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은 일시성, 순간성을 특징으로 하기에 기억에 의존해야 하는 찰나의 예술이다.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미화된 혹은 과장된 기억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그 아름다움과 추상의 범위를 확대시키기도 하면서 예술로서의 다양한 가치를 생산한다. 미적가치를 중시하는 무용의 세계에서 ‘미’의 창출이라는 그 순수성을 유지하며 작품 활동을 하기에도 바쁜 와중에 무용가들은 경제적 문제해결, 대학교수들은 학생들 지도, 무리한 공연활동 등으로 그 책임이 삶의 무게로 다가온다.
여기서의 ‘미’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개념과는 달리 ‘미추(美醜)’의 개념을 포함한 혹은 ‘진(眞), 선(善), 미(美)’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것으로 인간의 실제 삶과 동떨어진 것이 절대 아니다. 그렇다할지라도 밥그릇 지키기에 바쁜 예술계 전반이 각종 비리와 추문으로 얼룩진 현 시점에서 무용 역시 순수성을 수호하기에는 역량 부족일까? 물론 타 예술도 순수한 기능을 상실한 유사한 경우는 비일비재(非一非再)하지만 신체라는 정직하고 가장 인간적인 매체를 기반으로 하는 무용이야말로 그 순수성에 충실해야 한다. 거짓 없는 순수한 움직임으로 이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불감증으로 얼룩진, 순수성을 상실한 작금의 현상들이 아름답지 못하기에 더욱 갈증에 목말라하며 무용예술을 통해 현실을 초월하고 이상향을 꿈꾼다. 따라서 종합예술로서 다양한 감각을 만족시켜주며 관객들과 충실히 소통하는 무용이 순수성을 찾고 주변 상황에 흔들림 없이 ‘살아있는 표현을 통한 미의 추구’ 라는 소임을 다 할 때 비로소 우리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예술로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글_부편집장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