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포스트코리아
지난자료보기

로고

프리뷰

<백조의 호수>에 대한 안남근의 현대적 재해석, LDP 무용단 제 16회 정기공연 <나는 애매하지 않습니까? 당신에 대하여 -- 부제: Swan Lake>


 오는 3월 11일부터 한국현대무용계의 젊은 흐름을 이끌고 있는 LDP 무용단의 제 16회 정기공연이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이번 공연에는 벨기에 안무가 사무엘 르프브르(Samuel Lefeuvre)와 플로렌시아 데메스트리(Florencia Demestri), 그리고 현대무용가 안남근의 작품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특히 관객들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발레 <백조의 호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댄싱9의 스타 댄서이자 LDP 무용단 정단원 안남근 무용가에게 이번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이번 공연의 제목 <나는 애매하지 않습니까? 당신에 대하여 - 부제: Swan Lake>의 의미는 무엇인가.

A. 이 제목은 김행숙 시인의 시 <목의 위치> 에서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당신과 눈을 맞추지 않으려면 목은 어느 방향을 피하여
또 한 번 멈춰야 할까요. 밤하늘은 난해하지 않습니까. 목의 형태 또한.
소용없어요, 목의 길이를 조절해 봤자. 외투 속으로 목을 없애 봤자. 그래도 춥고, 그래도 커다란 덩치를 숨길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목을 움직여서 나는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지 않습니까. 다리를 움직여서 당신을 떠나듯이. 다리를 움직여서 당신을 또 한 번 찾았듯이

- <목의 위치> 김행숙


이 시를 읽으면서 다른 이들 속의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들에게 잘 맞추어 즐겁게 이야기하는듯하지만 사실은 언제나 잘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존재하는 듯한 외로움, ‘미운 오리 새끼’와 같이 스스로 다른 사람과 다르고 완전하게 융합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이는 결국 다른 사람에 대하여 ‘애매한’ 위치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를 작품의 제목으로 쓰게 되었다.

또 이 제목은 지그프리트와 오데트의 관계에 대해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원작에서 연인 관계였던 그들이 이번 작품에서는 ‘애매한’ 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Q. 특히 이번 공연은 <백조의 호수>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백조의 호수>가 이번 무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장치를 통해 현대화되었는지 궁금하다.
A. 출연 무용수들의 움직임이다. <백조의 호수>는 연인의 사랑 이야기를 ‘발레’의 움직임으로 아름답고 우아하게 표현한 작품이지만 이번 작품은 발레의 움직임을 기본으로 활용하되 현대무용의 움직임으로 재해석하였다. 우아하기보다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배우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Q. 시놉시스를 살펴보면 지그프리트와 오데트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였던 <백조의 호수>가 오히려 둘 사이의 갈등으로 전개된다. 원작에서 연인이었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현대화하며 특별히 대결 구도로 설정한 이유가 있는지?
A. 사랑하는 연인 사이였던 지그프리트와 오데트가 현대 사회에서는 어떤 관계일까를 고민하다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젊은 혈기왕성한 청년 지그프리트와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 오데트로 관계를 바꾸어 이야기가 전개되도록 전체 내용을 비틀었다.

평소 팀 버튼의 영화, 특히 <가위손>처럼 아름다우나 그로테스크한 배경과 스토리의 느낌을 좋아하는데 처음에는 그 같은 잔혹동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줄거리를 수정했다.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관객들의 예상에서 벗어난 줄거리의 흐름이 관객에게 보다 보는 즐거움을 주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기도 했다.


Q. <백조의 호수>에서 오데트 역을 맡은 프리마 발레리나가 1인 2역으로 소화하였던 오딜의 역이 시놉시스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항례 <백조의 호수>에서 선과 악을 오가는 발레리나의 내면 연기를 보여주었던 오딜의 역은 등장하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다.
A. 오딜은 등장하지 않는다.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번 작품에서는 주인공과 백조가 대결구도이기 때문에 흑조를 보여줄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은 <백조의 호수>에서 인상적인 장면과 움직임에서 영감을 얻어 그것을 이미지화한 사진첩을 한 장씩 넘기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이 때문에 오딜 외에도 <백조의 호수>에 원래 등장하는 인물들 중 상당수가 빠졌고 중요한 인물만이 등장한다. 중요한 인물은 또 막마다 3-4명의 무용수들이 그 인물이 가진 내면을 다양하게 움직임으로 표현해 보는 재미를 더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Q. <백조의 호수>는 내러티브뿐 아니라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 음악 중 하나로도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인데, 이번 작품을 현대화하며 음악적인 부분도 염두에 두고 작업하였는지?
A. 음악은 그대로 <백조의 호수>의 음악을 사용해 관객들에게 친숙함을 줄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모든 곡을 쓰는 것은 아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6곡을 주로 사용하였고, 팝송 <Swan Lake>를 중간에 삽입해 <백조의 호수> 속 ‘사랑의 서약’ 대신 ‘슬픔의 노래’를 부르며 그것을 움직임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Q. 이번 공연의 새로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하얀색의 동화적인 무대 세트와 의상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무대 장치 혹은 의상이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A. 제 2막에서 오데트가 우유를 마시다가 그것을 바닥에 조금씩 흘리고 우유 위에 쓰러지면서 허우적거리며 춤을 추는 씬이다. 이때 오데트는 하얀 백조로 변하며 극적 효과를 내게 된다. 무대 또한 하얀 색으로, 소품은 하얀 소파와 하얀 옷장으로 온통 하얗게 사용하여 동화적인 느낌을 표현하려 하였다. 백조나 오데트, 지그프리트 등 등장인물들의 의상도 하얀 컨셉으로 강조하였다.




Q.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지?
A. <백조의 호수>의 장면들을 현대 시대에 맞게 재미있는 해프닝 혹은 이미지들로 재해석하였는데 작품을 보시고 난 후 그러한 이미지들이 잔상으로 남아 있다면 안무가로서 너무 행복할 듯 하다. 또한 바뀐 내용 또한 어렵지 않게 이해되기를 바란다.


Q.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다양하고 새로운 춤에 도전해 온 안남근 안무가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A. 그간 솔로나 트리오 등의 소규모 공연의 안무를 몇 편 하였다. 이번에 LDP 무용단과 함께 첫 공식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큰 작품에 도전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번 안무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안무에 욕심을 갖고 도전해 볼 생각이다. 할 수만 있다면 춤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도전하며 안무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니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



LDP 무용단 제 16회 정기공연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일시: 2016년 3월11일(금) 저녁8시,

3월 12일(토)-13일(일) 오후3시, 7시 (총5회 공연)




글_ 인턴기자 안수진(서울대 미학 석사과정)
사진_ ⓒBAKI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