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s Hip-hop Dance Theater?: BLKDOG Choreographed by Botis Seva
〈블랙독〉은 성남아트센터가 6월 22-23일 기획공연으로 올린 힙합 댄스 시어터 작품이다. 런던의 새들러스 웰스 극장(Sadler’s Wells Theatre)의 20주년 기념 위촉 공연으로 제작되어 2018년 초연되었고, 올리비에상의 ‘최우수 무용 신작’ 부문을 수상하였다. 새들러스 웰스 극장은 2004년부터 ‘브레이킹 컨벤션(Breankin’ Convention)’이라는 힙합 댄스 시어터 페스티벌을 개최했고, 지역적·대중적(vernacular) 춤 스타일로서 힙합이 가지고 있었던 하위문화와의 연결성을 넘어 극장예술로 전환시키는데 기여하였다. 〈블랙독〉의 안무가인 보티스 세바(Botis Seva)도 이 페스티벌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가 경력을 시작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힙합 댄스 시어터라는 용어는 2001년 시작된 뉴욕 힙합 댄스 시어터 페스티벌에서도 등장한다. (스트릿댄스의 제유적 명칭으로써의) 힙합 댄스가 기존의 스트릿 맥락에서 ‘극장’이라는 장소로 이동할 때의 변화는 단순히 공간적인 차원에 그치지 않고 미학적인 차원의 깊숙한 곳을 건드린다. 때문에 2000년대 미국과 영국의 힙합 댄스 페스티벌들을 둘러싸고 무엇이 힙합을 정의하며, 무엇이 힙합의 미학인지를 묻는 탐색들이 일어났다. 성남아트센터가 “한국초연”을 강조하는 〈블랙독〉의 공연은 이러한 힙합 댄스 시어터의 정체를 구성하는 것들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였다.
BLKDOG is a hip-hop dance theater piece put on by Seongnam Arts Center as a special performance on June 22nd and 23rd. It was produced as a commissioned performance to commemorate the 20th anniversary of Sadler’s Wells Theater in London and premiered in 2018, winning an Olivier Award. Sadler’s Wells Theater has hosted a hip-hop dance theater festival called ‘Breankin’ Convention’ since 2004, and it has contributed to transforming hip-hop as a vernacular dance style, into a theater art beyond its connection with subculture. Botis Seva, the choreographer of BLKDOG also benefited from the festival’s mentoring program, which helped launch his artist career. The term hip hop dance theater also appears in the New York Hip Hop Dance Theater Festival, which started in 2001. The change when hip-hop dance moves from the street context to a place called a ‘theater’ is not simply limited to the spatial dimension, but touches a deep aesthetic dimension. Therefore, around hip-hop dance festivals in the US and UK in the 2000s, explorations arose to ask what defines hip-hop and what the aesthetics of hip-hop are. The performance of BLKDOG was an opportunity to observe what constitutes the identity of hip-hop dance theater.
내가 힙합 댄스 시어터라는 명칭을 보고 처음 가졌던 생각은 힙합 장르의 춤과 음악이 극적 구성을 가지고 공연될 테니,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와 비슷한 유형의 작품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였다. 그리고 그 기대는 상당히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다. 내가 한국의 스트릿댄스씬과 실용무용분야를 통해 익숙해졌던 춤들의 형태는 전체 극의 일부로 녹아들어 선명하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부분적으로 크럼프, 팝핑 등 스트릿댄스 장르가 포함되지만, 그것들을 해체하여 유니크한 움직임 언어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시어터 형식의 주요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경계 넘기(border-crossing)”가 더 두드러진다. 즉, 창작자로서의 안무가가 자신의 예술 비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동원하며 장르를 넘나든다는 소리다. 이것은 ‘작가주의’의 특징이다. 이것을 깨닫게 한 또 다른 요소는 반복적으로 안내된 “사진촬영금지”라는 말이었다. 로비에서, 좌석으로 안내되는 동안, 그리고 장내 안내방송까지 3번에 걸쳐 들은 공연 전체 어떤 내용도 촬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은 이 작품이 철저히 극장 맥락의 작가주의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는 곧 근대 순수예술개념을 지탱하는 개인 창작자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한다. 이런 점에서 〈블랙독〉은 거리의 미학보다 순수예술계의 미학을 따른다. 관객들은 정숙하게 앉아서 무대와 분리된 채 관람을 하고, 극장의 최첨단 시스템을 통해 유려한 연출이 전개된다.
My first thought when I saw the name hip hop dance theater was that the dance and music of the hip hop genre would be performed with a dramatic structure. And that expectation turned out to be quite wrong. The dance forms I had become familiar with through Korea's street dance scene and the field of practical dance were melted into the overall performance and did not stand out clearly. Although street dance genres such as krump and popping are partially included, it is important to deconstruct them to create a unique movement language of the artist. Through this, “border-crossing,” which can be said to be a key characteristic of the theater format, becomes more prominent. In other words, the choreographer as a creator crosses genres, mobilizing whatever is necessary for his artistic vision. This presupposes the belief in the individual creator that supports the modern concept of fine art. In this respect, BLKDOG follows the aesthetics of the fine art world rather than the aesthetics of the street.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힙합’을 드러내는 것은 무엇인가? 뉴욕의 힙합 댄스 페스티벌을 이끈 대니 호치(Danny Hoch)에 의하면 “힙합의 요소를 차용하거나, 힙합 문화 자체에 대해 논평하거나, 힙합 세대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힙합의 4대 요소를 꼭 포함하지 않아도 된다. 힙합의 미학은 거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하지만 호치가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힙합의 미학은 그것이 탄생한 사회적 맥락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블랙독〉은 사회적 박탈과 차별의 경험을 다룬다는 점에서 힙합 미학을 드러낸다. 작품설명에 따르면, 〈블랙독〉은 우울증을 상징하며 이 우울함은 어린 시절의 부정적 환경에 대한 기억, 트라우마와 슬픔의 시간을 의미한다. 또 팬데믹 기간 동안 있었던 흑인 청년 아모드 아베리의 조깅 중 총격 사망 사건과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Black Lives Matter’가 〈블랙독〉의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언급된다. 이러한 억눌린 분노와 좌절을 표현하기 위해 〈블랙독〉은 스모그가 자욱하게 깔려 희미하게 보이는 조명과 비정한 산업적 사운드를 배경으로 마주하기 어려운 감정과 기억을 펼쳐 보인다. 회색 옷과 후드를 착용한 일곱 명의 댄서들은 배회하고, 쓰러지고, 뒤뚱거린다. 그 가운데 총격과 교살, 강간, 둔기를 이용한 폭력의 모티브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니까 이 작품에서 우울증은 추상적 개념이라기보다는 그것의 물리적이고 신체적 잔인함, 그리고 그것이 일어나는 사회적 맥락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Then where is ‘hip-hop’ in this work? According to Danny Hoch, who leaded the Hip-Hop Dance Festival in New York, it “either employ hip-hop’s elements, comment on hip-hop culture itself, or address specific issues that affect the hip-hop generation.” It does not necessarily include the four major elements of hip-hop. The aesthetics of hip-hop are not limited to that. However, Hoch emphasizes that the aesthetics of hip-hop lies in the social context in which it was born. If so, BLKDOG reveals hip-hop aesthetics in that it deals with the experience of social deprivation and discrimination. BLKDOG symbolizes depression, and this depression refers to memories of negative childhood environments, times of trauma and sadness. In addition, ‘Black Lives Matter’, sparked by the death of George Floyd and the shooting death of Ahmaud Arbery during the pandemic, are mentioned as having influenced the changes in BLKDOG. To express this oppressed anger and frustration, BLKDOG uses smog-covered, dim lighting and heartless industrial sounds in the background. It unfolds emotions and memories that are difficult to face. Seven dancers wearing gray clothes and hoods wander, fall, and waddle. Motifs of shooting, strangulation, rape, and violence using blunt weapons appear repeatedly. So, in this work, depression is not an abstract concept, but is closely related to its physical brutality and the social context in which it occurs.
보티스 세바는 몇 가지 장치를 통해서 이런 트라우마와 슬픔을 어린 시절과 병치시킨다. 어린이와 성인의 목소리가 번갈아 나오는 내레이션 중 일부는 음울한 목소리로 잘 알려진 동요와 동시를 읊어준다. 또 어린아이 사이즈의 세발자전거와 공룡 모양 코스튬 역시 어린 시절을 상징하기 위해 등장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어린 시절 경험했던 어두운 기억들이 성인이 된 지금도 잔존하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표현한다. 쪼그려 앉아 발발발발 걷는 동작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마치 우리의 무의식 속을 기어 다니며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벌레를 연상시킨다. 트라우마가 몸에 남기는 악몽과도 같다.
Botis Seva juxtaposes this trauma and sadness with childhood through several devices. Some of the narrations recite well-known nursery rhymes and poems in a sombre voice. Additionally, child-sized tricycles and dinosaur-shaped costumes also appear to symbolize childhood. They express that the dark memories we experienced as children still remain and influence us as adults. The movements of scuttling while squatting repeatedly appear, reminiscent of bugs crawling through our unconsciousness, disappearing and reappearing. It’s like a nightmare that trauma leaves behind in the body.
그렇지만 〈블랙독〉은 어려운 과거를 직면하고 대처하기 위해 사회 시스템을 겨냥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 말미에는 신에 간구하는 듯한 조명, 음악, 제스처가 나타나는데, 이 심리적 문제를 개인적인 구원으로 해결하려는 듯하다. 이러한 태도는 미국의 힙합 컬쳐와는 다른 맥락과 이해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힙합과 스트릿 댄스가 글로벌화되면서 탈맥락하는 가운데 공연예술화 되는 하나의 사례로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나의 맥락에서 힙합은 어떻게 경험되고 이해되는가는 특정 시공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However, BLKDOG does not aim at the social system to face and cope with the difficult experience. Rather, at the end of the work, lighting, music, and gestures that seem to be pleading with God appear, seemingly trying to solve this psychological problem through personal salvation. This attitude appears to reflect a different context and understanding from American hip hop culture. It is worth mentioning as an example of hip-hop and street dance being decontextualized as they become global and becoming performing arts.
이를 바라보는 한국 관객들은 〈블랙독〉이 표현하는 폭력에 대한 경험과 그 사회적 맥락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23일 공연 이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몇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사회자인 모니카와 객석에서 나온 많은 질문들은 예술적 창작과정, 안무 의도에 집중되었다. 개성 있는 움직임은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영감을 받은 뮤지션은 누구인지, 자전거나 오브제가 무슨 뜻인지, 스트릿댄스와 현대무용 공연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등의 질문들이 나왔다. 또 우울증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한 개인적 경험에 대한 질문들도 있었다. 사회적 불평등이나 구조적 모순에 대한 이야기는 지나치게 민감한 문제라고 생각한 까닭인지 많이 이야기되지 않았다.
How much could Korean audiences empathize with the experience of violence and its social context? I was able to get some hints from the conversation with the artist that followed the performance on the 23rd. Many questions from the host Monica and the audience focused on the artistic creation process and choreographic intentions. Questions were asked such as how to create unique movements, who the musicians were inspired by, what bicycles and props symbolize, and how to harmonize street dance and modern dance performances. There were also questions about personal experiences of how to deal with depression. Discussion on social inequality were not talked about much, perhaps because they were considered overly sensitive issues.
힙합 댄스 시어터는 힙합의 태생인 거리를 벗어나 확장되는 현재진행형의 예술 형식이다. 그래서 힙합의 미학이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것이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게 될지, 그것이 어떻게 춤추는 몸을 다스릴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Hip hop dance theater is still exploring its identity while expanding beyond streets where hip hop was born. Therefore, it is unreasonable to expect that the aesthetics of hip-hop will remain unchanged in the future. It is worth paying attention to where and how this will change and how it will govern the dancing body.
글_ 김수인(무용이론가)
사진제공_ 성남아트센터
Written by Sue In Kim (Dance Researcher)
Photo provided by Seongnam Arts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