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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X YMAP <뉴 미디어 댄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는 4월 1일부터 5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김효진과 미디어퍼포먼스그룹 YMAP(이하 와이맵)의 <뉴 미디어 댄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무대에 오른다. 김효진과 와이맵은 2013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도 초청받은 바 있는 <마담 프리덤>을 포함하여 무용과 미디어 아트를 결합한 실험적 공연들을 시도해 왔다. 장르명으로서는 생소한 ‘뉴 미디어 댄스’는 미디어를 단순히 무대 장치가 아닌 퍼포머(Performer)로 세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11년 한국공연예술센터의 '2011 한팩 하이브리드'의 참가작으로 공연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2015년에는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미리 보기 위해, 3월 21일 Dance Post. Korea가 연습실을 찾았다.


 연습실에는 무용수 6명을 제외하고도 무대감독, 와이맵의 음악감독 등 여러 명의 스태프들이 리허설 현장에 함께 하고 있었다. 안무뿐 아니라 총 연출의 역할을 맡은 김효진은 그들 모두와의 소통을 위해 분주했다. 그는 무용수들의 개별 동작이나 안무에 관여하는 동시에, ‘뉴 미디어 댄스’를 위한 영상과 음악, 무대 장치에도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는 듯 했다.




 리허설이 시작된 후, 연출 김효진의 탁자에 놓인 큰 노트북 화면에 형형색색의 영상들이 무용수들의 동작과 함께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 영상들은 어느 장면도 쉬이 만들어졌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고 화려하다. 말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미디어를 퍼포머(Performer)로서 적극 출연시킨다”는 김효진과 와이맵의 기획은 객석의 관객들에게는 전혀 무리 없이 받아들여질 듯하다. 예를 들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야기에는 현실이 가상현실로 옮겨가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무대라는 공간만으로는 표현하는 데 분명히 한계가 있다. 여기에 정교하고 화려한 미디어(영상, 음악 및 무대 장치)가 제 역할을 함으로써 ‘이 세계의 것이 아닌 듯한’ 공간감을 형성하는 데 성공한다.


 미디어는 춤을 추는 무용수들의 배경이 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무대 위 무용수들과 상호작용한다. 무용수들은 안무 작업에서 동작을 만들고, 다른 무용수들과 맞춰보는 것뿐 아니라, 각 장면마다 무대에 어떤 영상들이 펼쳐지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무대 크기에 비하면 아주 작은 화면의 노트북 화면으로나마 무용과 미디어가 상호작용하며 공연을 진행하는 방식이 다양한 공간감과 질감들을 만들어내는 연금술을 엿볼 수 있었다.


 공연에 참여하는 무용수들과 연출 김효진에게 질문했다.


Q. 미디어퍼포먼스에 참여하면서 여느 무용 공연과 다른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A. 남도욱(아버지 역): 일반적인 무용 공연에서는 무용수들이 파악하고 있는 공간이 정해져 있고, 그 공간 안에서의 움직임을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미디어퍼포먼스에서는 영상 속 공간이 연출자와 미디어아티스트에 의해 새로이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이해 자체가 다소 어렵다.


이운기(모자장수 역): 움직임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미디어와 퍼포먼스가 함께 있는 작업인 만큼, 진행 순서가 일정하지는 않다. 미디어 작업이 먼저 되어서 거기에 맞춰 안무 작업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가 되기도 한다.


한류리(앨리스 역, 이하 한): 그래서 미디어 작업이 먼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안무를 구상하라는 과제를 받으면 무용수들은 막막하게 느끼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무용 공연에서는 공간이나 음악 등의 출발점을 가지고 안무 작업을 하는데, 이 경우에는 각자의 캐릭터와 이야기 만으로 동작들을 상상해내야 하기 때문에 더 까다로운 듯 하다. 하지만 미디어 작업이 진행되면서 연출과 함께 안무를 수정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Q. 춤을 출 때, 동작과 함께 그에 맞는 영상도 생각해야 할 것 같은데.

한: 당연히 그렇다. 춤을 출 때에도 머리 속에서는 “아, 영상에서는 여기쯤이겠구나”하는 생각을 해야 한다. 미디어와 춤을 함께 접하게 되는 것은 관객이고, 무용수는 그 장면의 일부이기 때문에 미디어에 대한 숙지는 이전에 완벽하게 되어 있어야 한다.




Q.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현대무용과 더불어 한국무용과 스트릿댄스(왁킹)가 짧은 시간이지만 두드러진다.

서정숙(카드여왕 역): 나는 평생 한국무용을 해왔다. 현대무용을 오래 해 온 무용수들이 대부분이라 그런지 비중이 비교적 적음에도 눈에 띄는 것 같다(웃음). 의도적으로 ‘한국무용적’으로 추는 것은 아니다.

김효진(이하 김): 스트릿댄스를 추는 김형선 씨는 같은 동네 주민이다. 2011년 한팩(한국공연예술센터)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공연하기 전, 김형선 씨의 댄스학원 발표회에 가보고 공연에 출연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제안했고,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2011년 공연에서 출연 시간은 1분 내외였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5분 가까이 춤을 춘다. 전문 무용수 못지 않은 실력이다.

김형선(스트릿댄서): 2011년 정도에 춤을 배우기 시작했고, 지금은 댄스강사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1분 정도였던 지난 공연에 비해, 이번 공연에서는 긴 음악과 영상에 맞춰 안무도 새로 만들었다.


Q. 지난 한팩에서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김: 안무적으로만 이야기해도, 80% 이상이 수정되었다. 이번 공연에 함께 하는 무용수들에게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미디어퍼포먼스는 작업 과정이 여타 무용 공연보다 훨씬 복잡하고, 보통의 안무 작업에서 댄서로서 가질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럼에도 모든 무용수들이 적극적이고 꾸준하게 작업에 임해주어 깊은 감명을 받았다. 또, 개개인이 각자와 꼭 맞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역할을 맡아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연출을 비롯하여 모든 무용수들과 스태프들이 미디어퍼포먼스라는 실험을 해내기 위해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고 있었다. 여러 환상적인 인물들이 등장하고, 현실/가상의 경계가 어지러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다채로움과 무용만이 줄 수 있는 역동성을 담아낼 수 있는 최상의 틀인 듯하다. 봄꽃이 만연한 4월의 첫 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우리를 어떤 환상적인 세계로 인도할지, 기대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인터뷰·사진_ 인턴기자 심온(서울대 미학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