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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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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용진흥의 유일한 방안은 국립무용센터 건립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무용계는 정치적, 사회적 격동기를 거치면서도 민족의 얼과 정신을 반영하며 저력을 발휘해 왔다. 또한, 대표적인 한국의 문화콘텐츠로 국가 이미지 선양에 앞서 왔다. 그러나 그 공로에도 불구하고 무용계가 처한 현실은 가히 비관적이다. 문화예술 분야 중에서 인적, 지적, 물리적 인프라가 가장 낙후되었다. 음악, 연극, 국악 등의 분야는 모두 공적인 전용 극장을 확보하고 있지만, 무용 분야는 전무하다. 최근에 서울무용센터가 설립되었으나 지자체 범위이며 그나마도 창작지원을 위한 인프라여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잇따른 대학 무용학과의 폐과, 무용전공자들의 취업 적체, 무용인들을 위한 복지정책 부족, 창작 공간의 결핍 등 무용계에는 난제들이 산재해 있다. 이 모든 것은 무용계 발전을 위한 지식과 실험의 교두보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음에 기인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국립무용센터의 건립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동안 무용계는 활동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에 따라 많은 문제점이 파생되었다. 최선의 방책은 무용인들의 창의, 화합, 협력이 일어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 공간을 중심으로 모든 무용인이 모여서 동고동락하며 춤추고 연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국립무용센터의 건립이 반드시 필요한 중차대한 사안들이 있다. 여러 기관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무용창작을 위한 프로그램, 예산, 인력 등을 통합하는 등 무용의 진흥과 발전을 주도할 기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이루어지는 춤창작과 한국무용가들의 활동을 기록화하고 이 토대 위에서 우리 무용의 미래를 설계하고 세계화를 도모하는 국가 차원의 무용플랫폼이 마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그런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을 기점으로 무용 분야를 위한 체계적인 국가 정책과 다양한 지원제도가 마련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거점 공간 구축을 통한 무용진흥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2006년에는 정책과제로 이 문제를 공론화하였고, 이를 통해 2007년에는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가 설립되었다. 2008년 아르코예술극장을 무용전용극장으로 추진하는 계획과 2013년 국립현대무용단 상주극장을 아르코예술극장으로 선정하려는 계획은 연극계의 반발과 무용계의 비협조로 무산되었다.

 미래에 대한 대책 없이 전전하는 무용인들을 위해서라도, 세계로 비상하고 있는 우리 무용계를 위해서라도 국립무용센터의 건립은 필요하다.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양한 복지정책과 문화예술정책에 힘이 실리고 있는 현시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다행히 지난 30년간 무용계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구자훈 LIG문화재단 이사장을 중심으로 무용계 수장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여 국립무용센터 건립을 위한 추진단을 발족했다. 추진단은 7월 25일에 “국립무용센터 건립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공청회를 통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무용센터가 건립되어야 하는 타당성이 제기되고, 무용계 전체의 공감과 지지를 얻는다면 국립무용센터 건립에 희망찬 시동이 켜질 것이다.

 국립무용센터가 건립된다면 무용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우선 무용계 발전을 위한 정신적, 기술적, 경영적, 공간적 지원의 통합체의 역할을 할 것이며, 춤지식과 춤창작을 위한 융복합센터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의 예를 봐도 국립무용센터(CNC)를 중심으로 무용인과 일반인 모두를 위한 무용진흥정책을 펼치고 있다. CNC에서는 작품 창작 및 보급 확산을 위한 지원, 안무가와 무용교사들에 대한 교육, 무용인들의 진로와 취업에 대한 정보와 서비스 제공, 미디어테크 운영을 통한 무용문화의 발전, 각종 심포지엄 및 세미나 개최와 관련 자료집 발간 등 구체적인 무용정책을 세우고 실현하며, 무용발전을 위한 연구와 지원 업무를 수행한다. 우리나라에도 국립무용센터가 설립된다면 CND를 벤치마킹하여 이러한 활동들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거시적으로는 국립무용센터에는 무용인들뿐만 일반인들이 춤을 쉽게 접하고 무용인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교육, 전시, 공연이 상시로 운영되기 때문에 무용 분야에 대한 대사회 인식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더불어 센터의 다양한 영역에서 고급 인력의 고용 창출 효과가 일어날 것이며 모든 무용인에게 다양한 공간과 고른 기회가 제공될 것이다.

 국립무용센터가 실제 건립으로 가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서 건립을 위한 부지와 예산을 확보해야 하고, 건립 취지에 대한 무용계 중론도 모아야 하며, 건립 타당성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도 얻어야 할 것이다. 사실, 국립무용센터의 건립만으로 무용계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우리 무용계의 발전과 무용계에 산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국립무용센터의 건립과 추진단의 활동을 강력히 지지하는 바이다. 무용계 숙원 사업인 국립무용센터의 건립에 초석이 놓인 만큼 무용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힘을 더해가야 할 것이다.

 


글_ 공동편집장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