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전수조교이자 제97호 살풀이춤 이수자였던 선운(仙雲) 임이조 선생은 한(恨)과 흥(興)이 담긴 전통춤의 계승자로서 그 발전의 중심에 있었던 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약 일 년, 그의 1주기를 맞아 한국전통춤연구회와 선운임이조춤보존회가 준비한 추모 공연 ‘선무승천(仙舞昇天)’이 12월 3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오른다. 약 50여 명의 제자들로 채워지는 이번 공연에 대해 사단법인 한국전통춤연구회 및 선운임이조춤보존회 권영심 부이사장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이번 추모 공연을 준비하게 된 과정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린다.
A. 중학교 때부터 선생님께 춤을 배운 제자이자 처제로서, 많은 이들이 날더러 선생님을 그림자처럼 따랐다고들 하더라. 무용계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는 선생님께서 아직 왕성히 활동하실 수 있는 연세에 일찍 가 버리셨기 때문에 ‘선생님을 닮아가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겁고 심적으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번 공연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저마다 선뜻 나서서 한마음 한뜻으로 준비하게 되었다. 이춘희 명창과 진유림 명무, 큰 선생님 두 분이 함께해 주셔서 선생님이 함께 해 주시는 것처럼 든든하다. 선생님께서 계셨다면 성대한 60주년 공연이었을 이번 무대를 추모 공연으로 꾸며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비롯한 많은 제자들에게 믿기지 않는 사실이다.
Q. 선운 임이조 선생은 어떤 스승이었는지?
A. 언제나 직접 보여주시는 분이었다. 춤이란 것이 한 번 배웠다고 끝이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해 그 안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또 그에 세월이 묻어나야 하는 것인지라 아직은 더 선생님을 보고 익혀야만 하는데 우리는 아직 길 잃은 병아리와도 같기 때문이다.
이젠 선생님은 계시지 않지만, 카메라와 녹음기로 당신의 춤, 작은 에피소드까지도 기록을 허락하셨고 몇 번이고 시연과 설명을 반복해 주셨으며, 또 자신이 지나온 길의 첩경(捷徑)을 알려주시는 데 주저하지 않으셨던 선생님 덕분에 제자들은 “언제나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여 배우라”는 말씀을 여전히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후일 논문을 작성하고 인터뷰를 다녀 보니 그처럼 당신의 수업을 열어 보이시는 분은 계시지 않더라. 혹시 가시려고 그 긴 시간 동안 당신의 춤을 모두 기록해 두신 것인가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예술, 특히 춤은 몸짓에 그 성품이 반영되어 나온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의 춤을 보면 얼마나 맑은 심성을 가지고 계신지 알 수 있다. 선생님께서는 춤에 있어 항상 스스로 당신 자신을 탐구하시고 완벽을 추구하셨던, 춤에 있어서는 가장 존경스러운 분이다.
Q. 이번 공연에는 어떤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게 되는가?
A. 임이조류의 춤은 모두 무대에 오른다. <살품이춤>, <한량무>, <입춤>, <이별가>, <승무>, <교방살풀이춤>, <화선무>, <법고춤>, <하늘과 땅>, 아홉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1978년 초연된 <교방살풀이춤>은 기존의 한을 담은 살풀이춤과는 달리 여성의 품위와 격조를 담아낸 섬세한 춤이다. 미묘한 박자와 박자 사이에 어우러지는 섬세한 발디딤새, 최소한의 공간에서 전개되는 춤사위가 여성의 교태미, 나아가 그 매무새를 아름답게 표현해낸다.
또 이번 공연의 <화선무>는 선생님께서 2013년 7월 젊은 악사들과 함께 정형화시킨 굿거리, 동살풀이, 마무리굿거리로 추어지는 장단구성으로, 정통 치마저고리에 외씨버선을 신고 부채를 들고 단조로움 속에서 섬세하고 예민하게 여성의 아름다운 매무새를 표현해낸 작품이다. 특별출연 진유림 명무의 <허튼법고춤>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즉흥적인 허튼춤사위가 일품으로, 음악과 악사, 춤꾼의 교감을 통해 절정에 이르는 소통과 자유의 춤이다.
2006년 9월 뉴욕시티센터 ‘Fall for Dance Festival’의 개막작으로 초연되었던 <하늘과 땅> 역시 재구성되어 이번 무대에 오른다. 동양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하늘과 땅(天地), 그리고 신명과 한이라는 한국인의 정서가 어우러지면서 웅장함과 화려함을 이끌어내는 작품은 현대적 교감에 이르기에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Q. 임이조 선생 춤만의 특징이 있다면?
A. 섬세함이다. 모르는 이에게는 갑갑해 보일 정도로 섬세한 선생님의 춤, 그리고 일률적인 서양음악의 박자에 비해 즉흥적이고 자의적인 국악의 박자를 고려한다면 그 손짓, 어깻짓, 고갯짓, 그 부분 부분을 바라보는 것도 선생님이 무대에서 보여주시는 아름다운 선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이다. 특히 흘러가지 않고 진솔하게 소통하며 따라가는 시선, 발끝과 버선코에서 보이는 맵시, 총총히 가며 춤에 무게를 더하는 보폭에서 정중동(靜中動)의 미의 진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Q. 생전 선생님의 모습도 함께 무대에 오르게 되는지?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선생님의 영상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다만 정중앙에 영상을 투사하는 대신 별도로 우측의 무대 세트를 이용할 예정이다. 특별출연 이춘희 명창이 선생님의 영상을 바라보며 <이별가>를 부르게 될 것이다.
또한 이번 공연에는 사회자가 없다. 선생님께는 사설이 덧붙여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품과 작품 사이의 연계는 영상이 맡는다. 선생님의 그 긴 시간 동안의 예술혼을 간략한 소개말로 풀어낼 수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한 번 보고 버려지기 예사인 팸플릿에 연보부터 시작하여 공을 들여 선생님의 이야기를 적었다.
또 공연을 준비하면서 선생님 제자들에게 선생님을 회고하는 글을, 어떤 형식에도 구애받지 말고, 선생님과 그 자신만의 이야기여도 좋으니 적어 내도록 부탁하였다. 이 역시 팸플릿에 녹아내었다.
Q. 앞으로 또 공연 계획이 있다면?
A. 이전에 선생님이 하셨던 것처럼 사단법인 한국전통춤연구회, 선운임이조춤보존회의 정기 공연을 연 1회 이상 할 예정이다. 또 여름 2회, 겨울 2회, 이곳 선생님의 연구실에서 해마다 했던 대로 연 4회 이상의 연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에도 <교방살풀이춤>과 <화선무>를 연수한다. 각 지방을 비롯하여 뉴욕, 하와이, 동경, 교토에 있는 선운임이조춤보존회 지부를 오가며 선생님이 하셨던 그대로, 선생님의 춤을 전할 예정이다.
선운 임이조 선생 1주기 추모공연
‘선무승천(仙舞昇天)’
ㅇ일시: 2014.12.30(화) 오후 7시 30분
ㅇ장소: 국립국악원 예악당
ㅇ주최: (사)한국전통춤연구회
ㅇ주관: 공연기획MCT
ㅇ공연문의: (02)2263-4680
글_ 인턴기자 안수진(서울대 미학/경영학 4)
사진_ 사단법인 한국전통춤연구회, 선운임이조춤보존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