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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BTQ 문화로써의 보깅, 댄스 장르로써의 보깅: 키치볼 vol.3

Voguing as LGBTQ culture vs. voguing as a dance genre: Kitsch Ball vol.3 




가슴이 떨린다. 그동안 스트릿댄스 행사를 다녀봤지만, 보깅(voguing) 행사는 처음이다. 그간 지인 댄서들로부터 보깅은 다른 종류의 문화와 규칙들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으로 이번 행사를 관람하러 갔다. 다른 스트릿댄스 행사들에서도 보깅의 움직임은 자주 목격된다. 또 보깅이 한국에서 점차 대중화되면서 유명한 아이돌 가수들도 보깅을 차용한 퍼포먼스를 자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때 볼 수 있는 것은 보깅의 특징적인 동작들이지, 보깅만의 독특한 문화는 아니다. 이번에 관람한 키치볼 vol.3는 문화로써의 보깅을 일부나마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키치볼은 하우스 오브 키치(House of Kitsch)가 주최하여 11월 5일에 강남 알베르에서 열렸다. 17개의 참가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약 6시간 동안 진행된 이 행사는 LGBTQ 문화로서의 보깅, 댄스 장르로서의 보깅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잘 보여주었다.

I had butterflies in my stomach. It was my first time attending a voguing event. As voguing has become increasingly popular in Korea, famous idol singers are also frequently showing performances that borrow from voguing. However, they show the characteristic movements of voguing, not the unique culture of voguing. The Kitsch Ball Vol. 3 provided me an opportunity to experience, at least in part, voguing as a culture. The Kitsch Ball was hosted by the House of Kitsch and held at Albert in Gangnam on November 5. This event, which lasted for about 6 hours and consisted of 17 categories, clearly demonstrated two aspects: voguing as LGBTQ culture and voguing as a dance genre.



보깅의 기원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선행연구들에 의하면 19세기말 뉴욕 할렘에서 열리던 일종의 가장무도회인 드랙 볼(drag ball)에서 초기 형태가 관찰된다고 한다. 이때부터 주요참여자들은 유색인종 퀴어였다. 보깅 볼이 여러 단계의 역사적 변천을 거치기는 했으나, LGBTQ 성향의 소수자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은 유지되어왔다. 여기서 보깅의 독특한 문화인 하우스(house)가 등장한다. 성 정체성으로 인해 배척받아 거리로 내몰린 이들이 함께 살아갈 동료를 일종의 가족으로 받아들여 하우스라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초기에는 하우스를 이끄는 마더와 파더가 ‘칠드런’(children)의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 하우스 문화에서는 구성원 모두가 댄서일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가족으로서의 유대감이다. 하지만 19세기 볼이 댄스 장르로 진화하고, 독특한 움직임 스타일이 대중화되면서 보깅의 LGBTQ 문화 공동체는 희미해지기도 한다. 

Previous studies show that the early form of voguing was observed at the drag ball, a type of masquerade ball held in Harlem, New York in the late 19th century. From this point on, the main participants were queer people of color. This is where voguing's unique culture, house, appears. People who have been ostracized and driven out on the streets due to their sexual identity accept their fellow residents as a kind of family and create a community called a house. It is said that in the beginning, the mother and father who led the house played a role in providing food, clothing, and shelter for the ‘children.’ In this house culture, not all members have to be dancers. What is important is the bond as a family. However, as ball evolved into a dance genre after the 19th century and the unique movement style became popular, voguing's LGBTQ cultural community sometimes faded.



이번 키치볼 vol.3에서는 강렬한 LGBTQ 문화 공동체와 함께 그것의 희석도 동시에 감지할 수 있었다. 외부 관람자로서 나는 보깅 공동체의 단결력에서 기인하는 일종의 폐쇄성이나 경계심을 걱정하면서 이날 행사장에 갔다. 그러나 걱정했던 것보다 개방적인 분위기에 안심이 되었다. 위치도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명한 카페의 아래층이었고, 행사장 전면이 유리로 되어있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동안 공간이 다 들여다보였다. 참여하는 사람들도 외부인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날 관람객 중에는 순수무용을 하는 지인들이 여럿 보였고,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유명연예인들도 있었다. 이날 행사를 촬영하는 카메라도 굉장히 많아서 이후 이것이 미디어를 통해 대중적으로 공개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움직임에 관해 말하자면 LGBTQ 문화에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과감하면서도 재치가 넘치는 무브와 착장 그리고 몸을 사리지 않는 대담한 딥(dip), 상대를 견제하며 자신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셰이드(shade) 등은 감탄하며 즐길 수 있는 스펙터클을 제공했다.

In this kitsch ball vol.3, along with the strong LGBTQ cultural community, it was also possible to sense its dilution. As an outside spectator, I went to the event worried about a kind of closedness or wariness that stems from the unity of the voguing community. However, more than I was worried, I felt reassured by the open atmosphere. The location was on the lower floor of a famous cafe that was easily accessible to the general public, and the front of the venue was made of glass, so I could see the entire space while going downstairs. Among the visitors that day, I saw many acquaintances who were practicing classic dance, and there were also celebrities who were well known to the public. There were a lot of cameras filming the event that day, so I could guess that it would later be made public through the media. As for movement, there are bold and witty moves and outfits, daring dips, and shades that actively show confidence while keeping your opponent in check. It provided a spectacle to be admired and enjoyed, even if you are not an active advocate for LGBTQ culture,



그러나 보깅 볼을 처음 관람하는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도 있었다. 일단 나는 보깅의 하우스들과 하우스챈트를 다 모른다. 퍼포머들에게 호응을 하고 싶었지만, 뭐라고 리액션을 해야 하는지, 언제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서 할 수가 없었다. 하우스챈트는 퍼포머가 소속된 하우스마다 고유한 구호 같은 것으로 퍼포머의 흥을 돋우고 응원하는 기능을 한다. 또 카테고리마다 출전을 원하는 참여자가 볼을 걷는 것을 즉흥적으로 선택한다는 것도 몰랐기 때문에 코멘테이터(사회자)가 왜 계속 누구 더 없냐고 외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런 것들은 행사 이후 인터넷을 통해 공부를 하면서 지식으로 습득할 수 있었다.

However, as someone who was watching voguing ball for the first time, there were some parts I couldn't understand. First of all, I don’t know all the voguing houses and house chants. I wanted to respond to the performers, but I couldn't because I didn't know how to react or when to react. House chants are unique slogans for each house the performer belongs to, and serve to excite and encourage the performer. Still, I was able to acquire knowledge about these things by studying on the internet after the event.


하지만 정보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보깅의 문화가 있었다. 행사 진행 중 메일 피겨(Male Figure, MF)가 참가하는 종목에서 “이번 카테고리는 스트레이트 맨(이성애자 남성)은 참가 못해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이 행사를 나에게 소개해준 지인의 말에 따르면 LGBTQ 성향이 아닌 사람들이 댄스 장르로 보깅 행사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찬반 논쟁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분명히 보깅은 성 정체성에 관한 내용이 중요한 문화현상이다. 지금보다 훨씬 차별과 배척이 심했던 과거부터 성 소수자에게 스스로를 긍정하고 목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던 문화가 오늘날의 보깅에 남아서 그 공동체를 고유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 일반 사회의 규범을 벗어나는 일탈성, 예를 들어 하이퍼섹슈얼리티의 표현은 외부 관람자에게 이해받지 못하거나 신기한 이국성으로 읽힐 수 있다.

Nonetheless, there was a culture of voguing that could not be known just by understanding the information. During the event, in the event where Male Figure (MF) participated, I was told, “Straight men cannot participate in this category.” And according to the friend who introduced this event to me, there are arguments for and against non-LGBTQ people participating in voguing events as a dance genre. So clearly, voguing is a cultural phenomenon in which content related to sexual identity is important. The culture that provided space for sexual minorities to affirm themselves and assert their voices, when discrimination and exclusion were much more severe than today, remains in today's voguing, making the community unique. And in terms of the way it is expressed, deviance that goes beyond the norms of general society, for example, expression of hypersexuality, may not be understood by external viewers or may be read as a mere strange exoticism.



그렇다면 이러한 보깅 행사는 어떤 의의를 가지는가? 국내에서 열린 첫 보깅 볼로 여겨지는 2017년 망원볼(MANGWON VOUGE BALL) 이후 현재 보깅 행사는 7배 정도 증가하였다. 이러한 성장에는 보깅을 독자적 댄스 장르로 즐기는 인원의 참가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런 현상을 관찰하면서 나는 궁금해졌다. LGBTQ 문화가 앞으로도 보깅의 핵심 요소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주변적 요소로 변화할 것인가? 국내 보깅 역사를 연구할 때 LGBTQ 문화가 핵심적으로 탐구될 것인가, 댄스 행사의 규모가 핵심적으로 조사될 것인가? 보깅이 주는 문화적 의미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So what is the significance of these voguing events? Since the 2017 MANGWON VOUGE BALL, which is considered the first voguing ball held in Korea, the number of voguing events has increased approximately sevenfold. This growth was also largely influenced by the participation of people who enjoy voguing as a dance genre. As I observed this phenomenon, I became curious. Will LGBTQ culture remain a core element of voguing in the future, or will it become a peripheral element? When studying the history of voguing in Korea, will LGBTQ culture or the scale of dance events be the key focus? Continuous observation is necessary to envision the cultural meaning of voguing in Korea.



글_ 김수인(무용이론가)

Written by Sue In Kim (dance researcher)

사진_ Suki Park

Photo by Suki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