 소울에서 서울로 바꿀 수 있다는 언급을 했다. 물론 이것은 비장한 각오라기보다는 서울시 대표 비보이단으로 선정되었다는 기쁨을 표현한 재치 있는 발언이기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울이 지워지고 그 자리에 남은 서울은 의미심장하다. 서울문화재단 문화진흥본부장님이 맡아주신 우승팀에 대한 시상식은 비보이의 춤을 틀지우는 ‘서울시’와 ‘재단’의 정부 주도적 문화산업의 자취를 짙게 드러내었다. 브레이킹이 올림픽 종목이 되면서 춤은 국가와 정부의 강력한 원조를 받게 되었다. 초기 비보이 댄서들의 맥락이 1960-70년대 미국 흑인들의 게토지역에서 갱들이 버린 신체의 냄새가 나는 건물에서 춤을 추었던 것이었다면, 오늘 페스티벌의 춤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틀이 그것을 감싸고 있었다. 공공기관의 이름으로 갈아 끼운 댄스는 이전의 ‘스트릿’ 정체성을 깔끔하고 세련된 디스플레이 속에서 살균시킨다.

In the end, S Crew won the contest. The ‘S’ in the name of the crew is the initial of the word ‘soul.’ However, when this crew won the Seoul B-boy selection, in a conversation with the MC, this crew mentioned that they could change their name from Soul to Seoul. Of course, this was a witty remark expressing the joy of being selected as the representative b-boy group of Seoul. Nevertheless, the fact that Seoul takes the place of soul is significant. The awards ceremony for the winning team, which was held by the head of the cultural promotion division of the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revealed the traces of the government-led cultural industry of the ‘Seoul City’ and the ‘Foundation.’ As breaking became an Olympic event, dancing received strong support from the nation and government. The dance, which has been changed to the name of a city, sterilizes the previous ‘street’ identity in a clean and sophisticated display.



시민평가단과 유튜브, 서울이라는 키워드는 21세기 시민의 문화·레저 생활과 부드럽게 엮여 들어가는 비보이 춤이 경험하고 있는 사회·정치·경제적 압력들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The keywords of citizen evaluation, YouTube, and Seoul clearly reveal the social, political, and economic pressures that facilitating b-boy dance to smoothly intertwined with the cultural and leisure life of citizens in the 21st century.



글_김수인(무용이론가)

Written by Sue In Kim(Dance researcher)

사진제공_ 서울문화재단

Photo by SF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