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한국근대무용사』라는 책을 펴냈다. 그러면서 책의 첫 대목에 이러한 화두를 던졌다. ‘한국 무용은 왜 그들만의 리그인가? 외연을 넓히지 못하고 정반합의 진보적 충돌은 왜 두려워하는 것일까?’ 무용계 혹은 무용과를 경험하면서 느꼈던 이 첫 감정은 몇 년이 지난 뒤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고, 한국 무용계에서 변하지 않을 모습으로 느껴졌었다.
그럼에도 몸으로 표현하기에 어떠한 공연예술보다 가장 정직한 장르였음을 느끼게 되었고, 매일매일 공연을 위해 밤새 연습하고 열정을 쏟아 붓는 모습에 감탄을 하게 되었다. 그런 이유인지 이제 그 ‘리그’에 몸을 담고 여러 모순된 점을 바라보면서 어떤 경우는 쓴 소리를 하려다가도 멈추게 되는 것도 그런 본질적인 무용에 대한 마력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가도 또 모순되거나 본질적인 문제에 다시 직면하면 화나게 만든다. 그 열정은 인정하지만 하루 이틀 공연을 위한 고비용 저효율의 문화구조, 즉 단순하게 예술혼을 불태운다고 하기에는 경제적인 현실 문제가 존재하고, 또 거기엔 일부의 권력과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어느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먹이 사슬이다 보니 근본적인 해결책이 딱히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 구조가 쉽게 변화하지 않겠다는 생각과 함께 무용계가 자신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사회, 대중과 소통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도태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항상 걱정되는 화두로 남게 되었다.
요즘 들어 모든 대학이 구조조정 문제에 힘겨워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고교 졸업생보다 대학 정원이 많아지는 기현상이 서서히 벌어졌고,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학평가에 의해 자의반타의반 대학은 체질 개선에 힘을 쏟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문제는 우선 인문 계열과 예술계 특히 무용과가 대상에 놓이게 되었다. 이는 자조적으로 이야기하는 ‘벚꽃 지는 순서대로 무용과가 없어진다’는 말처럼 여러 대학의 무용과가 없어졌고 다른 과들과 통합하는 현상이 몇 년째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그동안 시대를 얼마나 자세히 관찰하고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변혁하고 많은 반성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무용과가 생긴 이래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얼마나 현실에 맞게 커리큘럼에 변화를 주었고, 자율적 행동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였는지 생각해보면 울타리에 머물며 보신(保身)만 하였고, 지금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른바 순수예술은 문화원형과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토대이므로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한다. 그렇지만 사회와 소통하지 않고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경제적 논리에 혹은 상업성에 잠식당하고 말 것이다.
여기서 요설만 늘어놓지 말고 그에 대한 뚜렷한 대안을 마련해보라고 질문한다면 스스로도 딱히 대답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용의 본질이 무엇이며 장삼이사(張三李四)와 소통하는 구조를 만드는 생산성이 무엇인가라는 기본적 질문부터 대학교육으로 무용이 어떤 의미인지를 세심하게 모든 구성원이 고민한다면 무언가 해쳐나갈 힘이 생기지 않을까 상식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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