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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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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계의 스타 탄생을 꿈꾸다

 2016년 여름, 리우 올림픽의 뜨거운 열기와 중국에서 유입되는 더운 공기로 인한 폭염 속에 누진세를 걱정하며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럴 때 시원하게 심신을 안정시켜주며 밤샘도 억울하지 않을 스타들의 등장은 더없이 반갑다. 말 그대로 밤하늘의 빛나는 별인 그들은 대리만족의 대상이기도 하고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동일하게 신체를 사용하는 운동과 무용에서 스타의 차이는 무엇일까? 금, 은, 동메달의 색깔로 선명하게 구분되는, 눈에 보이는 성과가 무용에서는 불가능하다. 무용은 기록이나 성과 위주의 운동이 아니라 예술성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순수예술이기 때문이다.

 기록경기가 아닌 순수예술에서는 국가대표급 스타가 나올 수 없는 것인가? 국립단체를 비롯해서 여러 무용단체에서 스타를 만들고자 노력한다는 풍문이 들린다. 실제로 요즘 TV나 인터넷을 보면 국립단체장이 스포츠 의류 광고에, 그리고 무용수들이 고급 가전제품이나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전에는 신진 무용가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나 심사위원으로 면면을 쌓기도 하면서 스타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TV 속의 무용가들은 그야말로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고 형형했다. 그러나 진정한 무용스타는 잠깐의 스포트라이트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 춤으로 대중들의 가슴 속에 깊이 새겨지는 그 무엇이다. 그러므로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영달이나 입신양명보다는 직종에 대한 사명감이 요구되며, 타의에 의해 만들어지기보다는 스스로 완성된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스타급 무용수들이 잠시 반짝이다가 사라지는 샛별이 아니라 영원히 빛나는 북두칠성이 되도록 자신을 돌아보고 낮추고 비우면서 더욱 연마하기를 권유하고 싶다.

 예술적으로나 대중적으로나 스타를 만드는 일은 무용계 부흥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과제이다. 무용스타는 티켓파워를 창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용이 대중과 함께 살아 숨 쉬게 하고 대중들이 무용을 향유하는데 교두보가 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을 넘어 일본, 중국, 대만, 미국, 프랑스, 멕시코 등 세계 여러 곳에서 ‘조선이 낳은 세계적인 무용가’로 기억되는 최승희일 것이다. 과거 최승희가 동양뿐만 아니라 유럽과 남미에서 까지 유명세를 떨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춤에 대한 열정과 남다른 스타일뿐만 아니라 자신의 포스터나 팸플릿에 사인을 해서 판매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마케팅 능력이 종합된 결과였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최승희에 비견되는 북두칠성급 무용스타가 한명 있다. 바로 발레리나 강수진이다. 지난 달 독일에서 있었던 그녀의 은퇴공연에서 관객들 모두가 기립박수를 보내며 장미를 한송이 씩 건넸다는 일화는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 유명한 ‘강수진의 발’에서 볼 수 있듯이 춤은 올림픽 경기 종목만큼이나 몸을 혹사하고 수많은 땀과 노력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춤을 추는 무용수는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에는 올바른 무용교육의 부재, 지속적인 스타급 무용수 양성의 실패, 체계적인 마케팅과 플랫폼 형성의 부족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과거와는 달리 인터넷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시대가 아니다. 그러니 한국의 안무가나 무용수들이 이런 경로를 통해 스스로 스타로 발돋움해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다. 2002년 월드컵 당시에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국민들과 축구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주었듯이 ‘당신도 스타가 될 수 있다’라는 기대와 희망이 고사(枯死)되어가는 무용계와 무용수를 꿈꾸는 동량들에게 단비가 되었으면 한다.


글_ 공동편집장 장지원(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