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충격적이고도 걱정스러운 소식을 접했다. 2017년이 되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제공되던 지원금이 전액 고갈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순수예술의 진흥을 위한 유일한 재원이 고갈될 위기라면 예술계 전반에 큰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아직 그 존폐에 관해 확정된 사실은 아니지만 예술계 종사자로서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정부에 위기 상황을 호소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원확충을 위한 정책 대토론회를 개최했다고 한다(2014년 11월 24일,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아이러니하게도 문예진흥기금의 고갈의 한 배경에는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이 있다. 문화융성 정책은 ‘문화가 있는 삶’을 표방하며 국민의 생활문화를 진작시키고, 경제․ 사회 등 전 분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을 문화예술로 치켜세우는가 하면, 예술인 복지를 위해 각종 사업을 펼치는 등 예술인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 많은 정책과 사업들이 예산에 대한 치밀한 대책도 없이 진행되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2003년도 말에 문예기금 모금제도가 폐지되면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그간 쌓아 온 기금으로 지원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새 정부의 문화융성에 따른 사업비가 대폭 증액되면서 2017년에 기금이 바닥을 보게 생겼다는 것이다. 이번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개최한 정책토론회는 문화예술의 중요성과 가치를 살펴보고,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지난 성과, 나아갈 방향 및 재원확충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지만 그 내용의 실효성에 관해 의문이 든다. 과연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좁힐 수 있을까라는 부분에 대한 의문이다. 문화예술의 중요성과 가치를 강조하지만 예술가들은 재정적인 걱정 없이 작품제작에 매진할 수 있기를 원하는 것이 현실이고 재원확충의 어려움을 토로하지만 사실상 이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돌파구도 없어 보인다. 무용계로 한정시켜볼 때 혹시라도 문예진흥기금이 고갈된다면 무용가들은 조금이나마 받던 정부의 지원조차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한때는 중견 무용가들에게 지원금이 몰려가기도 하고 때로는 대다수의 무용가들에게 잘게 쪼개진 지원금이 분배되는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원금의 향방은 요동을 쳤고, 무용가들은 신청서류를 들고 우왕좌왕했었다. 그런데 지원금이 없어진다면 이런 불만도, 불안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적든, 많든 문예진흥기금은 무용가들에게 심적․ 물적 마지노선으로 작용했었다. 그러기에 기금의 부재에 대한 타격은 심각할 것이며, 미리 자구책을 마련해 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자구책이란 피상적이긴 하지만 대중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춘 작품을 생산함으로써 경쟁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와 연계한 무용교육을 통해 미래의 관객들을 형성하고 무용의 향유층을 두텁게 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수준 높은 글로컬한 작품으로 해외로 진출해서 유통시장을 넓히고 다양한 판로를 개척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세계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콘텐츠의 개발과 광고 전략도 뒤따라야 한다. 더불어 현대예술계의 경향 파악과 ‘컬처노믹스(Culturenomics)’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컬쳐(culture) + 경제(economics) 의 합성어인 컬처노믹스는 “문화와 산업의 창조적 융합, 문화의 상품화, 문화를 통한 창의적 차별화로써 고(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무용계에서 변방의 국가였던 벨기에가 컨템포러리 댄스로 자신들의 현대 문화를 널리 알렸듯 우리 무용가들도 글로컬한 창작으로 컬처노믹스로의 변모를 도모해 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과거에는 진정한 예술은 가난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 부익부, 빈익빈의 편차가 커지는 흐름 속에서 더 이상 배고픈 예술가의 이상향을 꿈꾸기에는 현실이 녹록치 않다. 문예진흥기금 고갈의 문제가 예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므로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라 멀지 않은 시기에 닥칠 수 있는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모두가 대동단결(大同團結)하는 저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글_ 부편집장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