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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을무용단 제30회 정기공연, 홍은주의 ‘바라기Ⅴ- <동행, Waiting...>’



 리을무용단이 9월 19일과 20일,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제30회 정기공연으로 홍은주 대표의 바라기 시리즈 완결편을 올린다. 바라기 시리즈는 2008년의 <바라기Ⅰ- Slave>를 시작으로 <바라기Ⅱ-The wall>(2011), <바라기Ⅲ-웃음>(2012), <바라기Ⅳ-웃음에 관한 천착>(2015)으로 이어왔다. 안무자는 바라기 시리즈를 통해 인간 관계의 진정성에 대한 바램을 담아 왔다. 이번 <동행, Waiting...>은 완결편이며, 지금까지 함께 해온 리을무용단과의 동행, 공연을 관람하러 온 관객들과의 동행으로 사람간의 따뜻한 마음과 기다림을 춤으로 풀어낸다고 한다. 리을무용단의 홍은주 대표를 만나 <동행, Waiting...>에 대해 들어보았다.


Q. <동행, Waiting...>에 담긴 뜻은 무엇인가.

A. ‘동행을 위한 기다림’이다. 동행을 위한 바라기인데, 바라기가 이루어지려면 기다림이 전제되어야 하지 않나. 동행하는 것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는 것이다. 어느 사회든지 처음에는 뜻을 같이 하나 어느새 욕망, 욕구, 존재의식 등이 불거지면서 동행을 가로막고 순조롭지가 않다. <동행, Waiting...>은 이렇게 탐욕으로 어울리지 못하는, 동행되지 못하는 모습들을 그린다. 동행의 긍정적인 부분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동행에서의 어려움을 표현한다. 기다림이 없을 때 가질 수 없는 것과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 관계의 어려움 등이 결국은 우리 무용가들에게는 수련이며 기다림인 것 같다. 스스로도 기다리지 못할뿐더러 타인도 기다려주지 못하는 사회, 동행될 수 없는 모습들을 통해 진정한 동행의 의미를 찾아 보고자 했다.


Q. 작년은 무용단 창단 30주년이었고, 이번의 정기공연은 30번째이다. 소감이 어떠한가.
A. 강산이 세 번 변했다. 30년간 무용단을 지속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무용단으로서나 더 큰 과제에 직면한 것을 말한다. 무용단의 역사로써나 공연의 햇수로써나 ‘30’을 맞고 보니 리을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변화한 시대나 안무의 흐름에 리을을 어떻게 위치시킬 것인가에 대해 선임 예술감독들과 현 단원들이 함께 논의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에는 창단 감독인 배정혜 선생의 칠순을 축하하고 3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으로 <춤, 70 Years 배정혜>를 올렸다. 하반기에는 이사장 오은희 선생의 <구부야! 구부구부>라는 작품을 올렸는데, 리을무용단원 전원이 출연하여 의미가 있었다.


Q. 리을의 30년을 지탱해 온 힘은 무엇인가?
A. 배정혜 선생의 ‘바(bar) 기본’ 메소드를 작품에 녹일 수 있도록 선배들이 많은 노력을 해주셨다. 오은희, 황희연, 김수연, 김현숙, 김현미 등 선배 회원들의 노력이 리을의 지금을 만들었다. 현재 리을은 이희자, 홍은주, 김정민, 곽시내, 김진숙, 최희원, 이주희, 김지민, 조은시 등이 이끌고 있다. 새로운 주축들은 선배들이 그래왔듯이 배정혜 선생의 ‘춤은 춤으로만 승부한다’라는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이러한 정신이 리을을 지탱해 왔고 창작을 달구게 한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바(bar) 기본’ 메소드가 살아있는 몸으로 춤추고, 또 살아있는 춤을 창작하게 했다. 이것이 세대가 바뀌어도 리을이 한국창작춤의 밑기둥 역할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다.




Q. 이번 안무의 주안점은?
A. 타인에게 무언가를 바란다라는 것은 관계 속에서 시작되는 희망을 의미한다. <동행, waiting...>은 이러한 나 자신의 기억인 과거, 현재에서 개개인의 존재에 대한 관계를 다루었으며 특히 삶의 과정 속에서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의 상처와 상실감을 에피소드의 형식으로 이끌어 내고자 한다.

 결국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인 것 같다. 어떠한 시각으로 서로를 바라보느냐. 그것이 그냥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소통될 수 있는 관계, 진실된 소통을 담고 싶다. 이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는 것임을 관객이 느끼도록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또한 이번 작품에는 자연의 이치가 담겨있다. 바람과 초원과 바다와 같이 자연이 담겨있다. 그리고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이치가 담겨있다. 다스림과 거스름을 봤을 때, 다스림은 ‘순리대로 흐른다.’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거스름은 ‘역행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의미를 살펴보면 거스름이 있기 때문에 다스림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가장 쉬운 게 가장 어려운 것이라는 말처럼 자연스러움은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으로 동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게 아니지만 그것은 보석과 같은 것이다. 이번 완결 편에는 이런 것들이 깊이 내포되어 있다.


Q. 특별히 관객들이 바라봐주길 원하는 부분이 있다면?  
A. 그 공간에, 그 시간에 들어오셔서 함께 했으면 좋겠다.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객석마저도 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때로는 그것이 내 작품으로 인해서 관객에게 고되고 힘든 삶에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나고 나면 괜찮아! 나도 그랬었지!’라는 위안을 받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나는 항상 관객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짠다. 관객이 없으면 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통해 무용의 관람자들이 한 명 한 명 늘어나길, 리을을 사랑해주는 관객이 생겨나길 소망한다.



인터뷰_ 인턴기자 정겨울(한국춤문화자료원 연구원)
사진_리을무용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