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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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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무용호(舞踊號)는 결코 안전하지 않다

 온 국민을 경악케 했던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사망자와 실종자 수가 300명에 육박한다는 기록도 끔찍하지만 사고 당시 자진 탈출했던 승객들 이외에는 구조된 생존자가 0명이라는 사실에 기가 막힌다. 사고 초반 우리나라 전체를 뒤덮었던 집단 우울증과 의욕상실 증세는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분노로 변해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사고는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 아닌, 무한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만들어낸 참극(慘劇)이기 때문이다. 또한 어린 학생들과 사고에 무지한 일반인들을 볼모로 잡아놓고 저부터 살겠다고 뛰쳐나간 선박직원들, 출동은 했으나 적극적 구조 없이 서로에게 책임만 떠넘겨버린 해경과 공무원들의 대응으로 인한 인재(人災)의 극치이기 때문이다. 이 사고는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안전 불감증과 무사안일주의의 최종 결과물이자 정치와 종교 문제까지 얽힌 총체적 난국이 되어버렸다.

 사회지도자들은 세월호의 참극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며 사고가 아니라 부조리한 사회가 빚은 참사(慘事)라고 말한다. 우리 무용계도 여기서 결코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채 저만 살겠다고 탈출했던 선원들처럼 우리 무용계에도 각자의 밥그릇 지키기에 연연하여 무용계의 상황은 안중에도 없는 무한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는 것은 아닌지? 정부와 선박회사 할 것 없이 정보를 조작하며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던 사고 책임자들처럼 우리 무용계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무조건 덮어버리고 안일주의와 겉으로의 체면치레에만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게 해서 덮어진 문제들은 결국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곪아 터지고 썩어버려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된다. 여기서 희생되는 것은 결국 자기의 책임을 다하고자 했던 일부 무용가와 성실한 학자들, 그리고 기성세대의 권력에 눌려 조용히 주저앉아있는 젊은 무용가들과 힘없는 학생들뿐이다.

 세월호의 참극을 위해서는 온 국민이 울어 주지만, 사회의 관심권 밖에 놓인 무용계에서 발생하는 소소한 참극을 위해서는 아무도 울어주지 않을 것이다. 문피아와 결탁한 무용지도자들이 막대한 공적자금으로 해외무대에 나가 싹쓸이 쇼핑을 해대는 바람에 한국을 봉으로 여기게 만들었고, 자신들의 지적 결핍을 궤변으로 엮어줄 무지무지(無知舞之)한 글꾼들을 끌어들여 무용생태계를 흐려놓게 한 공인 지도자들도 있고, 무지무지(無知舞之)한 정치인들을 동원해서 공적자금을 쏙쏙 빼먹는 교수들도 있으며, 금권으로 교수직을 구매하려는 중견무용가들도 있다. 그리고 표절행위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불감증을 가진 학자들 등 무용계 곳곳의 상황은 한없이 위태로워 보인다.

 세월호의 희생자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순종하던 학생들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무용계야말로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순응해 왔던 것이 아닌가 다시 한 번 돌이켜보게 된다. 더 나은 무용계를 위한다면 “가만히 있지” 말아야 한다. 변화를 원한다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사회에서 우리의 무용호(舞踊號)가 완전히 침몰해 버리기 전에….



글_ 편집장 이희나(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