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剽竊)이란 "다른 사람이 쓴 문학작품이나 학술논문 또는 기타 각종 시나 글, 노래 따위에서 남의 작품의 일부나 전부를 몰래 따다 자기 것인 양 쓰는 행위 혹은 마치 자신의 독창적인 산물인 것처럼 공표하는 행위"를 말한다. 과거에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이런 행위들이 지금은 아이디어까지를 포함해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사회 지도층 인사나 연예인들의 표절행위는 곧잘 공론화되지만 무용계에서는 표절문제에 그리 심각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표절은 저작권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저작권은 재산권을 침해하는 문제이므로 법률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표절은 윤리와 도덕성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릴 필요가 있다.
글로벌화와 IT 기술의 발달로 전세계의 문화와 정보들을 시시각각으로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전달받을 수 있다. 과거에는 한국에서 세계적인 무용단이나 안무가, 무용수의 공연을 본다는 것은 정말로 희귀한 일이었다. 그리고 경제적 여건에 따라서 해외무용에 대해 얻는 정보의 양과 수준에 층위가 있었다. 돈 있는 무용가들은 해외로 나가 직접 관람하는 방법을 택했으나 대부분의 무용가들은 어렵사리 구한 영상자료를 돌려보며 만족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그야말로 천지개벽이 일어난 듯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그리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해외 유명 무용단의 내한 공연을 수시로 볼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국의 무용 정보를 접할 수 있으며, 유튜브를 통해서 어지간한 무용작품들의 동영상을 입수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정보와 이미지들이 무용계에서 LTE급으로 카피된다는 사실이다. 비단 해외 작품만이 아니라 국내 유수의 콩클 수상작에서 안무 컨셉을 베끼고, 공연의 구성과 이미지를 모방하며, 심지어는 움직임까지도 훔쳐온다. 인상에 남았던 공연의 장면들은 어느새 다른 안무자의 공연에도 등장한다. “비슷하네”, “똑같은 것 같은데”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면서도 이를 문제삼는 무용가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동시대에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함으로, 또는 하나의 유행으로 치부하고 마는 것이다. 그 결과로 우리 무용계는 표절에 대해 관대해졌고, 창작의 발전은 유보되었으며, 소리없는 피해자들만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용은 순간예술이라는 특성 때문에 더욱 표절이 용이할 수 있다. 스쳐지나가는 장면 속에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표절이다라고 명백히 구분짓기는 쉽지가 않다. 또한, 인간의 상상력과 창조성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면 피해나갈 여지도 많다. 멀지 않은 시기에 무용계도 문학계나 음악계처럼 표절근절이라는 날카로운 칼날이 들이칠 것이다. 선진 무용계처럼 안무표절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나 문제점들이 논의된다면 그 서슬 퍼런 칼날에 떨게 될 안무가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부심과 창작의 기쁨을 통해 성장한다. 안무작업에 임하면서 자신을 속이지 않고 창조적 시도와 성실한 노력을 더한다면 관객들은 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그 작품이 한 예술가의 진정성을 바탕으로 축조된 것이라는 것을. 표절은 기본적인 윤리를 떠나 일종의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안무표절은 다른 안무가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쌓은 창작재산을 침해하는 행위임을 인지해야 한다. 안무가들이 스스로 각성하고 또 각성해서 관행으로 굳어진 안무표절의 유혹에서 한시바삐 벗어나길 바란다.
글_ 부편집장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