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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감각을 향하는 미래의 춤, 필립 드쿠플레의 〈콘택트〉


 복합 예술 공연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프랑스의 연출가 겸 안무가 필립 드쿠플레의 신작 <콘택트>가 11월 11일부터 13일까지 이틀간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2014년 초연 당시에도 프랑스, 영국, 벨기에, 독일 등에서 열렬한 환호를 받았던 이번 작품은 ‘드쿠플러리(Decoufleries: 드쿠플레 방식의)’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을 정도로 독창적인 비주얼과 멀티미디어 효과로 무용 공연의 미래를 제시한다.

 필립 드쿠플레는 1992년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의 개막식에서 예술감독을 맡았고 ‘태양의 서커스’, <아이리스>, <파라무어>, 그리고 파리의 3대 카바레 중 하나인 ‘크레이지 호스’의 쇼 <욕망>의 연출가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14년 내한 당시에도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랐던 <파노라마>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국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번 무대에 오를 <콘택트>는 가상의 뮤지컬 <파우스트>의 리허설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해프닝을 그린다. 동명의 원작인 괴테의 『파우스트』의 내용이 일부 등장하지만 명확한 내러티브는 없다. 개성적인 15명의 출연진은 무대 위에서 서커스, 마술, 고전, 뮤지컬, 그림자극, 발리우드 등 온갖 요소를 뒤섞은 화려한 볼거리와 기상천외한 쇼를 연이어 선보이며 기존의 어떠한 장르로도 귀속시킬 수 없는 ‘드쿠플레 스타일’의 정점을 보여준다.

 드쿠플레는 여러 편의 단편영화와 광고, 뮤직 비디오를 연출했고 지난 해 인터렉티브 비디오 전시 프로젝트 <옵티콘>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하는 드쿠플러리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번 공연에서도 그의 영화적 기량이 집약된 영상 효과와 출연자들의 퍼포먼스가 만나 창출되는 시각적 스펙터클, 그리고 그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컬러풀한 의상들은 도전적인 공연에 활기를 더하며 “장르의 벽을 허물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올 미래의 춤”을 보여줄 것이다.


 특히 이번 공연 <콘택트>는 지난 2009년 세상을 뜬 안무가 피나 바우쉬에 대한 오마주가 담겨 있다. 공연 중반에 삽입되어 있는, 인종과 체형이 제각각인 무용수들이 비슷한 동작을 취하며 무대 위를 천천히 걷는 장면은 피나 바우쉬의 대표작 <콘탁트호프>(1978)를 연상시킨다.

 또한 드쿠플레와 오랫동안 공연해 온 프랑스의 노스펠과 피에르 르 부르주아가 이번 공연의 음악을 맡았으며 무대 위에도 등장해 기타, 첼로, 피아노, 퍼커션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할 예정이다. 노스펠은 록과 팝을 오가는 목소리로 천상의 목소리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목소리를 넘나들며 극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애잔한 첼로 솔로부터 몽환적인 전자 음악, 강렬한 록 사운드까지 두 뮤지션의 다채로운 음악은 관객의 귀까지 사로잡는다.

 “매일매일의 일상으로부터 시적 탈출을 꿈꾸며 스릴 넘치는 낯선 세계를 보여주는 것”을 자신의 창작 목표로 밝힌 바 있는 드쿠플레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독창적이고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각의 차원을 열어줄 것이다.


글_ 기자 안수진(서울대 미학 석사과정)
사진_ LG아트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