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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무용의 ‘아름다운 40년’을 돌아보다



 한국컨템포러리무용단(이하 KCDC)는 1975년 12월 현대무용가 육완순에 의해 창단된 현대무용단이다. 오는 12월 5일 창단 40주년을 맞는 KCDC가 4- 5일 양일 간 ‘아름다운 40년’이라는 제목의 공연을 준비 중이다. 이번 공연은 국내 현대무용계에서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굴지의 무용가들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상당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약 반 세기 전 미국으로 건너가 마사 그레이엄으로부터 컨템포러리 댄스를 사사하고, 귀국 후 한국의 현대무용과 그 역사를 함께한 KCDC의 예술감독 육완순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먼저, KCDC의 창단 40주년을 축하드린다. KCDC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하다.
A.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75년 12월 5일 창단 공연을 했던 기억이 난다. 미국 유학을 마친 후 1963년에 귀국하여 대학 강의를 한 지 10년이 더 지난 때였다. 유학을 떠나기 전 한국에는 무용과가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무용과가 아닌 체육학과 졸업생인 셈이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1963년 국내 최초로 무용과가 신설되고, 체육학과가 체육대학으로 승격되었다. 귀국 시기와 무용과의 설립 시기가 잘 맞았기 때문에 바로 무용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10년 동안은 어린 무용가들을 교육하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다 대학에서 10년을 강의하고 보니 쟁쟁한 재원들이 눈에 띄었다.

 무용단을 만들어 공연을 하기 위해 단원들을 설득시키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가진 것은 재능과 열정뿐이었으나, 이 시대의 최첨단 예술을 직접 이루어나가자는 일념 하나로 시작한 것인다. 환경은 열악했지만 ‘할 수 있다’는 믿음이 확실히 있었고, 제자들이 이를 잘 따라와주었기 때문에 무용단이 지금까지의 활동을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무용가로 활동하기에 현재 무용계의 시스템도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고 하기 어렵다. 40년 전이라면 상황은 더욱 어려웠을텐데, 어떻게 무용단을 운영할 수 있었는가?
A. 요즘에 ‘멘토’라는 말을 많이 쓰던데, 나에게도 멘토라고 할 수 있는 분이 있다. 바로 지금은 타계하신 장로회 원로 강원용 목사님이다. 중학생 시절 처음 설교 말씀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었는데, 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을 가 대학에 다니던 중 목사님을 다시 뵙게 되었다. 무용단을 창단하기 전 고민을 거듭하다 목사님을 찾아 뵙고 상의했는데, 목사님은 그 때부터 심적으로나 물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목사님은 “고정 관념을 버리고 혁신적인 정신으로 활동하라”는 조언과 함께 무용단의 운영 경비 역시 마련해주셨다. 무용단은 크리스찬 아카데미 안에 있는 팔각정에서 공연했고, 공연 전에는 무용단의 모든 인원이 아카데미 내의 시설에 묵으며 좋은 공연을 위해 충분히 준비할 수 있었다. 강원용 목사님의 조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Q. KCDC가 공연했던 시기에는 현대무용이라는 장르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 반응은 어땠는지 듣고 싶다.
A. <예수 그리스도 수퍼스타>는 공연되자마자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있었다. 혹자는 토슈즈를 신지 않은 맨발로 바닥을 이리저리 구르며 추는 것이 야만적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내년이라면 다를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실제로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춤에 대해 열광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나에게는 작품 하나하나도 중요했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춤을 선보이고 춤으로써 나의 정신, 자유와 창조의 정신을 담아내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Q. 이번 공연은 KCDC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A. 지난 40년 동안 나의 청춘과 이상은 오롯이 컨템포러리 댄스를 향해 있었다. 그 여정에는 당연히 수많은 이들이 함께 했다. 창단 멤버였던 이정희, 박인숙, 박명숙을 비롯하여 능력 있는 안무가, 무용수들 다수가 KCDC를 거쳐갔다. 이번 공연은 ‘아름다운 40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무용단의 새로운 출발이 될 것이다.


Q.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공연하는 후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현재 한국은 과거와 비교하자면 무용 교육을 받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기회가 주어져 있을 때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언제나 꿈과 비전을 가져야 함은 물론이고, 남의 것이 아닌 나만의 것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무용의 전부는 아니다. 마음과 영혼을 담아 감동을 줄 수 있는 춤이어야 한다.

 

 거듭 자유와 창조의 정신을 힘주어 말하는 무용가 육완순의 얼굴에는 지난 세월의 열정과 결연함이 있었다. KCDC의 ‘아름다운 40년’을 돌아보는 이번 공연은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인터뷰_ 기자 심온(서울대 미학 석사과정)
사진_ 한국컨템포러리무용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