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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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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무용계를 마무리하며

 한해가 끝날 즈음 늘 등장하는 말이 ‘다사다난(多事多難)’이다. 여러 가지 일도 많고 어려움이나 탈도 많다는 뜻의 이 단어가 정말 적절하게 맞아떨어진 것이 올해의 무용계가 아닐까? 지난해 세월호 사고와 올해 메르스 사태는 사회와 국민정서 뿐만 아니라 전체 공연계를 강타했고, 특히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향유하는 무용은 공연이 없어지거나 연기되는 사태를 맞았다. 또한 정부지원금 착복 문제가 하반기 이슈로 부각되면서 물의를 빚었고, 막바지에는 무형문화재 선정이 다양한 논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예술 검열과 유사한 행위로 인하여 공연이 취소되고 일인시위가 벌어지는 등 해결되지 않은 부끄러운 문제들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 무용계는 그 끈질긴 생명력으로 양적으로는 다른 해에 뒤지지 않는 공연을 소화해냈다.


 그러나 양적인 성장과 질적인 성장 사이에서 우리는 혼란스럽다. 국제‧ 국내 무용축제와 기획공연, 창작산실과 콩쿠르에서 대표적으로 내놓을만한 무용가를 배출해냈는가? 요즘 우스개로 시작되어 통탄할만한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은 ‘수저論’에 비춰볼 때 무용계는 얼마나 여기서 자유로운가? IMF 시기보다 어렵다는 경제상황 속에서 무대에 올리는 무용에 무용가들과 관객들의 만족도는 일치하는가? 이외에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들이 그대로 방치된 채 새해를 맞는 무용계의 어깨는 여전해 무겁다. 그 무게감을 인식하는 혹은 치열한 작가정신을 갖춘 무용가와 구태의연한 기존의 답습을 반복하는 무용가 사이에서 새로운 세대는 올바른 시각을 갖추는 일이 필수적이다.


 국가적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타계와 더불어 무용계의 큰 별들(이매방, 정재만, 임이조, 지희영 등)이 졌다. 그들이 자신의 무용기법과 예술론을 이어갈 후계자를 선정해놓지 못하고 갑자기 타계한 관계로, 다음의 세대교체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노력과 실력이 겸비된 인물의 신중한 선택이 이후 방향성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더불어 국공립단체들의 단체장 선임과 다양한 레퍼토리 개발에 대한 문제도 무용계의 중요한 이슈로 다뤄져야 할 것이다.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국 무용계를 이끌어 온 전 세대들의 눈에 비친 오늘날의 무용가들은 너무도 나약하게 보일 수 있고, 자생력이 부족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나름의 치열함과 정신력을 갖추고 발전할 가능성의 싹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Dance Post. Korea는 우리 무용계가 건전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일조할 수 있도록 기존의 작업과 더불어 캠페인 등의 활동을 통해 기존의 답습이 아닌 창조적 매체로 거듭나고자 노력할 것이다. 올해도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동시대성을 반영하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Dance Post. Korea에 변함없는 관심을 부탁드린다.



글_ 공동편집장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