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6일,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현대무용협동조합(COOP-CODA)의 창립총회 및 창립식이 있었다. 조합원으로 참여한 10개의 단체는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파사무용단, 트러스트무용단, 더바디 댄스컴퍼니, 로댄스 프로젝트, 오마이 라이프 무브먼트 씨어터, EDX2 무용단, 엠비규어스, 고블린파티, STL ART 프로젝트이다. 첫 조합장은 김성한 세컨드네이터 댄스컴퍼니의 단장이며, 그는 파사무용단의 황미숙 단장과 고심 끝에 협동조합을 결성했다고 한다.
무용계에서의 협동조합 결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발레단체들이 발레협동조합(발레 STP)을 결성해서 활발한 활동과 함께 대중들과 소통하며 비교적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대무용단의 단장들은 이들의 성공을 벤치마킹하여 복지와 자립기반 조성, 동반성장을 위해 ‘각자도생(各自圖生)’보다는 ‘공생(共生)’을 택한 것이다. 현대무용협동조합은 ‘예술의 대중화, 대중의 예술화’라는 슬로건 하에 정부 지원에 의존하던 관성에서 벗어나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현대무용협동조합의 결성 목적은 다음과 같다.
- 현대무용가들의 복지와 생활안정을 위한 자립기반 조성
- 조합원 간 교류협력을 통한 동반성장
- 취약계층과 소외계층의 문화지원사업
- 청소년 예술교육과 진로체험학습의 기회제공
기존에 대학교수들과 유명 안무가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무용가들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근근이 ‘서바이벌’해 왔다. 물론 예술계에서 대다수의 인적 분포를 차지하는 연극인들의 삶이 더 빈곤할 수 있으나 투자대비 무용가들의 경제적 활동은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예를 들어, 무용가들은 공연을 올릴 때마다 적자 예산을 감수해야 한다.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면 반박할 도리가 없으나 그렇다고 할지라도 생계를 걱정할 정도라면 문제가 있지 않은가? 전국의 무용과를 통해 배출된 수많은 졸업생들이 학원에서의 아르바이트나 학교의 비정규직 강사로 불안정한 생계를 유지하다가 무용계를 떠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금 당장에 4대보험의 혜택을 받는 것도, 미래에 연금을 받는다는 것도 모두 꿈같은 얘기다. 그런데도 막상 공연을 하려면 무용수들을 구하기 어렵고, 구하더라도 그들의 아르바이트나 레슨 시간을 피해 밤늦게 시작해서 새벽까지 연습하는 것이 관례이다.
타예술 분야의 종사자들이나 일반 사람들은 무용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하는 예술처럼 인식한다. 그러나 무용가들은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무용계 현실에 대해 암울해 한다. 이는 실기를 하는 무용가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무용평론가, 무용이론가들 모두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는 기금 신청의 기회조차 협소하다. 반세기가 넘도록 변함없는 원고료로 과연 집필이나 연구에만 전념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보니 평론가들이 기획자로 변신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이들의 기금 신청과 선정에는 으레 불협화음이 따른다. 또한 창작과정에서 안정적인 연습공간이나 연구공간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뜨내기처럼 이곳저곳을 떠도는 것이 무용가들의 현실이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전국의 대학 무용과들은 폐과든 통합이든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런 시점에서 무용계에서의 협동조합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들은 무용생태계의 순환과 발전에 큰 주춧돌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현대무용협동조합의 성공을 기원한다. 더불어 새 정부에 호소하고 싶다. 무용가들이 협동조합이라는 자구책을 통해 스스로 자립과 복지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으니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문화콘텐츠로서의 무용을 적극적으로 후원하며 좀 더 긍정적인 시각으로 무용계를 바라봐 주길 바란다. 우리 무용가들은 지원금의 불균형이나 비정규직 해결, 예술인의 복지 등 문화지원의 고른 수혜를 통해 ‘예술가들의 삶=가난’이라는 등식이 아니라 ‘고생 끝에 낙이 오는 세상’에서 춤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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