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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의 올림픽 게임 데뷔: 2024 파리 올림픽

Breaking's Olympic Games Debut: Paris 2024

 

작년 5월 나는 브레이킹K 국가대표선발전을 보고 그에 대한 칼럼에서 스포츠 경기로서의 브레이킹이 어떻게 예술적 댄싱과 스포츠적 전략을 화해시킬지 궁금하고 기대된다는 감상을 남기며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졌었다. “깔끔하게 정제된, 제도권이 허락한 만큼의 자유가 브레이킹의 춤추기를 새롭게 정의한다. 그 안에서 브레이킹은 어떤 말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올해 2024 파리 올림픽의 브레이킹 경기는 그러한 의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올림픽 브레이킹 경기는 최대한 브레이킹 고유의 문화적 힘을 유지하려 노력했다고 보여진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화의 강제력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경기 안과 밖에서 혁신성, 지속가능성, 포용성(innovants, durables et généreux Olympique)이라는 올해 올림픽의 주제가 브레이킹의 춤추기에서도 공명하고 있었다.

Last year, I watched the Breaking K national team selection and wrote a column about it, expressing my curiosity and anticipation for how breaking as a sport would reconcile artistic dancing and sporting strategy, and asked the following question: “Neatly refined institutional system redefines Breaking’s dancing.  What kind of body talking can breaking share within it?” The breaking competition at the 2024 Paris Olympics was an opportunity to find answers to that question. As a result, it seems that this Olympic breaking competition tried to maintain the cultural power unique to breaking as much as possible. Of course, despite that, the power of institutionalization is clear visible. However, the theme of this year’s Olympics, innovation, sustainability, and inclusiveness (innovants, durables et généreux Olympique), resonated in the dancing of breaking both inside and outside the competition.

  

사진 Unsplash의Amada MA

 

2024 파리 올림픽의 브레이킹 경기는 콩코르드 광장에 꾸며진 야외무대에서 한국시간 9일과 10일에 각각 비걸과 비보이 종목으로 진행되었다. 내가 시청한 경기는 우리나라 선수가 출전한 10일 비보이 경기였다. 올림픽 본선 무대는 16강부터 진행되는데, 16강은 라운드로빈이라는 일종의 조별 리그전으로, 한 리그에 배정된 4명의 선수가 3번의 대결을 펼쳐 합산한 점수로 8강 진출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비보이 홍텐 (Hong10, 김홍열)은 C조 3위의 성적을 거둬 아쉽게 8강 진출이 무산되었다. 홍텐은 참가자 중 가장 나이가 많아서 이것이 경기에 유리할지 불리할지를 따질 수도 있는데, 이날 홍텐의 모습은 국가대표라는 긴장과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음악성과 배틀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어 브레이킹을 사랑하는 열정과 연륜을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The 2024 Paris Olympics Breaking competitions were held on Aug. 9th and 10th at the outdoor stage decorated in the Place de la Concorde. The competition I watched was the B-boy competition on the 10th, in which a Korean athlete participated. The competition that day starts from the round of 16, which is a round-robin stage, where four athletes assigned to one group battle three times and the combined score determines the quarterfinalists. Korean B-boy Hong10 (Kim Hong-yeol) unfortunately failed to advance to the quarterfinals after finishing in 3rd place in Group C. Hong10 is the oldest participant, so it could be argued whether this was advantageous or disadvantageous for the competition. However, I think Hong10's performance that day, despite the tension and pressure of being a national representative, showed how he enjoyed the battle, revealing his passion for breaking.


스포츠 경기로서의 브레이킹에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제도화의 힘은 평가방식이다. 이날 평가는 브레이킹K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사용된 트리비움 밸류 시스템(Trivium Value System)이 아닌 레벨 A(The WDSF Judging System Level A) 시스템이었다. 이 평가 시스템은 기술성(technique), 다양성(vocabulary), 독창성(originality), 수행력(execution), 음악성(musicality)이라는 다섯 가지 요소로 구성되며, 승리를 위해서는 이 평가요소에 누락되는 점이 없도록 춤을 설계하고 전략을 짜야한다. 또 vocabulary 요소에서는 탑락(toprock), 다운락(downrock), 프리즈(freeze)로 항목화된 여러 포지션에서 많은 무브를 보여주어야 해서 어느 하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리고 약 1분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경기력을 보여주어야 하므로 쉴 새 없이 많은 동작들을 집어넣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세트 콤비네이션이라 부르는 미리 전략적으로 계획한 안무를 완벽히 연습해서 수행하는 게 효율적일 것이다. 그런데 브레이킹은 독창성 요소에서 즉흥성(improvisation and spontaneity)이라는 특질도 평가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마치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계획과 즉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날 올림픽 경기는 몇 가지 흥미로운 지점들을 보여주었다. 

The most powerful institutional force that affects breaking as a sport is the evaluation system. The evaluation that day was not the Trivium Value System used in the Breaking K national team selection, but the Level A system(WDSF Judging System Level A). This evaluation system consists of five elements: technique, vocabulary, originality, execution, and musicality. In order to win, you must design and strategize your dance so that there is nothing missing in these evaluation elements. Also, in the vocabulary element, you must show many moves in various positions, which are categorized as toprock, downrock, and freeze. Thus, it is not enough to be good at just one category. Moreover, since you have to show your best performance in a short time of about one minute, you have to insert many movements without rest. Therefore, it would be efficient to perfectly practice and perform the pre-planned strategic choreography called set combination. However, since breaking also evaluates the characteristics of improvisation and spontaneity in the originality element, the athletes have to catch two birds with one stone, planning and improvisation. In this respect, the Olympic games that day showed several interesting points.

  

[본 글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이미지입니다]

 

라운드로빈 중 A조 미국 빅터(Victor)와 중국의 라이팅(Lithe-ing)의 배틀 중 빅터가 손바닥에 글씨를 쓰는 제스처를 하면서 상대방이 준비한 세트를 했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이 모습은 아무리 세트 콤비네이션을 짜왔어도 배틀 순간에 음악과 상황에 맞춰 실시간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없다면 리스펙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시사했다. 반면 너무 즉흥성만으로 프리스타일을 하는 것도 좋지 않다. B조 캐나다 필 위저드(Phil Wizard)와 우크라이나의 쿠즈야 (Kuzya) 경기에서 쿠즈야는 프리스타일이 많은 댄싱을 보여주었다. 이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때때로 흐름이 끊기거나 난이도가 높은 기술을 치밀하게 배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A조 마지막 경기에서 라이팅과 일본의 시게킥스(Shigekix)의 배틀 중 첫 번째 라운드는 0:9로 완벽히 이긴 시게킥스가 두 번째 라운드에서 너무 프리스타일을 한 까닭인지 9:0으로 완벽히 뒤집힌 결과가 나왔다. 즉흥성에만 몰두하면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줄 수 있는 다른 요소들을 놓치게 된다. 평가요소들에 대한 전략적 접근은 꼭 즉흥성이 아니라도 중요하다. A조 마지막에는 히로텐(Hiro 10)과 빅터의 배틀이 있었다. 빅터는 파워무브, 댄싱, 풋워크, 트랜지션이 골고루 밸런스가 좋고, 평가 시스템에 맞게 레퍼토리 구성을 잘하는 등 전략적 경기 운영이 탁월한 선수라고 한다. 한데, 이번에 히로텐은 화려한 파워무브를 실수 없이 해내며 관중들에게 환호를 끌어냈다. 하지만 결과는 히로텐의 패. 이 결과에 관중들은 보기 드물게 열렬한 야유를 보냈다. 이 장면은 현장 관중의 감상과 심사 시스템의 결과가 극명하게 갈린 순간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브레이킹 역사의 초기부터 기반이 되어온 대중공동체의 영향력이 시스템에 의해 경미한 해프닝으로 취급되는 모습은 많은 생각이 들게 하였다.

During the battle between Group A's Victor (USA) and Lithe-ing (China), Victor made a strong appeal by gesturing of writing letters on his palm, suggesting that his opponent had done the pre-planned set combination. This suggested that no matter how well one planned his set combination, he would not be respected if he did not have the ability to express it in real time according to the music and situation at the moment of the battle. On the other hand, it is not good to rely only on improvisation and spontaneity. In the match between Group B's Phil Wizard (Canada) and Kuzya (Ukraine), Kuzya showed a lot of freestyle dancing. The problem that can occur here is that the flow of dancing is sometimes interrupted or he cannot place difficult techniques in detail. Also, in the battle between Lithe-ing and Japan's Shigekix, Shigekix, who won the first round perfectly 0:9, completely reversed the result to 9:0 in the second round due to too much freestyle dancing with spontaneity. If you focus only on improvisation, you will miss other elements that the judges can give points to. A strategic approach to evaluation factors is important. At the end of Group A, there was a battle between Japanese Hiro 10 and Victor. Victor is famous for excellent strategic match management, as he has a good balance of powermoves, dancing, footwork, and transitions, and is good at organizing his repertoire according to the evaluation system. However, this time, Hiro 10 pulled off flashy powermoves without a mistake, drawing cheers from the audience. However, Hiro 10 was defeated in this battle. The audience unusually booed at this result. This scene left a deep impression on me as a moment when the impressions of the on-site audience and the results of the evaluation system were sharply divided. It made me contemplate about the influence of the public community, which has been the foundation of the history of breaking, being treated as a minor incident by the system.


이렇게 스포츠 경기로서 브레이킹이 평가방식이라는 제도화의 힘에 영향을 받는 모습과 동시에 경직된 규정에 저항하는 축제로 즐기려는 모습도 관찰되었다. 특히 음악이 주요했는데, 단조로운 브레이킹 비트가 끝없이 반복되는 대신 댄서들이 일반 배틀이나 파티에서 친숙하게 접한 유명한 곡들이 나왔다는 점이다. 작년 5월 칼럼에서 언급했지만 저작권이나 다른 분쟁의 여지가 적은 반복적 브레이킹비트는 편리할 수는 있지만, 서프라이즈나 서스펜스 같은 댄스배틀의 묘미를 살리기는 어렵다. 이날의 디제이들 (Plash One of Poland and American DJ Fleg)은 추억과 공감의 경험을 불러일으키는 잘 알려진 음악을 선정함으로써 미리 계획된 세트의 기계적 수행보다는 음악과 교감하고 비트킬링을 신박하게 해내는 춤을 가능케 했다. 그래서 재치, 기발함, 개성, 교감을 통해 브레이킹의 댄싱을 살아있게 만드는 배틀이 되는데 기여하였다.

In this way, it was observed that breaking as a sport was influenced by the institutionalization of the evaluation system. Meanwhile, breaking in Olympic was also enjoyed as a festival, resisting rigid regulations. In particular, music was important. Instead of endlessly repeating monotonous breaking beats, famous songs that dancers were familiar with at regular battles or parties were played. As mentioned in my last year column, repetitive breaking beats with less room for copyright or other disputes may be convenient, but it is difficult to bring out the charm of dance battles such as surprise or suspense. The DJs of the day (Plash One of Poland and American DJ Fleg) selected well-known music that evoked memories and empathy, enabling dancing that communicated with the music and performed beat killing in a refreshing way rather than mechanically performing a pre-planned set. Thus, it contributed to making the battle that brought the dancing of breaking alive through wit, originality, individuality, and empathy.

  

[본 글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이미지입니다]

 

그밖에 전체적인 행사 진행도 브레이킹의 기존 파티문화를 적용해 일반 관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한 느낌을 받았다. 디제이 부스가 위치한 뒤쪽으로는 거대한 카세트 플레이어 모양의 구조물이 세워져 있었다. 2명의 호스트(João Mário Oliviera Freitas (Max) and Malik Ali Moujouil (Malik))는 프랑스어와 영어를 번갈아 사용했는데, 건조하고 공식적인 진행이라기보다는 클럽의 파티 진행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막간에 랩 공연이나 게스트 쇼들이 벌어졌고, 관중들이 참여하는 오락적인 레크리에이션까지 포함되어 이번 올림픽이 강조하고자 했던 축제와 지속가능성 요소를 충실히 드러낸 시간이라고 생각되었다. 특히 8강과 준결승 사이에 등장한 게스트쇼가 의미심장했는데, 클래식 발레 작품인 〈빈사의 백조〉와 장애인 비보잉크루가 무대에 등장했다. 오랫동안 브레이킹 등 스트릿 기반 춤들과 적대시되어왔던 발레와의 화해, 그리고 다양한 신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애인 비보이들의 혁신이 미래의 브레이킹 문화가 지향해야 할 비전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되었다. 또 16강 본선 무대에 참여자들을 다양한 대륙별로 선발하여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퍼시픽)의 다양한 스타일을 만나고 교류할 수 있게 한 것도 자유와 연대를 강조하는 축제성을 더 잘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In addition, the overall event was organized to be enjoyed by the general audience by applying the existing party culture of breaking. Behind the DJ booth, a huge cassette player-shaped structure was erected. The two hosts (João Mário Oliviera Freitas (Max) and Malik Ali Moujouil (Malik)) showed the style of a club party rather than a dry and formal speech. Rap ​​performances and guest shows were held during the intermission, and even entertainment recreation with the audience participation was included. So it was a time that faithfully displayed the festivity and sustainability elements that this Olympics was trying to emphasize. In particular, the guest show that appeared between the quarterfinals and semifinals was meaningful, featuring the classical ballet 〈The Dying Swan〉 and a disabled b-boying crew on stage. I thought that the reconciliation with ballet, which had long been hostile to street-based dances such as breaking, and the innovation of disabled b-boys who showed the possibilities of various bodies showed the vision that the future breaking culture should pursue. I also think that selecting participants from various continents for the round of 16 stage, allowing them to meet and interact with various styles from Asia, Europe, America, Africa, and Oceania (Pacific), better displayed the festival's emphasis on freedom and solidarity.

 

이렇게 향후 브레이킹의 행보에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보여준 2024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경기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다음 세대 브레이커들을 기대해보게 되었다.

Watching the 2024 Paris Olympics breaking competition, which simultaneously showed the possibilities and challenges of the future course of breaking, I began to look forward to the next generation of breakers.



글_ 김수인(무용이론가)

자문_ 문병순(B-boy Darkhorse) 

Written by Sue In Kim (Dance Researcher)

Consulted by Moon Byungsoon (B-body Darkhor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