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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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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환경 개선을 위한 장기적 과제 - 예술인 고용보험제도 도입에 즈음하여

  2020년 5월 20일자로 예술인 고용보험제도가 국회를 통과하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고용노동부가 2014년부터 예술인들의 고용보험 적용을 위해 노력한 결과이다. 이로 인해 프리랜서 예술인 및 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용역 예술인 모두 조금은 안정적인 노동 환경을 국가에서 보장받게 되었다. 여기서 예술인이란 예술인복지법과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문학, 미술,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 국악, 사진, 건축, 어문, 출판, 만화 등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우리나라에서 고용보험제도가 시행된 것은 1995년 7월부터이다. 실업보험제도가 실직된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위하여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라면 고용보험제도는 실업급여 지급 및 실직을 예방하기 위한 다른 제도적 보호를 포함하고 있다. 가령 여성노동자들에게 육아휴직급여나 출산전후 휴가급여를 지급하여 생활의 안정과 경력 단절의 공백을 줄여주는 것이다.

 

  이번에 통과된 예술인 고용보험제도에도 이 같은 혜택이 주어진다. 특히 꾸준히 활동을 하지 못하는 공연예술인을 염두에 두어 24개월간 최소 9개월의 보험료를 납입하고 3개월 이상 활동(연습 포함)한 예술인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몇 달 간을 꾸준히 작업하지 못하는 단기 예술인은 일정 기간(한 달 기준 약 11일) 이상 활동하면 한 달로 간주해주는 장치도 있다.

  예술 활동 중 발생한 부상이나 질병, 장해 등에 대비한 예술인 산재보험 역시 국가에서 운영하는 사회보장제도이다. 몸을 쓰기 때문에 잦은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무용인들에게는 절실한 제도일 것이다. 

 

  공연예술의 특성을 고려하여 만든 제도라고는 하지만 예술 장르별로 제각기 다른 작업 방식과 공연 및 연습 기간을 갖는다는 점에서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무용 장르의 경우, 공연 일수가 1-2일에 지나지 않으며 그 공연조차 매년 무대에 올리기는 쉽지 않다. 고용보험의 최소 조건에도 부합하지 못하는 예술인들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국가가 단일한 사회보장제도로써 예술 전반에 얼마나 혜택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국가적 차원으로 개별 예술 장르의 특성을 고려한 보장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다.


  해외에는 민간 보험 회사에 ‘무용 보험(Dance Insurance)’ 상품이 있다. 상품마다 초점을 두고 있는 세부 내용이 달라 선택의 폭이 넓고 무용 활동을 하는 데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부분을 커버해준다. 민간 무용 보험 상품은 호주, 미국, 영국, 러시아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다. 스포츠댄스나 발레 등 특정 장르에 특화된 보험 상품도 있고 특히 무용 강사(dance instructor)를 위한 보험 상품이 상당수 눈에 띈다. 전반적으로 무용 강사, 전문 직업무용수, 독립 예술가, 무용단체, 무용스튜디오, 무용축제 등 무용과 관련한 다양한 인력과 형태를 커버해 주는 상품들이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부상과 장해를 당했을 때(당사자 혹은 보험계약자 본인의 무용단 단원도 해당), 공연이 취소되었을 때, 스태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공연에 무용수가 나타나지 않았을 때, 잘못된 무용 교수로 문제가 생겼을 때, 학생에게 컴플레인이 들어올 때의 보상 문제, 경연의 성적에 따른 상금 등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너른 범위에 대해 보상을 해준다. 무용 장르에 대한 세부적이고 현실적인 이해가 없으면 가능하지 않은 내용이다. 이러한 보장은 예술 장르에 따른 면밀하고 특수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 국가에서 일일이 챙겨주기란 불가능하다.

  국가에서 예술인 고용보험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은 예술의 사회적 공헌과 가치를 인정한다는 방증이기에 고무적이다. 이로 인해 예술인들은 예전보다는 나은 노동 환경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예술 활동을 포기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조금은 나아지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진정한 문화예술 선진국으로 가려면 국가적 보장에 모든 것을 기대할 수만은 없다. 민간 차원에서의 노력과 개발이 함께 가야 한다. 무용예술에 대하여 철저하게 검토하고 무용인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연구해야 한다. 사회적 인식의 개선 역시 필요하다. 그렇게 하여 무용예술만의 특수성을 고려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보장이 이루어진다면 무용인들이 좀 더 탄탄한 인프라 위에서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인 고용보험제도와 예술인 산재보험 제도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http://www.kawf.kr 에서 자세히 알 수 있다.

 

 

글_ 이희나(댄스포스트코리아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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