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L, Athletes, Labor, still the Energy of Liberation: Red Bull BC One Cypher Korea 2024
레드불 비씨원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1대1 브레이킹 대회 중 하나로, 올해 한국 예선에 해당하는 사이퍼 코리아는 3월 30일 서울SJ쿤스트할레에서 개최되었다. 여기서 우승한 비보이, 비걸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레드불 비씨원 월드 파이널로 향할 한국 대표가 되는 것이었다. 입장하기 한 시간도 전부터 건물 밖에 줄을 섰는데, 이때부터 이번 행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Red Bull BC One, an international breaking competition, and this year's Cypher Korea, the Korean preliminaries, was held at the SJ Kunsthalle in Seoul on March 30. The B-boy and B-girl who won here would become Korea's representative heading to the Red Bull BC One World Finals in Rio de Janeiro, Brazil. People lined up outside the building more than an hour before entering, and from then on, I could sense the high level of interest in this event.
행사장으로 입장하자 레드불 비씨원의 아이콘과 같은 원형 무대가 있었고, 그 주위로 관람객들이 바닥 또는 좌석에 앉기도 하고 둘러서 있어서 사이퍼(cypher)라는 의미를 잘 구현하였다. 이런 점에서 이 행사의 공간은 작년에 있었던 국가대표 선발전이나 아시안 게임의 무대와는 달랐다. 관람객들이 무대와 훨씬 가까이에 자리했을 뿐 아니라 댄서들도 좀더 좁은 무대에서 서로와 근접한 퍼포먼스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작년의 그 행사들과 비슷한 점도 있었는데, 일단 KBS스포츠에서 중계카메라가 나왔고, 수많은 사진 및 영상 촬영 장비들이 둘러싸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이퍼와 같은 브레이킹 공동체의 전통적 문화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작년에는 없었던 공영방송국의 존재가 보여주듯이 급변하는 브레이킹의 생태계는 이날 행사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장면들을 드러냈다. 레드불 비씨원 사이퍼 코리아 2024가 드러낸 브레이킹의 생태계는 PPL, 선수, 노동, 그리고 해방의 에너지라는 키워드로 요약해 볼 수 있다.
Upon entering the venue, there was a circular stage, the iconic platform of Red Bull BC One. Audiences were sitting on the floor or in the seats or standing around it, embodying the meaning of the cypher. In this respect, the space for this event was different from the stages of the national team selection match or Asian Games held last year. Not only did the audience sit much closer to the stage, but the competitors were also able to perform closer to each other on a relatively small space. However, there were some similarities with those events last year, in that a broadcast camera from KBS Sports as well as numerous photo and video recording equipment were surrounding it. Although it has the traditional culture of a breaking community like cypher, the rapidly changing ecosystem of breaking, as shown by the existence of a public broadcasting station that did not exist last year, revealed several interesting points. The breaking ecosystem revealed by Red Bull BC One Cypher Korea 2024 can be summarized with the keywords PPL(product placement), athletes, labor, and energy of liberation.
PPL: 레드불 비씨원이라는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행사는 레드불 음료 회사가 개최한다. 에너지 드링크라는 정체성에 걸맞게 이 회사는 에너제틱한 스포츠 행사와 선수들을 후원하고 있다. 이날 행사의 관람객들에게도 레드불이 한 캔씩 나눠주었고, 무대 위에서도 엠씨와 참가자들이 마시는 모습을 연출했다. 또 다른 후원사는 리복(Reebok)이었는데, 무대 좌우에 로고가 붙어있었고 행사 시작 전 광고 영상을 상영하였다. 참가자 중 한 명의 상의에도 기업 로고가 붙어있어서 무대 안팎으로 상업적 기업들이 존재감을 뽐내었다. 이날 행사 이후에 연계된 레드불 애프터파티는 그러한 인상을 더 강하게 해주었다. 인기있는 대중 스포츠로서의 면모가 PPL에서 여실히 느껴졌다.
PPL: As can be seen from the title Red Bull BC One, this event is held by the Red Bull beverage company. In keeping with its identity as an energy drink, the company sponsors energetic sporting events and athletes. Cans of Red Bull was distributed to the visitors of the event, and the MC and the competitors were seen drinking it on stage. Another sponsor was Reebok, whose logo was posted on the left and right sides of the stage and an advertising video was shown before the event started. A company logo was also attached to the top of one of the competitors, showing off the presence of commercial companies both on and off the stage. The aspect of a popular sport event was clearly felt in the PPL.
선수: 올해 파리올림픽에 브레이킹 종목이 포함되었고, 지난 수년간 국가대표선발전과 국제대회들이 개최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태계의 변화는 브레이킹의 레토릭에 변화를 가져왔다. 이날 본선에 진출한 비보이, 비걸들은 많은 경우 국가대표이거나 관련된 인물들이었다. 비걸의 경우 3명의 현역 국가대표 전원이 4강에 올라왔다. 엠씨 박재민이 설명했듯이 레드불 비씨원은 대한체육회에 선수등록을 한 사람들과 안 한 사람들이 모두 참가를 한다. 그리고 엠씨는 모두를 ‘선수’라고 부른다. 또 ‘훈련’이라는 말로 연습을 묘사한다. 레드불 비씨원의 영문홈페이지에는 dancer라는 말 대신 competitor라는 단어가 쓰였으며, 레드불 월드의 athlete 중 한 명으로 홍텐을 소개한다. 이러한 레토릭은 오늘날 브레이킹을 구성하는 독특한 요소이다. 훈련으로써의 춤추기는 브레이킹의 초기 정신인 저항과 도전을 길들이는 규율(discipline)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규율로 훈련된 몸은 승리를 위해 열심히 노동하지는 않는가?
Athletes: This year's Paris Olympics included a breaking event, and national trials and international competitions have been held over the past few years. This change in the ecosystem brought about a change in the rhetoric of breaking. In many cases, the B-boys and B-girls who advanced to the finals on this day were in the national team. In the case of the B-Girl side, all three national team members advanced to the semifinals. As MC Park Jae-min explained, Red Bull BC One is attended by both those who have registered as athletes with the Korea Sports Council and those who have not. MC calls everyone “athletes.” Also, the word ‘training’ describes practice. This rhetoric is a unique element of today's breaking. Isn't dancing as training becoming a discipline that tames resistance and challenge, the initial spirit of breaking? Doesn't a disciplined and docile body work hard to win?
노동: 이날 게스트쇼케이스에는 코리아와커스라는 팀이 참여했다. 소울K, 립제이, 해준, 왁시, 프린스위자드 등 댄스배틀씬에서 날라다니는 달인들이 참여했지만, 이날의 퍼포먼스는 기대와는 다르게 기발한 재치보다 열심히 추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경쟁은 바람직한 노동자를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정말 열심히 춤추는 몸은 한국 댄서씬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다. 한국만큼 댄서들이 긴 시간 연습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작년에 방영된 〈스트릿 우먼 파이터2〉에서는 외국 댄서들의 크루가 먼저 귀가하고 아침에 여유롭게 나와서 작업하는 반면, 한국의 크루는 밤을 새고 연습을 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사실 ‘새연’이라고 줄여부르는 ‘새벽연습’은 댄서들에게 너무나 당연한 관행이다. 그러나 이렇게 열심을 다한 춤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간발의 차로 열정은 노동이 되기 때문이다. 행복하기에 추었던 춤이 노동이 되는 순간 혼란스러워하는 댄서들을 꽤 많이 기억하는 나에게 이날의 쇼케이스는 다소 위기감을 느끼게 했다.
Labor: A team called Korea Waackers presented in the guest showcase. Masters of the dance battle scene such as Lip J, Haejun, Waackxy, and Prince Wizzard participated, but contrary to my expectations, the day's performance stood out for their hard dancing rather than their clever wit. In the neoliberal system, competition contributes to forming desirable workers. Bodies dancing really hard are very common in the Korean dancer scene. There would be few countries where dancers practice for as long a time as Korea. In 〈Street Woman Fighter 2〉, which aired last year, one can watch the foreign dancer crew returned home first and came out in the morning to work, while the Korean crew stayed up all night and practiced. In fact, ‘early morning practice’, abbreviated as ‘Saeyeon’, is taken for granted by dancers. However, this passionate practice has two sides. This is because, just in the nick of time, passion becomes labor. For me, remembering quite a few dancers who get confused when the dance they did out of happiness turns into labor, today's showcase gave me a sense of crisis.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방의 에너지: 하지만 행사가 진행되는 2시간여 동안 대부분 나는 즐겁고 흥겹게 관람을 했다. 국가대표선발전에 비해 훨씬 자유롭고 여유로운 분위기, 그리고 관람객들의 열띤 호응과 함께 참가자들은 춤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단지 이기기 위한 동작에 잡아먹히지 않는 댄싱을 보여주었다. 특히 내 취향에 가장 잘 맞는 최애 배틀은 레온과 코맷의 8강 배틀이었다. 동작을 하기 위한 동작 대신, 서로 춤으로 티키타카를 하는 모습은 토마스 드프란츠가 힙합의 힘으로 꼽은 몸으로 말하기(corporeal orature)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이기기 위해 계속해서 때려 넣는 테크닉은 와우포인트이긴 하지만 피로감을 준다. 음악과 놀고, 춤과 놀고, 상대와 노는 춤은 자본을 위해 노동하는 길들이기를 뒤흔드는 전복적 힘을 가진다. 브레이킹의 매력은 현실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조건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줄 때 한층 더 진해진다고 생각한다.
The energy of liberation: Nevertheless, for most of the two hours that the event lasted, I experienced excitement and fun. In a much more free and relaxed atmosphere compared to the national team selection competition, and with the enthusiastic response from the audience, the participants showed that they enjoyed dancing and showed dancing that was not consumed by movements just to win. In particular, my favorite battle that suited my taste the most was the quarterfinal battle between Leon and Comet. Instead of making moves for the sake of doing moves, they conversed with dancing. It allowed me to perceive the corporate orature that Thomas DeFranz points out as the power of hip-hop. The technique of continuously hitting to win offers a wow point, but it gets tiring. Playing with music, with dance, with other dancers, and with the audience have a subversive power that shakes the habit of laboring for capital. I believe that the charm of breaking becomes even stronger when it shows the possibility of overcoming realistic conditions despite them.
글·사진_ 김수인(무용이론가)
Written and Photos by Sue In Kim(dance researc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