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Years of Bitgoeul Dancers+‘Battle Lineup’: Roro’s Side of Story
그동안 내가 다녔던 댄스 행사들은 모두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댄스씬도 서울 공화국에서 벗어나기 힘든 걸까. 그 와중에 온·오프라인에서 많은 추천을 받았던 행사가 광주광역시에서 열렸었다. 바로 ‘배틀 라인업’이다. 올해로 시즌8을 맞은 ‘배틀 라인업’은 6월 9일-11일 3일간 광주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ACC, 광주KBS, 광주관광재단 등 광주의 공공기관들의 협력 속에서 큰 규모의 행사로 치러졌다(연관된 행사들이 2일간 더 이어졌다). 기대에 찬 부푼 마음으로 관람신청을 하려했지만, 어설픈 솜씨로는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매진이 되어버려 좌절을 맛봐야만 했다. 행사의 주체인 빛고을댄서스의 댄서 오천(5000)이 작년에 TV에서 방영된 <스트릿 맨 파이터>에서 큰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었을까? 아쉬운 마음을 그저 삭일 수밖에 없었지만, 운이 좋게도 빛고을댄서스의 또 다른 리더인 댄서 로로(Roro)와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While all the dance events I have been to so far are concentrated in Seoul, an international-scale ‘Lineup’ was held in Gwangju city for three days from June 9th to 11th. The tickets were sold out in the blink of an eye to the extent that I couldn't even dare to buy a seat with my clumsy skills. However, luckily I was able to meet one of the leaders of the Bitgoeul Dancers, dancer Roro.
광주에 댄스 배틀씬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던 2009년 즈음부터 방송안무로 춤을 시작한 로로는 배틀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까지 왕복했다고 한다. 거기서 만난 왁킹이 그녀의 춤이 되기까지 서울에서 선생님을 모셔오거나, 직접 서울에 있는 선생님의 연습실을 끊임없이 왔다갔다해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고등학교 때 친구이자 선후배였던 댄서 오천, 댄서 매기(Maggie)와 함께 빛고을댄서스의 모태가 시작되었으나, 약 1년 만인 2014년에 서울로 활동 근거지를 옮길지 아니면 광주에 남을지를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로로를 광주에 붙들었던 생각은 이전 선배들이나 선생님들이 댄스씬의 주축으로 활동을 하지 못하고 떠났던 텅 빈 공간이 그녀를 얼마나 힘들게 했던가였다.
“진짜 많이 고민했는데… 그때 제 진짜 머릿속을 지배했던 생각은 동생들이, 그다음 세대들이 배울 곳이 필요하다, 우리마저 떠나면 광주에 댄스씬은 없다, 돌아올 곳도 없다, 약간 이런 생각을 했고.”
Around 2009, when it could be said that there were almost no dance battle scenes in Gwangju, Roro started dancing. She had to travel back and forth to Seoul to participate in battle events. After twists and turns, the birth of the Bitgoeul Dancers began with high school friends dancer 5000 and dancer Maggie, but in 2014 they contemplated whether to move their base to Seoul or remain in Gwangju. At that time, Roro thought about how difficult it was for her to dance in an empty space where previous senior dancers had left the city.
“The thought that really dominated my mind at that time was that if we didn't have a place for the younger dancers to learn from, then it would really be ruined. There was no dance scene in Gwangju [I thought, ‘if we leave,] no one is here. There is nowhere to return to.”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댄스씬”은 프리스타일 댄싱으로 댄스배틀을 주로 하는 분야를 말한다. H.O.T.나 S.E.S. 등 1세대 케이팝 아이돌 가수들이 큰 인기를 얻던 시절에 방송안무로 대중적으로 성장한 댄스분야가 그것과는 구분되는 소위 언더그라운드 댄스씬과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구분되는 댄스씬을 생각했을 때 당시 광주의 여건은 서울 및 해외와의 교류를 통해 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들이 결핍되어 있었다고 보인다.
In her story, “dance scene” refers to a field where dance battles are the main part of freestyle dancing. In the days when first-generation K-pop idol singers like H.O.T. or S.E.S. were gaining great popularity, the early K-pop dancing coexisted with the so-called underground dance scene. In Gwangju at the time, there lacked opportunities to learn and develop more through exchanges with Seoul and overseas.
2014년에 시작된 ‘배틀 라인업’ 시즌1의 이야기에서도 계속해서 광주에서 스트릿댄스를 위해 춤 출 공간과 기회를 마련하려던 고분분투가 외부와의 교류와 함께 결부된다. 로로는 시즌1이 사실 빛고을댄서스를 위한 특강 수업을 위해 외부 선생님을 부르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선생님] 오셨는데 아까우니까 배틀까지 열어보자, 조그맣게. 근데 결국 행사가 엄청 커지고, 결국에는 다 서울에서 오시게 되고 해서…”
In the story of season 1 of ‘Lineup’, which started in 2014, the struggle to create a space and opportunity to dance for street dance in Gwangju continues with exchanges with the outside world. Roro said that season 1 actually started when an outside teacher was called for a special lecture for the Bitgoeul Dancers.
“Since [the teacher] came, let's open a battle, in a small-scale. But in the end, the event got really big, and in the end everyone came from Seoul…”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에서도 스트릿댄스계의 중심부 및 국제적 유통과 광주를 연결하는 것이 큰 의미로 거론된다.
“왜냐하면 저희는 고립되어있으니까… 제가 생각했었을 때 광주에서 배틀을 하는 것은 많은 시선마다의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서울에 가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을 광주에서 이 사람들의 춤을 보여주고 우리가 같이 놀고 하는 것들을… 무조건 이거는 애들한테 너무 좋은 교육이다, 이것을 체험하게 하는 것을 그래서 그런 교육적인 부분도 있고. 저희도 그 사람들을 알아 가기도 하고 [댄서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 처음에는 초대 손님들, 게스트들이 거의 서울에서 오셨으니까 선생님들과 저희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들도 생기고요. 광주에서도 ”라인업 가면 못 보던 사람들의 춤을 또 볼 수 있으니까“ 하면서 광주에 있는 잘 모르는 댄서들도 오고. 항상 꿈꿔왔던 것들, 서울에만 가면 경험했던 것들을 광주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진짜 감격스러웠어요.”
In the following story, the connection between the center of the street dance world as well as international distribution in relation to Gwangju is mentioned with a considerable signification.
“Because we are isolated… Having a battle in Gwangju seemed to yield so many different meanings. Things and people that can only be seen in Seoul and the things we play and do together… There is such an educational part. It's a place where we can get to know them and communicate with [dancers]… I think I was really moved by the fact that I was doing things in Gwangju that I had always dreamed of and experienced only in Seoul.”
‘라인업’의 초반 성장 이야기에는 사람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승훈샘(댄서 오천)이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배틀에서 많은 활동을 하면서 만나고 배운 사람들이 ‘라인업’에 오고 싶다고 하거나, 인연을 맺은 댄서들을 불러온다. 이 시기의 모습은 효율성이나 합리성보다 공동체성이 더 우선시되는 가치로 이야기된다.
“진짜 부른 게스트가 몇 명인데. 저희가 한 [20]18년, 19년까지 적자였을걸요. 그러니까 얼마 안 됐는데, 코로나 때문에 또다시 적자가 되고. 그때는 저희가 주머니를 털어 돈을 내야지 배틀을 할 수 있었던 상황이어서, 처음에는 30만 원씩, 50만 원씩, 나중에는 300만 원까지 해봤어요.”
There are a lot of human stories in the early historical stages of ‘Lineup’. Dancer 5000 has met and learned from a lot of people at battles not only in Korea but also in overseas battles. This period is full of episodes that prioritized community rather than efficiency.
“We have been in the red ink until [20]18-19. Then it came the Covid-19 pandemic, we were in the red ink again. At that time, we had to pay money from our pockets to be able to held a battle.”
그렇게 경제적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로의 이야기는 함께한 사람들에 대한 감동으로 가득하다.
“MC GO 선생님이 큰 교통사고 이후로 심사쇼케이스를 많이 하고 계시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라인업 시즌 2.5 힙합세션 때 선생님을 심사위원으로 너무 부르고 싶은 거예요. 선생님이 심사쇼케이스를 하시는 모습을 보고 싶고. 너무 그립기도 하고 해서.”
It was not that economically profitable. Nevertheless, Roro's story is full of emotions about the people she was with.
“I remember that the MC GO hadn't been doing a lot of judge showcases since having a big car accident. We wanted to invite him as a judge for the hiphop session of ‘Lineup’ seoson 2.5. I really wanted to see him do the judge showcase again. Because I missed him so much.”
또 장르의 체계적 분류에는 들어맞지 않더라도, 개인적인 인연에 비롯된 사적이고 감정적인 내용이 다시 춤으로 공유되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때 힙합하고 왁킹 에디션을 하게 됐는데 호진샘을 보고 싶은데 팝핑이라서 자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솔로 쇼케이스 축하 공연을 부르게 된 거예요. 뭔가 저희가 이만큼 사람들을 초대하고 드러내는 것 자체가 너무 몽글몽글한. 저희가 돈을 벌어서 하니까 애착이 너무 가는 그 행사에 [호진]쌤이 엄청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춤을 해 주셨는데, 그런 헌정의 작품 같은 해 주시면서 정말… 그거에 대해 설명도 없으셨는데 모두가 공감을 하고. 이제 그 작품으로 인해서 뭔가… 저희가 이거 하나에 정말 모든 것을 쏟아 넣는 그 마음들이 진짜 다 모두에게 전달된 느낌…”
In addition, even if a dance does not fit into the systematic classification of the genre, the private and emotional contents derived from personal relationships were shared again through dance.
“At that time, we were doing hip-hop and waacking edition, but we wanted to see dancer Hojin, even though there was no space for popping. So we invited him to perform a solo showcase…[Hojin] did a very lyrical and emotional dance for the event that we were very attached to… He did it like a tribute… There was no explanation about it, but everyone shared the message… I felt like it was really conveyed to everyone.”
코로나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온라인 예선으로 진행된 2021년 ‘라인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체가 함께 하는 정서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가 좀 고생을 하더라도 같이 있는 기분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자… DJ는 예선을 자기 혼자 방에서 하는 거죠. 그 음원을 저희에게 주면 저희가 음원과 번호가 적힌 그거를 유튜브에 이틀간 공개를 해요. 그러면 [참가자]는 그 시간에 무조건 예선을 치러야 되는 시간이니까 연습실을 잡아서, [자기] 번호에 맞는데 틀어놓고 찍어서 저희한테 그 부분을 보내면 저희가 그 영상을 다 편집을 해요. 그거를 동시에 8월 1일에 유튜브로 심사위원과 사람들이 동시에 보면서 이 [저지들]은 채점을 매기고, 사람들은 막 댓글로 응원을 막 하는 거지. 라이브 쇼를 한 거죠. 또 이게 막 직접 소리 지르는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근데 이게 앞에 있었을 때 조금 부끄러워서 못했던 것들도 [댓글 다는 건] 너무 쉽게 되니까 막 너무 서로를 응원하면서…”
The 2021 ‘Lineup’, which conducted an online preliminary due to the unprecedented situation of Corvid-19, nevertheless tries to evoke the sentiment of the community being together.
“Let’s find a way to make it feel like we’re together. With the sound source and number written on it… we released it on YouTube for two days. Then [participant] sent their videos to us, and we… edited all the videos. At the same time on August 1st on YouTube, the judges and the people were watching at the same time. These [judges] were grading, and people were just cheering in the YouTube comments… it was a live show. Moreover, since it was not cheering in person, which someone might feel shy and embarrassed, [commenting] was so easy for most of the viewers. So we cheered each other so much.”
이렇게 인연과 감동, 공동체 스피릿이 돋보이던 ‘라인업’의 역사에는 2022년부터 공공기관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참가자와 관람자가 700명이 넘어가는 대규모 행사를 치를 장소가 마땅치 않아 고심하던 가운데, 예산 마련을 위해 광주시청,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관광재단, 광주KBS방송국 등과 접촉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예산 문제는 어렵다. 조건도 많고, 규정도 많다.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지켜야 할 절차도 많다. 물론 도움도 많이 받는다. 지역축제와 함께 규모도 커지고 컨텐츠도 늘어났다. 편리성도 높아졌다. 그럼에도, 배를 젓는 사공이 많아지면, 혹은 붓을 쥔 손이 많아지면 처음에 생각했던 그림과 달라지게 된다. 화려해진 ‘라인업’의 성장 속에서 로로의 고민이 엿보인다.
“‘라인업’이라는 것이 사람들한테 그런 감동적인 느끼는 바가 있는 것이 포인트였다고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이게 서로가 모두가 감정이 교류가 되고 있나? 공감하고 있나? 라는 의문이… 진짜 저 나름의 방향을 정말 우리가 똑똑하게 잘 찾아야겠구나라는 생각이 진짜 많이 들어서… 한편에서는 아쉽더라도 더 나아가야 할 이유인가 이런 생각도 많이 하게 됐던 것 같아요.”
Meanwhile, from 2022, public institutions began to appear in the history of ‘Lineup’. While struggling to find a place to hold a large-scale event with more than 700 participants and spectators, she made contact with Gwangju City Hall, Asia Culture Center, Gwangju Tourism Organization, and Gwangju KBS Broadcasting Station. But the budget issue is not an easy task. There were many conditions and many rules. Since they were public institutions, there were many procedures to follow. Of course they provided a lot of help. Along with local festivals, the scale had grown and the content had also increased. Nevertheless, Roro’s concerns can be seen in the growth of the splendid ‘Lineup’.
“I think the core of the ‘Lineup’ is that it gives people such a moving feeling, but [there were times I questioned] is everybody sharing feelings? I really thought that we really need to find our own direction smartly and well. On the other hand, I thought a lot about whether it was a reason to go further, even if some features are not quite satisfactory."
하지만 로로는 스트릿이 스트릿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었던 문화적 힘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탐색한다. 로로는 어린 시절 듣기만 하고 직접 보지는 못했던 2000년대 초반 비보이 행사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때 당시에 홍대에 가면은 한쪽에서는 그래피티 하고 한쪽에서는 디제이 하고 야외에서 그 놀이터 주변으로… 그런 행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행사들이 있었다고 저는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포스터들도 막 구글링해가지고 찾아보니까 심지어 시나 구에서 이렇게 지원을 받아서 한 행사들이 그렇게 자유로웠더라고요. 스트릿컬쳐라고 하면 댄스는 진짜 그 안에 일부… 정말 다양하고 큰 문화들이 이 안에 많고. 보드 타는 사람들, 그래피티… 나는 이게 언젠가는 사이퍼도 하고 그 앞에서 야외에서도 하고, 진짜로 커지면 랩 하는 사람들도 뭔가를 할 수 있고...”
However, Roro explores ways to share it with many people without giving up the cultural power that street dance can have because it was a “street.” Roro talks about b-boy events in the early 2000s that she heard about but never saw in her childhood.
“At that time, in Hongdae, there were graffiti on one side, DJ on the other, and outdoor activities around the playground… When I googled the posters and looked them up, I found that even the cities and districts were soponsors, the events were still free. Speaking of street culture, dance is only one part of them… There are a lot of really diverse cultural elements in it.”
공공의 문화복지도 시장논리에 지배되는 경향이 강한 오늘날, 문화의 상품화가 아닌 살아있는 문화를 꿈꾸는 로로는 바쁘고 열정적인 그래서 생명력이 넘치는 한국의 스트릿댄서이다.
Today, when even public cultural welfare tends to be dominated by market logic, Roro is a busy and passionate Korean street dancer who dreams of a living culture rather than commercialized one.
글_ 김수인(무용이론가)
사진_ 빛고을댄서스
Written by Sue In Kim(dance researcher)
Photos provided by Bitgoeul Danc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