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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무대에 오르는 조선 마지막 무희 〈리진(Lee Jin)〉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의 대미를 장식할 국립무용단의 신작 <리진(Lee Jin)>이 오는 6월 28일부터 7월 1일까지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김상덕 예술감독이 직접 안무를 맡은 이번 작품은 조선시대 궁중 무희 리진을 주인공으로 한 무용극으로 전통과 현대,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 사이에서의 부단한 고민의 결과이다.

 국립무용단은 그동안 <도미부인>, <춤, 춘향>, <Soul, 해바라기> 등의 무용극 형식의 레퍼토리를 계속해서 발표해 왔다. 작년 10월 부임 이후 김상덕 예술감독은 이번 작품이 그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국립무용단 스스로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기존의 무용극 패러다임을 벗어나는 독보적인 신작이 되리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리진>의 이야기는 제 2대 주한 프랑스 공사 이폴리트 프랑댕이 쓴 「한국에서(En Corée)」(국역: 「프랑스 외교관이 본 개화기 조선」)라는 기록에 기원한다. 이 글에는 프랑스 공사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가 리진이라는 무희에게 반해 파리로 데려갔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김탁환의 『리심』과 신경숙의 『리진』은 이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는 소설이다.

 이번 작품 또한 이 기록 속의 인물에 기원하나 무용극 <리진>에는 보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번 무대는 초대 프랑스 공사 플랑시와의 운명적인 사랑을 택하는 조선시대 궁중 무희 리진과 권력과 명예만을 좇는 도화, 양극에 있는 두 인물의 삶을 무용극으로 풀어낸다.리진과 플랑시, 도화와 원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번 작품에서 리진 역에는 이의영과 이요음, 도화 역으로는 장윤나와 박혜지, 플랑시 역에는 황용천과 조용진이 더블 캐스팅되었다. 극 전반에서 갈등을 촉발시키는 원우 역에는 송설이 캐스팅됐다. 국립무용단을 대표하는 무용수들과 더불어 박혜지·이요음 등 차세대 주역이 대거 캐스팅되면서 오랜 시간 국립무용단의 신작을 기다렸던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는 화려한 연출을 통해 고전 세계라고 할 수 있는 조선과 당대의 신세계로 비유될 수 있는 프랑스를 오가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춤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무용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공연에서 활약하고 있는 제작진이 대거 참여하여 기존의 무용극 무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세련된 장면들이 탄생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작품은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기록을 모티프로 하고 클래식 발레와 같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무용극의 형식을 취함으로써 한국 무용 혹은 서사 없이 진행되는 무용을 어렵게 느꼈거나 익숙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발레만을 선호해 온 관객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글_ 기자 안수진(서울대 미학 석사과정)
사진_ 국립무용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