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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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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말하다

 지난 4월 13일에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우리 사회에 여러모로 유의미한 가능성을 던져주었다. 뜻밖에도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정국이 형성되었고, 탈지역과 탈계파의 정치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전의 선거에서 지역과 계파의 문제는 특정 지역이나 특정 당, 그리고 특정 인물들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은 더 이상 정치인들에게 막연한 기대와 바램을 걸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인 정치인들은 결국 그들의 자만심과 당내 분란 때문에 패배를 맛볼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민심은 언제든 변할 수 있으며, 민심을 잡지 못하는 정치와 권력은 한낱 지나가는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


 무용계에도 정치력이 좌지우지하는 큰 선거를 앞두고 있다. (사)한국무용협회의 회장 선출이다. (사)한국무용협회는 전국 예술 단체들의 연합기관인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이하 예총)의 산하 단체로써 정치인들에게는 예술계의 가장 많은 투표권이 몰린 직능기관이다. 그러므로 예총 산하의 각 협회장들은 정치의 핵심권력과 맞닿아 있으며, 그런 만큼 정부로부터 가장 많은 지원금이 할당된다. 이렇게 큰 권력을 지닌 협회장의 선출은 무용계 최고의 지존을 뽑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무용인들은 이 선거에 대해 냉철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무용계를 대표하는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라면 무용인들이 당면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해결할 수 있는 장(場)이어야 한다. 선거란 것은 무기명으로 본인의 견해를 암시적으로 밝히는 하나의 권리이다. 그러므로 권력다툼이나 여론몰이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체적인 권리의식으로 후보들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어야 한다. 유권자들의 명확한 요구가 없다면 지도자들의 명확한 비전도 불가능하다. 이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공명정대한 선거라는 것이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처럼 탈학연, 탈지연의 선거가 내년으로 다가온 무용협회장 선거가 수용해야 할 바람직한 모습이다. 이번 선거에는 반드시 학연과 지연을 타파하고 무용계의 통합을 추구하는 인물이 선출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현재 보이는 것은 기존의 보수세력과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세력의 양자 구도이다. 무용가들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는 아직 미지수이이다. 그러나 당연히 무용가들로부터 당면한 문제들을 청취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게 될 것이다. 그 만큼 무용가들에게는 절박함이 많다는 뜻이다.


 내년은 곧 다가온다. 올바른 선거풍토를 통해 선출된 협회장에게는 무용과의 통폐합, 무용과 졸업생들의 비정규직 양산, 무용교육 환경개선, 세계적인 무용가로 도약할 수 있는 플랫폼 구성 등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수없이 많다. 무엇보다도 순수예술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제논리로 예술과의 통폐합을 주도하는 정부와 별다른 저항 없이 무용과의 문부터 닫는 대학들의 방안에 맞서야 한다. 그보다는 변화에 대한 의지와 노력이 없이 기존 체제를 안일하게 답습해 온 우리 무용계의 인식과 태도부터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끼리끼리 뭉쳐서 ‘우리’ 패거리를 만들고, 자기 패가 아닌 ‘그들’에게 배타적이고 마타도어를 하는 못난 짓부터 멈추어야 할 것이다. 뒤에서 끼리끼리 쓴소리만 하고 끝날 것이 아니라 앞서서 무용계의 자정(自淨)과 자구(自救)의 노력을 촉구하는 주권 의식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협회장 후보들에게 올바르고 명확한 비전을 요구하고, 한국무용계의 진정한 일꾼을 뽑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_ 공동편집장 장지원(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