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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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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중 한국 스트릿댄스 역사가 아닌 것을 고르시오!: 역사가 있는 학문으로서의 실용무용

Practical Dance as an Academic Discipline with History

 


춤은 진지한 학문분야인가? 외적으로 보면 현재 한국의 무용계는 수많은 대학 무용과와 학술지를 발간하는 학회를 구비하고 있다. 그중 최초의 무용 관련 학회는 1974년 대한무용학회의 창립으로 시작되었으니 현재까지 약 50년의 역사가 있는 셈이다. 반면 실용무용은 더 신생의 대학 분과이자 학문 탐구 영역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실용무용이 교육기관에 독립된 전공이나 학과로 생기기 시작했고, 2012년을 전후하여 전공생들이 대학원 이상 학위과정을 밟으면서 학위논문들과 학술지 논문들이 증가하였다. 이 시기로부터 십 년 정도가 지난 지금, 한국에는 한국실용무용학회(2022년 창립)과 대한실용무용학회(2023년 창립)가 설립되어 학술 연구발표와 논문집 발간을 하고 있다. 발레로 춤 경력을 시작한 내 관점에서 실용무용의 학문적 행보는 수십 년 전 순수무용계의 양상에 대한 데자뷔로 느껴질 만큼 비슷한 점이 많다. 춤 스타일은 달라도 학계에 진입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건들은 대동소이하기 때문일 것이다. 

The Korean dance world currently has numerous university dance departments and academic societies that publish research journals. Among them, the first dance-related society began in 1974, so it has a history of about 50 years. Practical dance, however, has emerged as a discipline in Korea. From the mid-2000s, practical dance began to emerge as an independent major or department in educational institutions, and around 2012, the number of theses and academic articles increased as students pursued graduate school programs. Now, the Korean Society for Practical Dance (founded in 2022) and the Korean Society of Practical Dance Studies (founded in 2023) were established in Korea. From my perspective, started my dance career in ballet, the academic progress of practical dance has so many similarities that it almost feels like déjà vu to the aspects of the artistic dance world decades ago. 



역사 구축에 대한 노력은 가장 우선적으로 일어나는 일 중 하나이다. 나는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서 나는 어디서 왔는가를 파악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또한 분야의 역사 구축은 그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그래서 순수무용계는 대표적 인물과 작품, 사건을 선별한 무용사를 마련하였다. 하지만 무용계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 일어나는데, 이를 통해 학문적 정체성을 한참 형성하던 시기에 포스트모더니즘이 예술계와 학계를 뒤흔든 것이다. 이것이 역사 연구에 미친 영향은 어떤 역사쓰기도 주관적인 전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이 학계의 정설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역사가는 객관적 지식의 권위자가 아니라 해석자이자 스토리텔러, 더 나아가 이데올로기적 인간이 된다. 

Efforts to establish history are one of the highest priorities when a field strives to identify itself. The artistic dance world established its history selecting representative people, works, and events. However, when postmodernism shook the art world and academia, there rose the criticism that no history writing is free from subjective assumptions. The historian is not an authority on objective knowledge, but becomes an interpreter, a storyteller, and even an ideologue.


내가 한국실용무용학회의 제3회 학술대회에서 패널토론의 좌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난처했던 이유는 그런 비판적 역사학의 지향을 가진 내가 “한국 스트릿댄스의 역사”라는 토론제목과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직 분야의 역사 구축이 되기도 전인데 해체부터 하는 인간이 끼면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한국실용무용학회 회장 최종환 교수는 실용무용 학계에는 아직 비판하고 수정할 기초자료도 없기 때문에 그걸 마련하는 것부터 필요하다고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나는 후배들과 제자들이 비판하고 수정하고 보완하도록 기초를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지점에 동의하고, 이날의 토론이 어떻게 흘러갈지 흥미롭게 지켜보기로 했다. 

The reason I was concerned when asked to chair the discussion at the 3rd conference of the Korean Society for Practical Dance was because I with a critical historical orientation did not fit the topic of “History of Korean Streetdance.” Professor Choi Jong-hwan, president of the Society, explained that it is necessary to prepare basic materials for criticism and revision in practical dance field. I agreed that it was necessary to lay a foundation for juniors and students to criticize, revise, and supplement, and I decided to watch with interest how the day’s discussion would proceed.



한국실용무용학회의 제3회 추계학술대회는 11월 11일 토요일 명지대학교 인문캠퍼스 MCC관에서 개최되었다. 한국실용무용학회 회장 최종환이 개회사와 명지대학교 이선경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3편의 연구주제 발표와 4편의 학술대회 발표, 그리고 토론으로 이루어졌다. 내가 이제껏 경험한 것과 달랐던 점은 “한국 스트릿댄스의 역사”라는 학술대회의 주제가 3편의 연구주제 발표가 아니라 토론에 붙었다는 것이다. 3편의 연구주제 발표를 맡은 차윤미, 임채훈, 송원문은 각각 교육, 역사, 바이오엔지니어링 분야를 다루어서 주제와 방법론 측면에서 통일성보다 다양성을 부각시켰다. 반면 패널토론은 앞서 발표된 논문들에 대한 지정토론이 아니라, 따로 “한국 스트릿댄스의 역사”라는 주제에 대해 패널로 초청받은 인물들이 의견을 펼치는 것이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사람들은 강원래(명지대학교 미래교육원 지도교수), 김광수(원밀리언댄스스튜디오 아티스트), 김도현(BeatSurfers 대표), 남현준(팝핀현준아트컴퍼니 대표), 신일선(NilsonProduction 대표), 심찬(서울예술대학교 외래교수), 유혜진(동아방송예술대학교 전임교수), 이우성(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 브레이킹위원회 위원장), 정형식(대한민국 브레이킹 국가대표 감독)이었고, 다들 한국 스트릿댄스 역사의 산증인이라 할 만한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내가 맡은 역할 때문인지, 이날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이 토론이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The 3rd Fall Conference of the Korean Society for Practical Dance was held on Saturday, November 11th at Myongji University. The conference consisted of three research topic presentations, four student presentations, and discussion. “History of Korean Streetdance” was a title for the discussion rather than a presentation of three research topics. Those who attended the panel on this day were Kang Won-rae  (Myongji University), Kim Kwang-soo (One Million Dance Studio), Kim Do-hyun (BeatSurfers), Nam Hyun-jun (Poppin Hyun-jun Art Company), Shin Il-seon (Nilson Production), and Sim Chan (Seoul Institution of the Arts), Yoo Hye-jin (Dong-ah Institute of Media and Arts), Lee Woo-sung (the Breaking Committee of the Korea Dance Sports Federation), and Jeong Hyeong-sik (Director of the Korea National Breaking Team), all of whom could be considered living witnesses to the history of Korean streetdance. And I got the impression that this discussion was the highlight of the day.



“한국 스트릿댄스의 역사”라는 주제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내가 이 칼럼을 통해 2월에 쓴 “역사쓰기의 스릴”에서도 언급했지만, 한국의 댄스씬에서는 공식적인 역사 구축에 힘쓰고 있다. 대한실용무용학회에서 『서양 스트리트 댄스의 역사』(2023)을 발간한 것도 비슷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역사쓰기는 사실의 나열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날 토론에 참석하여 “한국 스트릿댄스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 사람들은 마이스토리(my story)를 히스토리로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이다. 특히 누가 한국 스트릿댄스의 1세대인지에 대한 문제는 열띤 논쟁을 일으켰는데, 90년대 댄스가수로 잘 알려진 강원래와 현재 브레이킹위원회 위원장인 이우성의 의견이 날카롭게 대립되었다. 그러면서도 사적으로는 서로 친밀했던 시기가 있었다는 것이 호칭(형님/아우)이나 개인적 에피소드(밥 사줬잖아)에서 드러났다. 그러한 수면 위와 아래의 상황은 역사쓰기가 객관과 주관 사이의 줄을 타는 아슬아슬한 작업임을 시사한다. 게다가 실용무용과 스트릿댄스의 경우 역사 속 인물들이 현재 활동하는 사람들이기도 하기 때문에 한층 더 어려운 일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왜 역사를 말하는지 스스로를 성찰하는 것이다. 이미 몇 십 년간 비판받아 온 권위주의적 역사쓰기가 아니라 성찰적 역사쓰기가 스트릿댄스와 실용무용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후배들과 제자들이 수정하고 보완할 거리를 만들겠다는, 그래서 기꺼이 비판의 심판대에 서겠다는 한국실용무용학회의 취지를 다시금 되새기고 싶다.

The topic “History of Korean Streetdance” is meaningful in many ways. The Korean dance scene recently strives to establish an official history. However, as I said before, writing history is not a listing of facts. In that respect, those who attended the discussion that day and talked about the “history of Korean streetdance” had the opportunity to claim my story as history. In particular, the question of who was the first generation of Korean streetdance sparked a heated debate, with the opinions of Kang Won-rae, well-known as a dance singer in the 90s, and Lee Woo-sung, the current chairperson of the Breaking Committee of Korea, sharply conflicting. However, it was revealed through their ways of addressing each other (brother) and personal episodes (I bought you food) that there was a time when they were close to each other in private. This mosaic of public and private stories suggest that writing history is a thrilling task that walks the line between objectivity and subjectivity. Moreover, in the case of practical dance and streetdance in Korea, it is even more difficult because historical figures are also people active in the present. In the end, what is important is to reflect on why I tell history. Asking for reflective rather than authoritarian writing of history, I expressed my hope that the day's discussion would become a space where juniors and students could make corrections and supplements.




글_ 김수인(무용이론가)

사진제공_ 한국실용무용학회

Written by_ Sue In Kim (dance researcher)

Photo_ the Korean Society for Practical D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