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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왁킹 배틀의 이중적 하이힐: 루키즈 게임 왁킹 사이드

Ambiguous Effects of High Heels in a Underground Waacking Battle: Rookies Game Waacking Side



오랜만에 극장과 무대가 아닌, 말 그대로 언더그라운드에서 펼쳐진 왁킹 배틀을 봤다. 행사 장소에 도달하기 위해서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를 찾는데 애를 좀 먹었다.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자 나 같은 일반 관람객은 거의 없었고, 진행요원을 제외한 모두가 워밍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참가자가 곧 관객이요, 관객이 곧 참가자인 댄서 공동체가 사이퍼를 이루고 디제이, 엠씨, 저지와 자연스럽게 연결된 공간에서 모든 춤이 펼쳐졌다. 대중적 관객몰이를 한 행사들과는 달리 여기에서 내 모습은 꽤 이질적이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야말로 댄서들을 위한 댄서들의 행사. 하지만 댄서들의 열정과 몰입은 곧 모든 것을 잊고 춤에 빠져들게 했다.

It's been a while since I saw a waacking battle that took place literally underground, not in a theater or on a stage. I had a bit of trouble finding the entrance to the basement to reach the event venue. As I entered the venue, there were very few audience like me, and everyone except the staff was seen warming up to dance. The dancer community, where the audience was the battle participants, formed a cypher and were naturally connected to the DJ, MC, and judges. 



2월 24일 성수동 DaGARAGE에서 펼쳐진 루키즈 게임 왁킹 사이드(Rookies Game Waacking Side)는 스트릿댄스 행사 전문 기획사인 플로우메이커(Flowmaker)가 주최·주관하는 행사이다. 제목이 암시하듯이 새로운 루키 댄서를 발굴하며 24세 이하 아마추어 댄서들의 등용문으로 꼽힌다. 그래서 이날 배틀 참가자들은 어린 학생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는데, 그만큼 신선하고 열광적인 에너지가 인상적이었다. 반면 엠씨, 저지, 게스트 쇼케이스 그리고 디제이에는 각각 Kyam, 해준, Leever, Spicy’s 그리고 Joopop과 같은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참여하여 이 행사의 전문성을 돋보이게 해주었다. 그래서인지 이날 루키스 게임은 풋풋함과 노련함, 반항과 절제가 절묘하게 혼재된 현장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Rookies Game Waacking Side, held at DaGARAGE in Seongsu-dong on February 24th, is an event hosted by Flowmaker, an event agency for street dance. As the title suggests, it is considered a gateway for amateur dancers under the age of 24. So, a large portion of the battle participants on this day were young students, and their fresh and enthusiastic energy was impressive. On the other hand, prominent artists such as Kyam, Haejun, Leever, Spicy’s, and Joopop participated in as MC, judges, Guest Showcase, and DJ respectively, highlighting the professionalism of the event. Maybe that's why I got the impression that the Rookies Game that day was an exquisite mixture of freshness and dexterity, defiance and restraint.


왁킹은 여러 스트릿댄스 장르들 중에서 독특한 매력이 있는 춤이다. 1970년대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게이 클럽에서 시작되었다는 왁킹은 사회가 요구하는 젠더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나’의 고유성과 개성을 마음껏 표현하는 춤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은 트월(twirl)과 같은 화려한 팔 휘두르기 동작이다. 또 대담하고 블링블링한 옷차림도 특징적이다. 그리고 다른 스트릿댄스 장르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하이힐이 자주 관찰된다. 이날 루키즈 게임 왁킹 사이드 행사에서 16강 이상 진출한 참가자들의 과반수가 힐이 있는 댄스슈즈를 신고 있었다. 그러나 결승 배틀 직전 게스트 쇼케이스로 참여한 Spicy’s의 두 댄서는 통굽으로 된 워커 같은 신발을 신고 있었는데, 그들이 발을 구르며 뿜어내는 에너지는 유독 남달라서 이 차이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Waacking is a dance form with a unique charm. Waacking, originated in gay clubs in Los Angeles in the 1970s, is known as a dance that challenges the gender stereotypes demanded by society and freely expresses one's unique personality. The first thing that catches my eye was the flashy arm swinging movement like a twirl. Also, bold and bling-bling costume was also characteristic. However, high heels, which are not commonly seen in other street dance genres, especially caught my attention on this day. At the Rookies Game Waacking Side, the majority of participants who advanced to the round of 16 or higher were wearing dance shoes with heels. However, the two dancers from Spicy’s who participated as a guest showcase just before the final battle were wearing walker-like shoes, and the energy they gave off as they stamped their feet was so distinguished that I wondered how I could understand the difference.



초고수 댄서들에게 하이힐은 문제가 되지 않거나, 오히려 독특한 미학을 뽐낼 수 있는 방편이 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발레 토슈즈를 신고 춤을 춰본 내 경험에 의하면, 내가 발바닥의 근육과 뼈를 자유롭게 쓸 수 없을 때는 동작의 가동범위가 분명히 축소되었다. 점프를 이전만큼 높이 뛸 수 없었고, 공간을 가로질러 이동할 때 충분히 마음껏 뻗어 나갈 수 없었다. 이런 움직임에 제약을 주는 신발은 춤추는 몸의 경험에 확실히 영향을 미친다. 

High heels are not considered a problem for highly advanced dancers, or rather, they are considered a means to show off the unique aesthetics. However, according to my experience dancing in ballet toe shoes, when I cannot freely use the muscles and bones of the soles of my feet, my range of motion was clearly reduced. I couldn't jump as high as I used to, and I couldn't stretch out fully when moving across space. Shoes that restrict these movements definitely affect the experience of the dancing body.


춤 현장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하이힐은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진 것으로 지적되어 왔다. 발과 다리 뿐 아니라 척추, 나아가 뇌에까지 충격을 주어 건강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건강에 백해무익할뿐더러 착용자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주지만 오랫동안 하이힐은 여성에게 예의나 격식을 차려야 할 때, 그리고 많은 직종에서 업무 시에 신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하이힐을 여성에게 강요하는 문화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2015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입장 거부 사건, 2016년 영국 기업에서 플랫 슈즈 착용 이유로 해고당했던 사건, 2019년 일본에서 직장 내 하이힐 착용 강요 사건 등이 이슈화된 이후 개봉된 영화 바비(2023)에서 바비가 하이힐에 맞춰 만들어진 발 모양에서 벗어나는 장면은 하이힐에 붙어있던 젠더 고정관념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를 주었다. 

High heels have been pointed out as producing various problems in everyday life. It is unhealthy as it impacts not only the feet and legs, but also the spine and even the brain. Although they are not only harmful to health but also cause a lot of pain to the wearer, high heels have long been considered to be required to women when they need to be formal, and in many occupations while working. However, since the mid-2010s, there has been a backlash against the culture that forces women to wear high heels. High heels became controversial when a woman with flat shoes was refused entry to the Cannes International Film Festival in France in 2015; a British company fired a woman for wearing flat shoes in 2016; and a protest movement against the requirement for female employees to wear high heels at work in Japan in 2019. In the movie Barbie (2023), the scene where Barbie deviates from the foot shape designed for high heels gave an opportunity to reflect on the gender stereotypes attached to high heels.


여기서 나는 아이리스 매리온 영(Iris Merion Young)의 유명한 연구 “여자애처럼 던지기(Throwing Like a Girl)”를 떠올린다. 영은 메를로-퐁티의 현상학 개념을 사용하여 가부장적 사회가 여성의 몸 경험을 남성들과는 다르게 구성한다고 말한다. 이때 여성들은 더 제한되고 닫힌 형태로 몸을 움직이고, 세상과 나의 관계를 불연속적인 것으로 인식한다. 

Here I am reminded of Iris Merion Young's famous study, “Throwing Like a Girl.” Young uses Merleau-Ponty's phenomenology to claim that patriarchal society structures women's body experiences differently from men's. Women move their bodies in a more restricted and closed form and perceive their relationship with the world as discontinuous.



물론 영의 연구는 일상적 움직임에 대해 다뤘기 때문에 춤 움직임과는 다르다. 또 댄서들은 매우 제한적으로 보이는 동작을 하더라도 전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도 영의 논의와는 다른 점이 있다. 하지만 하이힐이 대표적으로 여성에게 요구되어온 복장임과 동시에 여성의 활동성을 제한하는 복장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 힐을 신은 댄서는 고도의 스킬과 균형감각을 기교로 보여주지만 더 편한 신발을 신은 댄서가 뿜어내는 폭발적 에너지와는 다르다. 바닥에서부터 끌어올려져 끊어지거나 절제되지 않고 그대로 투사되는 에너지는 신체를 관통하여 공간, 환경, 세계로 이어지는 초월성, 의도성, 통일성을 잘 보여준다. 왁킹의 초기 역사 자료로 많이 거론되는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의 라스베이거스 쇼에 등장한 아웃레이저스 왁댄서스(the Outrageous Waack Dancers)의 춤을 보면 넓은 무대를 가로지르는 높은 도약이 빈번하게 나온다. 그래서 이들의 춤은 정교함과 유연성 못지않게 대담함과 단호함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이 왁댄서스의 춤은 젠더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몸짓이 된다. 

Of course, Young's research deals with everyday movements, not dance movements. However, high heels are a attire that has been typically required of women, but at the same time, they are attire that limits women's activities. A dancer wearing heels demonstrates a high level of balance, but it is different from the explosive energy exuded by a dancer wearing more comfortable shoes. The energy drawn from the floor and projected without being cut off or reserved clearly shows the transcendence, intentionality, and unity that penetrates the body to space, environment, and the world. If you look at the dance of the Outrageous Waack Dancers in Diana Ross's Las Vegas show, which is often cited as an early historical source of waacking, there are frequent high jumps crossing the stage. Their dance shows boldness and determination as well as precision and flexibility. In this respect, the dance of these waack dancers becomes a gesture that breaks down gender stereotypes.


하지만 이날 루키즈 게임에서 목격한 하이힐의 춤은 그런 면에서 다소 아리송한 측면이 있었다. 젠더 고정관념에 의해 알게 모르게 여성들에게 강요되었던 하이힐은 몸의 가능성을 축소시킨다. 단지 외형의 문제만이 아니라 몸의 운동성과 공간성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젠더 고정관념에 맞서 ‘나다움’을 표출하기 위한 춤으로 시작한 왁킹은 하이힐이 부여하는 젠더 고정관념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여러 스트릿댄스 장르들 중 젠더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춤들에서 하이힐이 유독 빈번하게 관찰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However, the high heel dancing witnessed at the Rookies Game that day was somewhat puzzling in that respect. High heels, which have been forced on women knowingly or unknowingly due to gender stereotypes, reduce the possibilities of the body. It is not just a matter of appearance, but also affects the corporeal motility and spatiality. How does waacking, which started as a dance to express ‘oneself’ against gender stereotypes, cope with the gender stereotypes imposed by high heels? It is interesting that among many street dance genres, high heels are particularly frequently observed in dances that challenge gender stereotypes.




글_ 김수인(무용이론가)

사진제공_ FLOWMAKER

Written by Sue In Kim(dance researcher)

Photo by FLOWMA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