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령은과 정세영, 두 젊은 안무가의 작품 <글로리>와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국립현대무용단의 국내외 안무가 초청 프로그램 픽업스테이지의 두 번째 무대에 오른다. 8월 25일부터 27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이번 무대에서는 2016년 프랑스와 한국에서 동시에 개최되었던 안무 대회 ‘댄스 엘라지’에서 각각 파리 경연 3등상과 서울 경연 1등상을 수상하였던 두 작품이 그 주제를 보다 깊이 탐구한 결과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1] <권령은과 정세영> ⓒ 목진우
권령은은 2015년 국립현대무용단의 안무LAB 프로그램에서도 다이어트와 거식증이라는 스스로의 경험을 소재로 한 <몸멈뭄맘>을 통해 ‘한국현대무용 역사에서 바라본 몸의 관점’을 주제로 한 리서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글로리>는 댄싱9으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무용수 안남근이 군 면제를 위해 3년간 무용 콩쿠르에 도전했던 실제 경험을 중심으로 하며 군대라는 한국 제도 내에서 몸이 다루어지는 방식을 추적한다. “입대는 곧 무용 포기”일 수밖에 없는 현실 하에서 ‘영광의(glory)’ 1인자가 되기 위해 남성 무용수는 끊임없이 몸을 다듬고, 그 과정에서 몸에 새겨지는 ‘영광의’ 상처란 기실 군대라는 제도가 수여하는 일종의 훈장이며 이 영광을 향한 전투는 오늘날에도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글로리>는 현실에 대하여 제도의 옳고 그름을 가름하는 대신 한국 남성 무용수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 신체에 아로새겨지는 과정 자체를 탐구하고 기록하는 방식을 택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안무 다큐멘터리(choreographic documentary)이다.
[사진 2] <권령은과 정세영> ⓒ 목진우
대학에서 연극과 무대미술을, 프랑스 몽필리에 국립안무센터에서 안무를 공부한 정세영은 2013년부터 연극과 미술, 무용을 넘나들며 ‘극장’ 공간에 대한 탐구를 개진해 왔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신적 존재에 기대어 극의 갈등을 돌연 해결해버리는 연출 기법을 현대적으로 변용하고 ‘극장’ 공간, 구체적으로는 그 환영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전통적으로 극장은 환영(illusion)을 빚는 장소였다. 그러나 현대의 극장은 점점 환영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제를 객관적으로 탐구하고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공간이 되었다.” 이와 같은 발견 아래 정세영은 극장이 환영에서 벗어나 실재의 차원에 도달할 수 있는지 물으며 전통적인 극장의 문법과 공간이 갖는 의미를 보편적인 서사를 통해, 한편으로는 안무가 스스로 선택한 생활 속 오브제를 사용하여 비논리적인 전개와 새로이 생성되는 서사의 파격을 통해 그에 답하고자 한다.
이번 무대에서 관객들은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로서의 제도를 ‘몸’과 ‘기록’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다른 한편으로는 ‘환영’에 빗대어져 왔던 예술의 공간에 대하여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예술의 실천들을 통해 물음을 던져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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