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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전통춤을 향한 저작권 시시비비(是是非非)

제가 애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페이스북입니다. 무용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이슈들은 종종 페이스북을 통해 접합니다. 저 또한 페이스북을 통해 무용계 주요 사안이나 홍보물을 공유하며 페이스북 친구(페친)들의 관심을 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무용인 페친들을 들썩이게 한 이슈가 있습니다. 바로 2018년부터 촉발된 故 이매방 선생(1927-2015)의 ‘전통춤’ 작품에 대한 저작권 문제입니다.  

 

이매방 선생이 타계한 지 3여 년 후인 2018년 1월에 이매방 유족측인 우봉이매방컴퍼니가 한국저작권위원회를 통해 <삼고무>, <오고무>, <장검무>, <대감놀이> 등 4개 작품을 이매방 선생의 저작물이라고 하면서 저작권을 등록하였습니다. 유족 측은 이매방 선생의 유품 중 ‘가장 오래된 연도’의 팸플릿, 이매방 선생의 인터뷰 기사, 이매방 선생의 따님이 시범자인 춤영상물 등을 저작권의 근거로 하였습니다. 당시의 언론기사를 찾아보니 사위인 이혁렬 우봉이매방컴퍼니 대표는 저작권 등록에 대해 ‘이매방 선생이 창작한 원작’을 지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제자측인 우봉이매방춤보존회는 4개 작품은 전통과 창작의 경계가 모호한 문화유산이며 문화의 향상발전이라는 저작권법 취지에도 어긋난 권리남용이라며 저작권 말소를 주장하며 유족측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습니다. 이 문제는 무용계로 확산하더니 청와대 청원에도 등장하였습니다. 하필 그해의 멜론뮤직어워드 시상식장에서 방탄소년단(BTS)이 <아이돌>을 공연하며 <삼고무>를 재해석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바람에 양측의 공방은 사회적 관심사로 주목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과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가 양측을 중재하고자 나섰지만, 명쾌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고 기억합니다. 

 

문제가 재점화되기 시작한 것은 작년 9월부터입니다. 우봉이매방춤보존회는 2021년 9월 28일에 창립 35주년 기념공연 ‘우봉 이매방 춤: Immortal Dance’에서 4대 작품을 올렸는데, 9월 14일에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가 법원에 해당 공연을 상대로 저작권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것입니다. 이에 대한 법원의 결정문이 2022년 4월 29일에 발표되었습니다. 결정문의 내용을 취하는 유족측과 제자측의 생각과 입장은 판이합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4개의 언론기사를 찾아보았는데, 위 2개의 기사는 유족측 입장(맨 위의 기사는 유족측 변호사가 작성)에서 그리고 아래 2개 기사는 보존회측 입장에서 읽혀야 이해가 됩니다.     

 

[김경환 변호사의 IT법]<31>전통춤에 저작권이 발생하는가: 이매방 사례(전자신문, 2022.5.17.)

https://www.etnews.com/20220517000159

삼고무 저작권 논란 마침표 찍나… 법원 “유족에 권리”(이데일리, 2022.5.30.수정)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3470246632332200&mediaCodeNo=257&OutLnkChk=Y

법원, 이매방 명인 유족-제자 간 ‘가처분 신청’ 화해 권고… “비영리·완전 창작 공연만 가능”(서울문화투데이, 2022.5.27.)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410

이주영의 아트&컬처: 전통춤 저작권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스카이데일리, 2022.6.3.)

https://www.skyedaily.com/news/news_view.html?ID=158499

댄스포스트코리아는 2021년 10월에 예술저작권 전문 박주희 변호사를 초청하여 “댄스포스트코리아TV 춤이슈 톺아보기: 문화예술법 전문 변호사가 말하는 <삼고무> 저작권 분쟁”을 통해 이 문제를 자세히 다룬 바 있습니다 

https://youtu.be/uBCRXlCA-Cc

박주희 변호사가 저작권법상으로 해석한 이 문제의 요지는 무용계에서 공유되던 전통적인 춤동작이더라도 독창적으로 어레인지(조합, 편집, 나열 등)했다면 창작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고, 따라서 이매방 선생의 4개 작품에 대한 저작권이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유족측이 진정한 이매방 춤의 보존과 무용계 발전을 위한다면 공공의 목적과 보존회의 이용에 대해서는 유연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특히 제자들이 이매방 선생에게 수차례의 사례비를 내고 습득한 작품인 만큼 이들의 저작물 이용에 대해서는 편의를 고려해 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판결문의 내용은 박주희 변호사의 설명과 크게 어긋남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또다시 양측에서 공방이 오가며 무용계 이슈로 떠오르고 있을까요?   

 

기사들을 통해 무용계가 궁금해 하는 법원의 결정사항을 조합해보면 1)저작권법 제29조(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공연·방송)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2)보존회가 연 1회 주최 또는 주관하는 공연으로 실연하는 경우, 3)유족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춤의 형식이나 동작이 4개 작품과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다면 이를 자유롭게 이용(명칭 사용 포함)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무용가들은 춤 제목으로 <삼고무>, <오고무>, <장검무>, <대감놀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유족측이 요구하는 저작권료가 무용공연을 위해 지급하는 음악저작권료(10만원 남짓)에 상당하다면 무용가 대다수는 기꺼이 원작을 사용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작권료가 터무니없이 비싸다면 무용가들은 저작권위원회에 등록된 따님의 춤 영상이 보여주는 형식과 동작과는 조금씩 다르게 실행하면서 더는 원작을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과연 이것이 유족측이 주장하는 ‘원작 보존’의 방법일까요? 이번 법원의 결정은 어느 쪽의 편을 든 것이 아닌 재판상 화해입니다. 그런데도 무용인들은 이 문제의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합니다.

 

‘시시비비(是是非非)’는 조선 시대의 방랑 시인 김삿갓(김병연)의 <是是非非詩>라는 시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김삿갓은 왜 ‘시시비비’라고 했을까요? 시의 제2연을 인용해 봅니다. 해석은 독자 여러분에게 맡깁니다. 대단히 포스트 모던할 것입니다.

 

시비비시비비시(是非非是非非是)

시비비시시비비(是非非是是非非)

시시비비시시비(是是非非是是非)

 

 

글_ 최해리(무용인류학자, 댄스포스트코리아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