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zy Spirit and Career Exploration: Dance and Battle Intertwined by a Department of Practical Dance
<세종대왕 Battle Vol.7>을 보러 간 나의 입장은 교묘했다. 세종대학교 대양AI홀에서 10월 9일 한글날에 열린 이 행사는 세종대학교 실용무용과에서 학생들을 위해 주최한 댄스배틀행사인데, 나는 이 학과의 지도교수이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으로 실용무용과에서 강의를 시작하면서 나는 내가 발레 전공 대학생 때 경험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삶과 춤을 추고 있는 학생들을 만났다. 내부자이자 외부자인 나의 이중적인 포지션은 이 댄스배틀에 대한 나의 관람과 감상에 영향을 미쳤다. 왜 이런 행사를 열고 여기에 참가하는가? 여기서 추어지는 춤은 어떤 특성과 차별점이 있는가? 이 행사는 왜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는가? 한국의 독특한 제도이자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실용무용과’는 <세종대왕 Battle>을 틀 지우는 선명한 테두리이다.
My position watching
이 행사는 세종대학교 실용무용과의 ‘전통 있는’ 행사이다. 행사 타이틀부터 ‘세종대왕’이다. 학교의 브랜드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명이다. 배틀의 심사는 작년도 우승 및 준우승자와 졸업생들이 맡아 계보를 이어 내려오는 역사를 표시한다. 행사의 진행은 학생회가 담당했고, 엠씨는 브레이킹 교수님이 맡아보셨다. 약 27명 정도가 참가한 예선은 고학년과 저학년으로 나뉘어서 진행되었다. 이러한 조직과 구성은 <세종대왕 Battle>의 제도적 특성을 반영한다.
This event is a ‘traditional’ event of the Department. The title of the event is ‘King Sejong,’ clearly revealing the university’s brand name. The battle was judged by last year's winners and graduates, marking the history of the lineage. The student council was in charge of running the event, and a professor was in charge of MC. This organization reflected the institutional characteristics of
한편 춤 자체를 보면 예선에서 본선으로 넘어가 배틀이 가열될수록 점점 더 미쳐 날뛰는 에너지가 돋보였다. 거침없는 아크로바틱한 테크닉들이 난무했는데, 기교의 능숙함뿐만 아니라 몸 사리지 않는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 자신감에서 나오는 과감한 섹시함이나 젠더 트레스패싱,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관중들의 열광적인 반응이 그 춤들을 살아있게 만들었다. 학생들의 행사였지만 미숙하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댄스배틀이 젊음의 문화라는 걸 다시 깨닫게 될 만큼 온전히 젊은 댄서들이 주인공으로 완성되는 시간이었다.
Meanwhile, the dance itself became more and more frenzied. There were a lot of unstoppable acrobatic techniques, and it was not only the proficiency in technique, but also the bold risk-taking, the audacious sexiness and gender trespassing that came from confidence, and the enthusiastic response of the audience that made all of this possible. Although it was a student event, it did not seem immature. Rather, it was a time for me to realize that dance battles are a youth culture.
춤의 구성을 들여다보자면 <세종대왕 Battle>은 탈중심, 탈경계의 현상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이 행사는 장르의 구분이 없이 섞이는 올장르 배틀이었다. 나는 댄서들의 이름표에서 이름 옆에 쓰여진 팝핑, 락킹, 왁킹, 힙합, 크럼프, 하우스, 보깅 같은 장르를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움직임 자체를 보면 장르들이 뒤섞이는 춤이 많이 보이고 또 무슨 장르인지 알 수 없는 춤들도 있었다. 올장르 배틀이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플레이되었는데, 댄서에 따라 자신의 주 장르 음악이 아닌 경우 다른 장르의 움직임을 섞기도 하였다. 맨발로 춤을 추는 댄서의 경우는 특히 흥미로웠는데 스트릿댄스 장르인지 알 수 없는 스타일의 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장르 뒤섞임의 현상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먼저 오늘날 춤을 배우는 학생들은 많은 장르를 두루두루 배울 것을 요구받는다. 특히 제도로써 실용무용과는 필수과목으로 배워야할 춤들이 정해져있다. 코레오와 스트릿댄스 장르들과 더불어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도 배워야만 한다. 둘째, 많은 학생들이 케이팝 방송댄스에서 영향을 받아 춤을 시작하기 때문에 스트릿댄스의 전형적 장르들을 전공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비율로 보면 자신의 전공을 ‘코레오’라고 인식하는 학생들이 ‘스트릿댄스’에 비해 8:2 정도로 많은 것 같다. 그래서 프리스타일(또는 즉흥)로 춤을 춰야하는 배틀에도 ‘코레오’를 하는 학생들이 많이 참가한다.
In regards to dance genres, I think
사진제공_ 세종대학교 미래교육원 실용무용과
그럼 이런 학생들을 위한 댄스배틀행사는 어떤 취지를 가지는가? 나는 이렇게 배틀에서 날라다니는 학생들이 과연 앞으로 어떤 진로를 가질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학생들은 이 행사에 참가하며 쌓은 경험과 경력을 졸업 이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졸업하고 프리스타일 배틀러로 경력을 쌓으며 생활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프로 배틀 플레이어들을 위한 행사는 장르가 선명히 구분되는 행사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 간극을 어떻게 극복할까? 실용무용과가 증가하면서 그 출신의 댄서들이 이 분야의 대다수가 되면 그런 지형이 바뀔까? 아니면 학교의 댄스배틀행사는 재미있는 ‘체험’의 의미로만 남고, 진지한 진로는 여전히 코레오 분야로 고수하게 될까?
So what is the purpose of this dance battle event for students? I was curious about what kind of career path student-dancers could have in the future. Will they be able to make a living after graduation pursuing a career as a freestyle battler? If the number of practical dance departments increases and dancers from those departments become the majority in this field, will the landscape of the dance field change? Or will the school dance battle event remain only as a fun ‘experience’?
사실 ‘코레오’라는 분야를 문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안무’이기 때문에 움직임 스타일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어떤 이는 고정된 특징적 움직임 스타일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발레적 안무를 하는 걸 ‘코레오’라고 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움직임 스타일이 없다고도 할 수 없다. (마찬가지의 논의가 ‘컨템포러리’(동시대의)에 대해서도 있다) 이때 많은 장르를 다양하게 배우는 오늘날 댄서들이 프리스타일과 코레오를 모두 실천하다보면 이 둘 간의 관계는 이전과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댄서들에게 학교는 어떤 의미가 될까? 한국의 댄스 지형에서 도드라지는 ‘실용무용과’의 배틀행사는 소위 끼가 넘치는 학생-댄서들의 진로를 전망해야하는 신기한 탐구의 장이 된다.
If today’s dancers who learn many genres practice both freestyle street dance and choreo,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two may become different from before. The battle event of the ‘Practical Dance Department’, which stands out in Korea’s dance landscape, becomes an interesting opportunity for envisioning the career paths of so-called crazy spirited student dancers.
글_ 김수인(무용이론가)
Written by_ Sue In Kim(dance researc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