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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칼럼

K-댄스씬 읽기

댄스콘텐츠, 댄서들이 살아가는 또 하나의 방식

Dance Content, Another Way for Dancers to Live


 

임채훈 교수

  

“댄스콘텐츠 전공이요? 그게 뭐예요?” 내가 올해부터 출강하게 된 백석예술대학교의 실용댄스학부는 댄스콘텐츠 전공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내놓았다. 이런 방식으로 댄스씬을 구획하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다. 한국의 순수무용분야가 대학의 편제 속에서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으로 전공분야를 규정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이러한 전공구분에 대한 비판은 족히 20년 전부터 꾸준히 있어왔으나 크게 변화된 바가 없다. 이미 무용 생태계에서 시스템으로 굴러가고 있는 것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몇몇 학교에서 무용교육과 무용이론 혹은 예술경영을 무용과 내에 전공으로 개설하며 변화를 꾀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 실기 전공 3분법은 이 분야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무용과 내에 실용댄스전공을 포함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또 하나의 실기 전공을 추가할 뿐 근본적인 변화라고 보기에는 아직 미흡한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댄스콘텐츠 전공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나는 이런 미개척 분야를 배워야겠다는 마음으로 백석예술대학에서 댄스콘텐츠 전공을 담당하고 있는 임채훈 주임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Majoring in dance content? “What is that?” The Department of Practical Dance at Baekseok Arts University, where I have been teaching since this year, has introduced a new field called dance content major. It's quite interesting to segment the dance scene in this way. It is well known that university dance departments in Korea defines majors with Korean dance, ballet, and modern dance. Criticism of this division of majors has been ongoing for more than 20 years, but there has been no significant change. This may be because it is not easy to change what is already running as a system in the dance ecosystem. Although some schools have attempted to make changes by opening dance education, dance theory, or arts management as majors within the dance department, in the larger scheme of things, the three majors occupy the throne in this field. Recently, there have been cases of including a practical dance major within dance departments, but it seems to be insufficient to see it as a fundamental change, as it only adds another genre. In this situation, the dance content major presents a new perspective that has never been seen before. With the desire to learn about this unexplored field, I met with Professor Lim Chae Hoon, who is in charge of the dance content major at Baekseok Arts University, and conducted an interview.


김: 실용댄스과가 이번에 학부로 바뀌면서 댄스콘텐츠가 전공으로 생겼는데, 좀 새로운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임: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실용무용을 하는 학교들의 커리큘럼상 대부분의 학생들이 입시를 통해서 본인의 전공으로 하는 게 스트릿댄스, 코레오그래피이죠. 근데 이제 코로나 이후로 미디어 콘텐츠라든지 아니면 또 다른 기획들이 나타나면서 앞으로 산업에 발맞춤 할 수 있는 주요 핵심역량이 무엇일까 고민을 꾸준히 해오다가, 학생들이 기획과 제작 쪽의 인재로 배출되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전에 앞선 세대들이 배틀 행사나 퍼포먼스 행사를 할 때는 지금처럼 대행사도 없었고, 사회적 시선도 곱지 않았어요. 그래서 실제로 행사를 운영할 때 해내야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미흡한 부분이 많이 나타났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야말로 헌신하는 형태로 지켜온 거죠.

Kim: The dance content was created as a major this year, and I think it’s a new idea.

Lim: According to the curriculum of most practical dance schools in Korea, street dance and choreography are what most students choose as their majors. But now, as media content and other projects emerge after the corona pandemic, I have been constantly thinking about what the key competencies will be to keep up with the industry in the future. The faculties of the department created the dance contents major in which students learn about content production. Before, when previous generations held battle events or performance events, there was no agency like there is now. So, I understand that there were many shortcomings in the practical issues that had to be addressed when actually running an event. 


김: 현실적인 문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임: 어떻게 해서 기획이 이루어지는지, 그 일련의 과정에서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그리고 끝나고 나서 정산처리나 세금 문제들이 있죠. 또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가는 지에 대한 운영적인 문제도 있고요. 제가 20세기 비보이즈 크루에서 활동할 때 기획 행사들을 맡았던 경험이 있는데, 그 안에서 일하는 과정을 배우면서 과거에 들었던 것들과 비교해보면, 댄서들이 기획이나 연출 능력 그 자체보다 조직운영이나 재정운영 문제에 있어서 좀 부족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Kim: What were the practical problems?

Lim: There were issues such as how the planning is carried out, how money is spent in the series of processes, and how to manage tax issues after the event. There were also operational issues regarding how to lead the organization. When I was working in the 20th Century B-Boyz Crew, I had the experience of being in charge of planning events, and I realized that dancers have been blundering in terms of organizational management and financial management than planning or directing skills themselves. 


김: 요새는 대행사들도 있으니, 그런 골치 아픈 건 맡기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는데요?

임: 전 일단 그런 분들과 소통하고 논의를 계속하려면 적어도 큰 틀에서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또 제일 중요한 것은 창의력이 연출이나 기획에서 중요한데, 여기서 시작해서 결국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까지 거시적인 이해가 있어야 대행사에 맡기더라도 원활한 진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Kim: Nowadays, there are agencies, so there may be an argument that it's okay to leave such troublesome matters to them.

Lim: I think that in order to communicate with such people, you must at least understand the big picture. Also, the most important thing is that creativity is important in directing and planning, and I think that you need to have a macroscopic understanding of the process starting from here and ultimately producing the result to be able to proceed smoothly even if you leave it to an agency.


김: 창의력 얘기를 들으니 선생님께서 한국 스트릿댄스에서 주요 콘텐츠로 추천해주신 영상들이 떠오르는데요. 제가 이 분야에 대해서 지금까지 열심히 배우고 있지만, 전혀 몰랐던 부분이었어요. 선생님은 그 작품들을 한국 댄스씬의 흐름 속에서 주목해야 할 변곡점으로 보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작품들이 중요한 이유가 이전에는 없었던 뭔가 새롭고 창의적인 시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임: 제가 찾아본 바로는 그 작품들이 저한테 좀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무대였어요. 일단 모닝오브아울(Morning of Owl)이라는 브레이킹 크루가 2007년 배틀오브더이어(Battle of the Year, 이하 BOTY)에서 보여준 무대인데요. 음악 없이 춤을 보여주고 마지막에 현수막을 보여주는데, “당신은 고작 6분간 청각장애를 경험했습니다”라고 쓰여있는 거예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끔 어떤 메시지를 던졌던 게 충격이었어요. 이게 그해 1등을 한 거예요. 그때 심사위원으로 락스테디크루의 캔스위프트가 있었는데, 이 분은 미국 브레이킹의 초창기를 이끌었다고 할 수 있는 역사적 인물이거든요. 이 분 스타일이 가장 정통적인 브레이킹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이 분이 모닝 오브 아울의 퍼포먼스를 어떻게 받아들일까하는 게 저는 좀 궁금했어요. 근데 그분도 그 메시지에 감동을 받아서 1등을 준 걸로 알고 있어요. 사실 그때 한국 브레이킹하는 사람들이 파운데이션 동작을 기초로 춤추기에 집중하는 스타일을 좋아했고, 그래서 여기서 벗어나서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정이 좀 부족한 시절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캔스위프트가 그렇게 심사하는 거에 더 놀랐던 것 같아요. 약간 현대무용이 섞여있는 것도 같거든요. 그때는 그런 융합적인 부분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우리가 지금 파운데이션도 부족한데 무슨 새로운 혁신이고 창조냐 이런 시선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모닝 오브 아울을 진짜 되게 논외였어요. 지금 그 팀은 없어졌지만, 거기 주요 멤버 중 한 분은 유럽 어느 나라에서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으신 걸 한 2년 전에 다큐멘터리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Kim: When I hear about creativity, it reminds me of the videos you recommended as main content in Korean street dance. I think you see those works as an inflection point in the history of the Korean dance scene. And you seem to think that the reason those works are important is because they were a new and creative attempt that has never been done before.

Lim: In my opinion, those works were performances that gave me a refreshing shock. First of all, this is a performance performed by a breaking crew called Morning of Owl at Battle of the Year (BOTY) in 2007. The dance is performed without music and at the end a banner is shown, which reads, “You have experienced hearing impairment for only 6 minutes.” I was shocked that it sent a message that helped people see discomfort from a different perspective. This one won first place that year. At that time, one of the judges was Ken Swift of Rock Steady Crew, who is a historical figure. His style has the most authentic breaking style, and I was curious as to how he would take Morning of Owl's performance. Later, I became to know that he was also moved by the message and gave it first place. In fact, at that time, Korean breaking people liked the style of focusing on dancing based on authentic foundation movements, so there was a lack of recognition for people who deviated from this style. So, I think I was even more surprised that Ken Swift judged it that way. It seems like it has a bit of modern dance mixed in with it.


BOTY 2007 KOREA PRELIMINARY - MORNING OF OWL – SHOWCASE https://www.youtube.com/watch?v=rZ_3EHc04ZY

captured by the author


김: 또 재밌게 본 건 묘성이라는 팀의 2007년 BOTY 퍼포먼스인 〈갬블〉이예요. 처음부터 끝까지 테이블 앞에 앉아서 퍼포먼스를 하는데 굉장히 재치있더라구요.

임: 제가 이 퍼포먼스를 꼽는 이유는 평면적으로 특정 장르 테크닉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스토리 라인을 부여해서 마지막 반전까지 보여준 첫 번째 사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묘성의 창의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런 시도들이 계속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수업자료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배틀은 스트릿댄스의 주요 콘텐츠인데, 퍼포먼스에서 요구되는 창작력과는 좀 다른 종류의 능력을 필요로 하죠. 퍼포먼스 콘텐츠에서는 독특하고 고유한 관점을 예술적 표현으로 잘 보여주는 게 관건이에요. 그래서 배틀만으로도 매력이 충분한데 다른 시도를 해야 하냐는 의견에 대해 이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편이예요.

Kim: Another thing I enjoyed watching was 〈Gamble〉, a 2007 BOTY performance by a team called MyoSung. From start to finish, the performers sat in front of the table and performed, and it was very witty.

Lim: The reason I choose this performance is because I think it is the first example of giving a story line rather than focusing flatly on a specific genre technique. I think such fresh attempts are necessary to continue. So, I show it to students as class material. In fact, battle is the main content of street dance, but it requires a different kind of ability required in performance. In performance content, the key is to demonstrate a unique and original point of view through artistic expression. So, in response to the opinion that we don’t need to try something else since the battle alone is attractive enough, I tend to argue that this is also necessary.

 

 BOTY Korea showcase MyoSung 


김: 그래서 학교에서는 어떤 식으로 창작력, 기획력을 키워주는 방안을 가지고 있나요? 

임: 제작실습이라는 수업이 있는데요.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 작품을 창작하거나, 교수님이 지도하는 팀의 일원으로 함께 공연을 만드는 걸 합니다. 그래서 학기 말 즈음에 발표회를 합니다. 

Kim: Then, how does the university foster creativity and planning skills?

Lim: There is a class called production practice. Students create their own works or create performances together as part of a team led by a professor. Then, we hold a presentation near the end of the semester.



김: 그럼 이렇게 배운 학생들이 앞으로 활동할 댄스 산업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임: 저는 아직 실용 댄스씬이 산업화로 가기에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과거와 같이 코레오그래피의 창작 역량과 스트릿댄스의 즉흥 역량만을 발전으로 하는 그런 교육 형태가 지속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숏폼에만 국한되지 않는 1시간 혹은 그 이상의 작품이나 콘서트가 나왔을 때, 대중들이 더 유입되고 산업화될 수 있는 하나의 기로가 생긴다고 보거든요. 산업으로 이루어져야지만 미래에 학생들도 안정화되어서 직업화될 수 있는 길도 만들어지는 거고요. 또 연관되지만 또 다른 방향도 모색하고 있는 것이 예술인복지재단에 예술인등록을 해서 신진예술가지원이나 생애최초창작지원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학생들이 졸업하고 나서도 그쪽으로 계속 일을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제작실습 수업에서 만든 작품들이 버려지는 상황이에요. 학생들이 팀을 꾸리고 자기들끼리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고, 제작실습에서 했던 작품들을 창작지원 받아서 무대에 올리고 그런 방향으로 역량을 키워주고 싶어요.

김: 교수님과 여러 말씀 나누다보니 벌써 시간이 다 되었네요.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임: 감사합니다.

Kim: Then, how do you envision the future of the dance industry for students who have educated this way?

Lim: I think it still takes some time for the practical dance scene to become industrialized. However, I believe that continuing the form of education that only develops the compositional capabilities of choreography and the improvisational capabilities of street dance, as in the past, will not be the solution. I believe that when works or concerts lasting an hour or longer, which are not limited to short forms like now, are released, the public can be attracted more and industrialization can occur. It has to be done as an industry to create a path for students to become stable and professional in the future. Another related but different direction is being explored: registering an artist with the Korean Artists Welfare Foundation to provide support to new artists or their first creative works. Then, I think students will be able to continue working in that direction even after they graduate. The works created in the production practice class are being thrown away. I want to help students learn the ability to form teams and manage things among themselves, receive creative support for the works they did in production practice, and put them on stage to develop their capabilities in that direction.

Kim: It was so interesting and time flew by like an arrow. Thank you for your valuable time today.

Lim: Thank you.



글_ 김수인(무용이론가)

사진제공_ 임채훈

Written by Sue In Kim (dance researcher)

Photo provided by Lim Chae 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