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orld United through Dance: Ideals and Realities
흔히 춤은 보편적 언어라고 말한다. 말이 달라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춤은 다 같이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춤은 본능적 몸짓 이상의 문화적 코드를 담고 있으므로 그 코드를 해독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그 코드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은 같은 이해를 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춤이 보편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 정도의 차이는 크게 중요치 않다고 간주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중요한지 중요하지 않은지 결정하는 것은 곧 권력의 문제이다.
It is often said that dance is a universal language. It means that people who speak different languages can understand dance. But is that really true? Dance contains cultural codes beyond instinctive gestures, so a certain amount of background knowledge is needed to decipher the codes. People who share the codes and people from cultures that do not have the same codes are likely to have different understanding. The reason dance is universal is probably because many consider such differences to be unimportant. However, deciding what is important and what is not is a matter of power.
9월 21일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열린 World of Dance Korea 2024는 배틀이 아닌 댄스 퍼포먼스 컴피티션으로 미국 LA에 본부를 두고 있는 World of Dance (이하 WOD)의 지역 예선에 해당하는 행사이다. 이날 2개 경쟁 부문(18세 이하 주니어 사이드와 모든 연령에 열려있는 팀 사이드)과 비경쟁 부문을 합쳐 총 30여 팀이 참가했는데, 미리 영상을 보내 선정된 팀만 이날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2개의 경쟁 부문에서 3위 안에 입상한 팀은 LA에서 열리는 파이널 무대 진출 티켓을 받는다.
World of Dance Korea 2024, held at Ewha Womans University Samsung Hall on September 21, is a dance performance competition. It was a regional preliminaries for World of Dance (hereinafter referred to as WOD), which is headquartered in LA, USA. About 30 teams participated in two competitive categories (junior side for those under 18 and team side open to all ages) and a non-competitive category. Teams that place in the top 3 in the two competitive categories will receive tickets to the final stage held in LA.
다시 말해 World of Dance Korea 2024는 WOD 파이널의 지역 예선이다. MC 최성원의 말에 따르면 이런 지역 예선이 50여 개 도시에서 열린다고 하며, WOD 공식 홈페이지에 제공되는 정보에 따르면 전 세계(적어도 25개국 이상)에서 수백 개의 이벤트를 통해 파이널 무대에 가게 된다고 한다. 이 대회 우승팀 출신의 댄서가 비욘세나 저스틴 비버 등 유명 팝스타와 작업하기도 했다. 작년인 2023년에는 한국의 독특 크루가 이 월드 파이널에서 우승을 했다. 또한 유럽에서 진행하는 댄스 캠프 및 4백만 명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브 채널도 있어서 전체적 규모가 상당하다. 이 행사의 주최측은 세계에서 가장 큰 댄스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2017년부터는 미국 NBC가 “세계에서 가장 큰 댄스 컴피티션”으로 홍보한 World of Dance 텔레비전 시리즈의 파트너가 되어서 4개 시즌을 지냈다. 요컨대 방송과 댄스 산업계에서 상당한 위상과 규모를 가졌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이날 행사를 전체적으로 관람한 감상으론 이 대회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선명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Again, World of Dance Korea 2024 is a regional preliminaries for the WOD finals. According to MC Choi Seong-won, these regional preliminaries are held in about 50 cities, and according to the information provided on the official WOD website, hundreds of events take place around the world (at least 25 countries) to get to the finals. Dancers from the winning team of this competition have worked with famous pop stars such as Beyoncé and Justin Bieber. Last year, in 2023, Korea's DOKTEUK Crew won the world finals. In addition, there is a dance camp held in Europe and a YouTube channel with 4 million subscribers, so the overall scale is considerable. The organizer of this event is the world's largest dance entertainment company, and since 2017, it has been a partner of the World of Dance television series promoted by NBC in the United States as the "world's largest dance competition." In short, it can be said that it has considerable status and scale in the broadcasting and dance industry. However, the overall impression of the event that day did not clearly show the status of this competition.
한 가지 이유는 다양성이었다. 참가자들의 성격이 각양각색이어서 전공자들의 작품, 학원생들의 발표회, 프로 댄스 크루, 문화센터, 동아리 등을 구심점으로 모인 그룹들이 보였다. 그에 따라 퍼포먼스의 수준도 천차만별이었다. 출신 나라로 따지자면 한국 예선이었지만 외국 특히 일본 참가자들이 있었다. 연령도 어린아이부터 중년까지 범위가 넓었다. 공연되는 춤들의 스타일도 케이팝 커버댄스 메들리부터 컨템코레오, 올드스쿨 힙합, 아프리칸 댄스, 소울댄스, 태권코레오 및 내가 그 어떤 이름으로 불러야 할지 알 수 없는 춤들까지 다양했다. USA Today는 WOD TV쇼에서 보이는 이런 다양성이란 특성을 “포용의 감각”(sense of inclusion)으로 보았다. 특히 문화적 다양성을 지적하기 위해 아시아의 무술과 남미의 어린이 참가자를 거론한다.
One of the reasons was diversity. The kinds of the participants were diverse, including groups centered around dance majors, academy students, professional dance crews, cultural centers, and university clubs. Accordingly, the level of performance varied greatly. In terms of country of origin, it was a Korean preliminary round, but there were foreign participants, especially from Japan. The age range was wide, from children to middle-aged people. The styles of the dances performed were diverse, from K-pop cover dance medleys to contemporary choreo, old-school hip-hop, African dance, soul dance, taekwondo choreo, and dances that I don’t know how to call. USA Today saw this diversity in the WOD TV show as a “sense of inclusion.”
그런데 이런 다양성은 우열을 가리고 순위를 매겨야 하는 컴피티션에서 오묘한 기능을 한다. 특히 WOD처럼 글로벌한 행사일수록 더 그렇다. So You Think You Can Dance(이하 SYTYCD)를 분석한 수잔 리 포스터는 모든 사람이 합의할 수 있는 심사 기준을 위해 높은 난이도의 테크닉, 깔끔한 선, 계속해서 정확한 타이밍에 포즈 잡기, 강렬한 감정 표현이 중요해진다고 했다. 어떤 춤 스타일이든 상관없이 고유의 춤 미학을 고수하기보다는 글로벌-디지털 관객에게 호감을 살만한 춤으로 동질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컴피티션, 특히 글로벌 컴피티션은 동질화의 동력을 가진다. 실제로 WOD는 10쪽 분량의 규정집을 제공하는데, 이 규정은 올림픽 스타일의 심사 항목들로 구성된다.
퍼포먼스 20%: 얼굴 표정, 에너지, 무대 매너, 쇼맨십;
테크닉 20%: 루틴의 깔끔함, 실행, 기초/진정성, 신체 조절, 타이밍;
안무 20%: 독창성, 컨셉트, 움직임의 역동성, 다양성, 음악성;
창의성 20%: 음악 선택, 전환, 테마, 스테이징/블로킹;
프레젠테이션 20%: 의상/공연, 복장, 헤어 및 메이크업, 무대 매너
이런 시스템에선 한두 항목에서만 특출나다고 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요소에서 감점될 여지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또한 심사위원의 구성도 WOD에서 정한 자격, 심사위원 기술 수준 및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댄스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인정받기보다는 공식적인 자격이나 인기가 입증된 대중성이 중요해진다. 결과적으로 튀는 개성은 규정의 틀 안에서 다듬어져야 한다.
However, this diversity has a dual function in competitions that need to determind rankings. This is especially true in global events like WOD. Susan Leigh Foster, who analyzed So You Think You Can Dance (SYTYCD), said that in order to reach a judging standard that everyone can agree on, high-difficulty techniques, clean lines, consistently striking poses with precise timing, and expressing intense emotions are important. Regardless of the dance style, rather than sticking to a unique dance aesthetic, it becomes homogenized into a dance that appeals to a global audience. In other words, competitions, especially global competitions, have a homogenizing force. In fact, WOD provides a 10-page rulebook, which consists of Olympic-style judging items. In this system, it is important not to excel in just one or two categories, but rather to reduce the possibility of deductions in every category. In this way, it becomes important to have official qualifications or proven popularity rather than just being recognized among dance enthusiasts. As a result, the unique individuality must be refined within the framework of the regulations.
한편 포용의 감각을 내세우는 글로벌 대회에서 문화적 다양성은 좋은 경쟁력이 된다. 예를 들어 작년 우승자인 한국의 독특 크루는 ‘한국’을 컨셉으로 “도깨비 불”이라는 거문고 음원에 상투를 튼 머리 스타일과 한복 느낌의 허리띠를 착용했다. 2024 WOD Korea의 우승팀은 아프리칸 댄스 컴퍼니 따그인데 개량 한복과 부채 소품에 아리랑 음원을 활용해서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런 전략은 각 참가팀이 소속 국가를 ‘대표’하게 만드는 WOD의 시스템과도 잘 들어맞는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댄스 컴피티션인 WOD는 올림픽이나 유네스코 문화유산처럼 전 세계를 콘트롤하는 일종의 상위 시스템으로 기능한다. 이런 시스템에서 다양성은 중요한 강점이지만 그 다양성은 하나의 원칙 아래 포섭된다. 그리고 그 원칙을 지배하는 측이 권력을 가지게 된다.
On the other hand, in global competitions that emphasize a sense of inclusion, cultural diversity becomes a good competitive edge. For example, last year's winner, Korea's DOKTEUK Crew, wore a topknot hairstyle and a belt that felt like a hanbok with the sound of the geomungo called "Dokkaebi Fire." The winning team of the 2024 WOD Korea was the African dance company Tagg, which performed using modified hanbok and fan props and the sound of Arirang. This strategy fits well with the WOD system that makes each participating team "represent" their country. In this sense, the global dance competition WOD functions as a kind of system that controls the entire world, like the Olympics or UNESCO cultural heritage. In this system, diversity is an important strength, but that diversity is subsumed under one principle. And the side that dominates that principle holds power.
이날 MC는 관객들에게 “댄스로 하나 되는 월드”라는 구호를 함께 외치자고 했다. 문화적 코드나 배경지식을 공유하지 않은 글로벌 대중이 하나 되도록 한데 묶는 논리는 무엇인가? 미묘한 문화적 코드의 공유 없이 모두가 다 같이 중요하다고 쉽게 동의할 수 가치, 대중적 시장 가치가 그것으로 보인다. 이 대회는 한국에서 2016년 이후 중단되었다가 올해 7년 만에 재개되었다. 최초의 개최자가 금전적 문제로 라이선스를 포기해서 다른 나라로 넘어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올해의 대회도 사실 일본이 라이선스를 가진 상태에서 열렸다. 그래서 일본 쪽 참가자들이 여럿 눈에 띄었고, 각국의 고유한 댄스 환경이 은연중에 드러났다. 그런 특이한 모습이 일본에서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를 나는 알 수 없었다. 무용 인류학자 애드리언 케플러는 춤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에는 단순히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춤에서 비가시적으로 전달되는 의미를 파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가시적으로 보이는 측면의 의미마저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그녀는 말한다. 춤의 세계, world of dance는 어떻게 세계를 하나로 만들 수 있을까? 이때 우리가 진정으로 공유하는 것은 무엇일까? WOD의 시스템은 오늘날 댄스의 세계와 일상을 지배하는 가치를 공유하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가 된다.
On this day, the MC asked the audience to join in the chant, “A world united through dance!” What is the logic that unites the global public without sharing cultural codes or background knowledge? It seems to be a value that everyone can easily agree on as important without sharing subtle cultural codes, a popular market value. This competition was suspended in Korea in 2016 and resumed this year after 7 years. It is said that this is because the original host gave up the license of the event due to financial issues, and the license moved to another country. So this year’s competition was actually held by a Japanese license holder. As a result, many Japanese participants stood out, and each country’s unique dance environment was subtly revealed. I could not figure out what meaning such a unique appearance had in Japan. Dance anthropologist Adrienne Kaeppler says that understanding the meaning of dance requires more than just watching and enjoying it with your eyes. How can the world of dance unite the world? What do we truly share at this time? The WOD system becomes a device that shares the values that govern the world of dance and everyday life today.
글·사진_김수인(무용이론가)
Written and Photo by Kim Sue In (dance researc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