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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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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대중의 환호에 취한 국립무용단체들

 국립무용단체(국립무용단, 국립발레단, 국립현대무용단)의 공연에 대한 무용계 내부자들의 평가와 언론에 보도된 평가가 사뭇 달라지고 있습니다. 무용계의 비판, 단체 행정가들의 의견, 그리고 언론보도 등을 조합해보면 이들 세 단체에 대한 평가지표가 객석 점유율, 티켓 판매율, 전문가에 의한 형식적인 평가서에 의존하는 것은 아닌가 의문이 갑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무용계에서 생성된 전문 비평이나 따가운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으로 세 단체가 객석 점유율과 티켓 판매율에만 열을 올리고 있을까요? 최근에 보도된 이들의 언론기사에도 유독 “매진 신화 기록”, “객석점유율 92%”라는 문구가 도드라져 보입니다. 그다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문구는 “의상의 화려함”, “무대의상의 세련됨”,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 등입니다.

 현재 세 단체의 공연들은 대중성과 유명세를 쫓아가는 모양새입니다. 근 몇 년간 세 단체의 창작 수준은 내림세를 보입니다. 그들은 대중성이 (패션디자이너, 영화감독, 음악가 등) 타 분야 예술가들을 요란하게 영입하거나 대중매체로 잘 알려진 무용수들을 참여시키거나 단체의 정체성과 관계없어 보이는 (장르 불문, 국적 불문의) 크로스오버 안무에 있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무용가들이 모이는 담화 장소나 무용가들의 SNS에는 이에 대한 지적이나 질책이 많이 나옵니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난해한 뇌만 있는 무용매니아의 ‘현상학적’ 글을 갖고 해괴한 언론플레이를 하여 순순한 눈을 가진 무용감상 초보자를 현혹합니다. 무용계 전문가들의 지적과 의견은 세 단체의 공연제작, 레퍼토리 선정, 라인업에 전혀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산권을 틀어쥐고 세 단체를 관리감독 하는 상급기관의 비전문적인 간섭이나 실적을 강요하는 압박이 있지는 않은지 의심을 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무용계에서 국립단체의 존재감은 유명무실해지며, 세계무대에서의 경쟁력 또한 바닥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국립무용단체라면 우리나라 무용가들이 성취하고 있는 현 수준의 창작과 기량, 그 이상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관련 분야 안무가들과 무용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무용창작의 수준을 향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수준 높은 안무와 움직임으로써 동시대 한국예술가들에게 창의적인 영감을 제공하여 한국예술의 발전을 선도하는 위치에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수준 높은 공연으로 대중들의 예술적 감수성을 높이고, 세계 공연시장이 앞 다투어 초청하는 단체로 자리매김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연의 창작, 레퍼토리의 선정, 예술가와 무용가의 라인업을 통찰력과 비전을 갖춘 전문가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공연에 대한 사후 평가 또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일반 언론계, 무용비평/이론계, 해당 장르의 안무계, 극장/기획 전문가 등 다양한 층위에서 평가와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평가와 진단은 비단 객석 점유율, 관객 반응뿐만 아니라 안무의 창의성, 무용수들의 기량, (음악, 분장, 의상, 장치, 조명 등) 무대예술의 종합성, 예술적 성취도, 해당 분야 기여도, 레퍼토리로 발전할 가능성, 세계무대에서의 경쟁력 등 세부 지표를 설정하여 엄밀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글_ 편집주간 최해리(무용인류학자,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이 글은 공연예술 월간지 THE MOVE 5월호에 “전문가 의견 무시하는 3개 국립무용기관들”로 게재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