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 독일현대무용의 선구자 마리 비그만
20세기의 현대무용은 독일과 미국이라는 양대 산맥을 중심으로 발전되었다. 당시 미국을 대표하는 마사 그레이엄이 있었다면 독일에는 마리 비그만(Mary Wigman, 1886~1973)이 있었다. 종래의 무용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어두운 분위기의 괴기하고 추한 동작들조차 포함하는 다소 파격적인 비그만의 춤은 표현주의 현대무용으로 명명된다.
1986년도에 하노버에서 태어난 마리 비그만은 상점에서 다양한 문화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수입품들을 판매하던 아버지와 창의적 교육관을 지닌 어머니 밑에서 감수성과 창의력을 발달시키며 성장했다. 평범한 성장과정을 보내던 중 비그만은 1907년 우연한 기회로 자크 달크로즈(Emile Jaques Dalcroze)의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이 때 받은 춤에 대한 인상과 감동에 발걸음이 이끌려 가족들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달크로즈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 곳에서 달크로즈가 고안한 ‘리드믹 체조’ 교육을 받은 비그만은 신체적 감각보다는 음악적 감각 발달에 중점을 둔 달크로즈 학교의 교육방식에 의문을 갖던 중 루돌프 폰 라반(Rudolf von Laban)을 만나게 되었다.
[사진2] 마리 비그만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마녀의 춤>
음악 교육의 수단으로서 음악의 박자나 리듬의 흐름을 몸의 움직임으로 표현, 환원하는 달크로즈의 교육관과는 달리 라반은 신체를 움직임의 주체로서 강조했다. 라반이라는 새로운 스승과의 만남은 비그만으로 하여금 음악의 음이나 박자가 아닌, 신체의 리듬 및 역동성과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달크로즈와 라반이라는 두 스승의 교육관은 서로 상반되었지만 비그만이 자신의 독자적인 춤 스타일을 구축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리 비그만의 춤은 대체로 분위기가 어둡고, 원시적 또는 원초적인 표현방식이 두드러졌다. 또한 기존의 미에 대한 관념에서 벗어나 추함, 괴기함까지도 춤에 포함시켰으며, 형식적 틀에 따르기 보다는 내적 경험을 표현하는 것에 몰두했다. 또한 달크로즈에서 받았던 교육방식에서 탈피하여 무(無)음악으로 춤을 추는 공연, 공간을 다양화하는 공연들이 다채롭게 시도되었다. 뷔그만의 대표작으로는 <마녀의 춤(Witch Dance)>, <죽음의 춤(Dance of Death)>, <인생의 일곱 가지 춤(The Seven Dances of Life)> 등이 있다. 이러한 작품들에서 가감 없이 드러나는 비그만의 춤 스타일은 당시 매우 파격적이고 낯선 것이었기 때문에 평론가, 대중들은 대체로 싸늘한 반응을 보였지만, 후에는 비그만을 빼놓고는 독일표현주의 현대무용을 논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사진3] 독일 표현주의 현대무용의 효시로 평가되는 마리 비그만의 춤
비그만의 춤은 독일 표현주의 현대무용뿐만 아니라 무용사 전반의 발전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1920년도에 드레스덴에 무용 학교를 설립하였으며 1930년도부터는 미국 순회공연을 갖기도 하였다. 1963년에 발표한 그녀의 저서 『무용의 언어(Die Sprache des Tanzes)』에는 초보 무용교사들에게 보내는 무용 교육에 대한 조언이 담겨있다. 그 안에 담긴 비그만의 교육철학 살펴보면, 무용 테크닉을 가르치기 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주의 깊게 주변 환경 관찰하고 자신의 내면을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그녀의 무용철학과도 일맥상통한 내용이다. 이러한 그녀의 교육, 무용철학에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무용가로는 독일 출신의 미국 무용가 한야 홀름(Hanya Holm)을 꼽을 수 있다. 한야 홀름은 1931년에 비그만과 함께 미국으로 넘어가 뉴욕에 비그만무용학교 분교를 설립했는데, 이는 독일 표현주의 현대무용이 미국에 본격적으로 전해진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마리 비그만의 춤은 기존의 춤 형식, 관념을 넘어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양식을 확립함으로써 독일이 현대무용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하였다. 이는 피나 바우쉬(Pina Bausch)의 탄츠테아터(Dance Theatre)와 같은 새로운 춤 양식이 등장하는데 든든한 발판이 되기도 했다. 당시 마리 비그만의 이와 같은 과감한 시도가 없었더라면 20세기 현대무용의 비약적 발전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그녀의 무용사적 업적을 재조명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글_신찬은(성균관대 예술학협동과정 석사4기)
사진출처:
사진1_
http://cloud2.todocoleccion.net/libros-antiguos-musica/tc/2014/10/06/18/45576808_22062730.jpg
사진2_
http://www.moma.org/images/dynamic_content/exhibition_page/79683.png
사진3_
http://www.danzaclassicaemoderna.com/gestione/A_ROOT/4b9ea5f1195dfb33dc0eee5a93d97c79/m_wigman_35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