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예술과 학문은 인간의 사리사욕이 개입하지 않는 순수한 영역일 것이라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생각이 어린 시절의 환상일 뿐이라고 몸소 깨닫게 된 이후에도 그 두 영역만큼은 순수한 열정으로 극복 가능하다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그 양쪽 모두에 걸쳐있다는 춤 학계에서 간간히 들리는 추문은 이러한 불가능한 희망마저도 헛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겉으로는 아름답게만 보이는 모습의 이면을 알게 되면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섬뜩하기도 하다.
지난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서는 매우 부끄러운 뉴스가 터져 나왔다. 어느 여교수의 품행에 관한 것으로,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을 넘어선 막말을 내뱉은 것이다. 차마 지면상에 옮길 수 없을 정도로 민망하고 저속한 언어폭력으로 학생들에게 수치심을 주고 상처를 입혔던 그 사건은 작년(2013년) 봄 각종 언론에 공개되었다. 해당 교수는 해임 처분을 받았으나 이의제기를 하여 정직 1개월로 그칠 뻔 했다고 한다. 그러나 학생들의 결사반대 항의로 인해 결국 재임용 심사에 탈락하면서 교수직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무용원은 이전에도 전임교수 공채에 비리 의혹을 불러 일으켰으며 공연 티켓 강매, 교수의 허위 학력 사건 등 순수예술계 및 학계에서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사건들로 여러 번 떠들썩했다. 학생들의 부정입학이나 티켓 강매, 학력위조 등의 불미스러운 사태들은 비단 무용원뿐 아니라 타 대학교에서도 일어났던 일들이다. 또한 춤계뿐 아니라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이러한 비리는 있어왔다. 문제는 그러한 작태들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설령 이전 세대에서부터 공공연히 있어왔던 관행라고 할지라도 그것에 피해를 입었던 다음 세대들조차 그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교수라는 이름으로 휘두르는 아카데미즘의 폭력 아래에서, 도제교육이라는 예술의 특징을 악용하는 현실 속에서 학생들은 상대적 약자가 되어 비굴해지거나 혹은 희생자가 되어 왔다. 온갖 부조리가 판을 치는 사회에서 최소한 때 묻지 않기를 희망하는 학문과 예술의 영역은 기실 여느 사회와 다를 바 없는 추악한 일면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세계 안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올곧게 학문에 임하고 있는 학자들도 분명 있을 터,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 것일까. 암흑과 같은 춤 학계의 현실을 마주하고 헤쳐 나가는 것이 버겁기만 하다.
글_ 편집장 이희나(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